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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북전단 논란과 프레임 전쟁

-왕선택 칼럼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지난 24일 살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1부는 결정문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북한의 무력 도발을 직접적으로 야기할 것이라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경우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요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식에 부합하지 않아서 안타깝다. 또 대북전단 살포 논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접근법에 오류가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차제에 잘못된 부분을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가장 먼저 검토할 문제는 대북전단 문제의 성격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북한의 무력 도발 야기 가능성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시각에서 판단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심각한 범주 오류에 해당한다. 마치 축구 경기장에서 적용해야할 핸들링 반칙을 핸드볼이나 농구 경기장에서 적용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 논란 이전에 심리적 방식의 전쟁 행위, 즉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문제다.

 

남북 관계를 규정하는 중대 기준으로 1950년부터 3년 동안 전쟁을 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또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휴전선 일대에서 적대적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협정 조항을 준수해야 하는 처지다. 심리전은 전형적인 적대행위인 만큼 금지 대상이다.

 

어쩌면 우리 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한에 대해 심리전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전략적인 결정과 실행은 민간인이 담당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남북 분단이나 대치와 관련해 민간인들은 중요한 정보가 없고, 민간인이 개입할 경우 문제 해결이 복잡해지면서 정전 체제에 심각한 혼란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략적 필요에 의해 대북전단을 살포해야 한다면 국방부 산하 심리전 담당 조직이나 국가정보원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군대가 해야 하는 심리전을 민간인이 법적 근거나 역량도 없이 감행한다면 국가안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과 같다.

 

이 문제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유도한 세력은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한 셈이다. 전단 살포를 실행하는 세력은 한국의 민간단체고, 주요 자금 조달원은 미국 민주주의 옹호 단체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미국 사람인 만큼 민주주의 옹호 및 확산 차원에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정보 유입은 민주주의 또는 표현의 자유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분단된 나라고, 분단 상황에서 평화는 정전협정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정전 체제에서 전쟁 행위를 공공연히 진행하는 것은 정전체제에 대한 난폭한 도발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책임자는 한국의 법집행 기관이다.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존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전선 인근에서 적대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한반도 평화 유지 노력을 침해하는 것은 규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쪽에서 표현의 자유 프레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지만, 휴전선 인근 거주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한반도 전면전 발발 가능성에 따른 한반도 전체 주민의 안보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잘못된 대응 전략이다.

 

표현의 자유 프레임을 통째로 거부하고, 대북 심리전 불가 프레임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그렇게 접근했다면 아마도 모든 판사들이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금지 대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검토할 문제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시키는 방안으로 법원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부작위를 문제삼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전단은 표현의 자유 침해나 대북 심리전 논란을 넘어서 엄청나게 많은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법치 질서 유지 의무가 있는 경찰이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하는 대상이다.

 

예를 들어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무허가 물품 반출과 무허가 통신 교류,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상 북한 측과 무허가 회합이나 통신 금지 조항,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군사경계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금지된다는 조항에도 해당할 수 있다.

 

항공안전법, 위험물안전관리법, 그리고 형법 및 경범죄 처벌법에도 충돌하는 항목이 있다. 관세법과 무역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식품위생법이나 감염병 예방과 관리법, 환경법 조항에도 위반되는 부분이 있다. 국제법 위반 부분은 더 심각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다.

 

유엔 헌장에서 무력 사용 또는 위협 금지 조항, 그리고 국제인도법에서 적대적 선전물 금지 조항, 국제인권 관련 규약에서 금지한 정치적 선동과 국가 간 증오 발언, 국제우편 및 통신 관련 규정에도 위반되는 요소가 있다.

 

전단을 날리는 쪽은 나름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행동이 위법에 해당하고 공익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경찰이 나서야 하는데도 경찰이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쪽은 경찰에 대해 불법행위를 규제하라고 촉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결 의미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23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포함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아니다.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하거나,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이 핵심 요소다.

 

필요한 경우에 대북전단 살포를 행정적으로 규제할 수 있으므로 포괄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대응 방향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실효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정리하면,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접근법, 즉 프레이밍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집중되면서 우리 사회가 집단적인 범주오류에 빠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이라도 프레임을 바꿔서 대북전단 문제를 심리적 전쟁 행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그리고 전단 살포 규제 책임이 있는 경찰에 주목하지 않고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와의 대립에 집중한 것이 정책 오류였다.

 

지금이라도 대북전단 살포 자체의 불법 요소들을 찾아내서 경찰에 규제와 단속을 촉구하는 노력을 배가해야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대북전단 문제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국내 정치 양극화에 따라 당파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종식해야 한다.

 

외교 현안을 진영 논리로 접근하면 해결 가능성은 없다. 반대로 대북정책만큼은 초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효과적인 대북정책이 채택되고 대북전단 살포는 중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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