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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 헌재를 바라보는 노자와 장자

 

◇헌법의 눈, 도(道)의 숨결로 지켜보는 민주주의

 

무위이화(無爲而化) 무사이성(無事而成),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루고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완성하라."

 

우리는 지금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한 사건 앞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기대가 서려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모두의 시선은 9명의 재판관이 머무는 그 건물을 향한다. 그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헌법의 집이며, 민주주의의 심장이 뛰는 곳이다.

 

노자의 철학에서 통치란 억압과 간섭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자가 말했듯, 가장 이상적인 통치는 백성들이 통치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역할 역시 그러해야 한다. 간섭하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도(道)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민주주의와 무위(無爲)의 철학

 

도법자연(道法自然),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헌법재판소 주변은 철통같은 경계 속에 잠겨 있다. 철조망이 세워지고, 경찰관들이 신원을 확인한다. 마치 전쟁을 앞둔 듯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나 이 긴장은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증거다. 국가의 중대사를 앞두고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것, 그것 역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는 다시 촛불이 켜졌다. 작은 불빛들이 모여 거대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즉각 파면”을 외치는 목소리가 밤하늘을 울리고, 한편에서는 단식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모든 행동은 민주주의의 일부다.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부딪히는 의견들 속에서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단단해진다.

 

노자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인간 사회가 배워야 할 교훈을 찾았다. 그는 인위(人爲)를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를 따를 때 진정한 조화와 평화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탄핵 심판이라는 중대한 사안 앞에서 우리는 노자의 ‘무위’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억지로 결과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장자의 상대주의와 민주적 통치

 

순물자연(順物自然), "만물을 자연에 따라 흐르게 하라."

 

장자는 인간 사회에서 인위적 기준과 권위가 가져오는 갈등과 억압을 비판하며, 자연스러운 조화와 평등을 강조했다. 그의 철학은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내재적 민주주의’로 볼 수 있다. 즉, 누구도 지적·도덕적 우월성을 토대로 타인을 지배할 수 없으며, 각자가 자신의 본성에 충실할 때 사회는 가장 조화롭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내릴 결정은 단순히 법률적 해석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적 요구와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의와 공정성을 담아내야 한다. 장자 또한 말했듯, 진정한 통치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만물이 저절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자기 성찰

 

지인자명(知人者明) 자지자강(自知者强), "남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 스스로를 아는 자는 강하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을 단순히 타인이나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 개개인의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는 장자의 ‘상대적 관점’을 통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장자는 모든 사물과 현상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결정문 하나하나에 담길 무게와 의미를 저울질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들의 판단은 단순히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헌법과 도(道), 그리고 민주주의

 

명왕지치(明王之治), "밝은 왕의 다스림은 이름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의 역할은 장자가 말한 ‘명왕지치’와 같다.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국민 모두가 그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다스리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억압과 강제가 없는 상태에서 각자가 자신의 본성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노자는 이를 위해 ‘무위’를 강조했고, 장자는 인위적 기준 없이 만물이 스스로 조화를 이루게 하는 ‘순물자연’을 주장했다.

 

도(道)와 함께 나아가는 민주주의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삶이고 통치라는 노자의 가르침처럼, 민주주의 역시 억압하거나 강제하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모두 한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 순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 숨을 쉴 것이며 우리는 그 숨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국민이 헌법의 눈으로 지켜볼 때 민주주의는 숨을 쉰다.”는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역사이며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우리는 지금 헌법재판소라는 공간 안팎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 역사 속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숨 쉬고 있다.

 

세계 유일무이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서 있다. 우리는 더 나은 내일 그리고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함께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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