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적자를 줄이고 국내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법에 서 출발했다. 그게 전부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자세히 분석하고 법적 근거와 절차를 따지고 비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이나 자국법의 조문 등에 하등 개의치 않고 행정명령과 비상대권으로 단숨 에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아직도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관 계 당국, 기업들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것 같다. 현대차 그룹이 지난 3월 하순 미국의 의도를 알아차 리고 선제적으로 미국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1조 801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에서 최대 흑자국은 부동의 1위 중 국이다. 지난해 11월까지 2천69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2위는 멕시코, 3위 베트남, 4 위 아일랜드, 5위 독일, 6위는 대만, 7위 일본으로 624억 달러의 흑자를, 한국은 8위로 일본보다 좀 적은 601억 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9위는 캐나다, 10위는 태국이다. 대국 흑자국의 2위와 3위인 멕시코, 베트남의 흑자액 속에 는 중국의 우회 수출 몫이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올해 3월 현재 1조 1천5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천180억 달러가 증가했다. 막대한 정부 재정적자는 정부의 각종 정책 수단을 무력화시킴으 로써 정부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 샷다운 고비를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정부 효율부(DOGE) 수장 머스크가 국제개발처와 교육부, VOA(미국의 소리 방송)를 난도질한 것도 엄청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비상 조치이다. 그만큼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는 심각해졌고 막 다른 골목에 처해 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서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흑자액이 매년 2천600억 달러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바로 여기 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해마다 1조 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적자를 미국 경제가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트 럼프 대통령은 하고 있고 그 수단 중의 하나가 관세일 뿐 이다. 관세에 대해서 시시콜콜하게 시점과 범위를 논하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착시 현상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는 관세로도 안 되면 다른 수단을 찾아낼 것 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이 무슨 수단이 있겠는가, 보복 관세를 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나, 아마 미 국은 종국적으로 보복 관세를 하는 나라의 수입품을 금지 하는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정황을 보면 미 국은 그 정도로 각오하고 있고 그건 거의 모든 것을 자급 자족하고 있으며 특히나 에너지와 농산물을 자급자족하 고 수출까지 하는 미국에게는 그리 어려운 결정도 아니다.

 

미국이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물가가 올라가고 그것이 국 내 여론을 악화시켜 결국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까 하 는 분석을 하고, 그때까지 눈치를 보며 버텨보는 게 어떨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 또한 미국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얕은 분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들 을 대상으로 관세를 때리겠다고 선언했다. 흑자국 중에서 미국의 의도를 이해하고 협조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관세 를 면제해 준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현대차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계란 값 이 폭등하자 한국을 콕 집어서 수출해달라고 말했다.

 

관세 폭탄으로 미국 내 물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품목에 대해서 미국에 협력하는 나라로부터 해당 품목의 수입 문호를 열겠다는 사실을 ‘계란 수출 요구’에서 유추할 수 있 다. 필요하면 미국에서 수입하고 필요하면 자국에 대한 수 출을 금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는 관세 협상에서 고전적인 전략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간수’라고 한다면 10개의 흑자국이 ‘죄수’라고 가정해 볼 수 있겠다. 10개의 흑자국 이 일치단결해서 미국에 대항한다면 미국이 주춤할 수 있 을지 모르나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10개의 흑 자국이 저마다 입장과 이념이 달라 일치단결하는 일은 없 을 듯하다. 일본은 미국에 적극 협력하기로 일찌감치 방침 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미국의 무역 전략을 충분 히 이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 유럽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보 이나 미국은 자국에 잘 협조하는 나라들과 교역하면서 충 분히 대처할 것이다. 미국은 값싼 중국제 제품 대신에 협 력을 잘하는 한국과 일본, 베트남, 태국, 또는 글로벌 사우 스 국가들로부터 첨단제품에서부터 중저가 일반제품까지 수입하면 된다. 미국은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의 수출품중 상당수가 중국의 우회 수출이란 것을 잘 파악하고 있 어 이들 나라들에 각종 압박 수단을 다양하게 사용할 것 으로 보인다.

 

미국은 경제회복도 중요하나 사실 군사력 유지를 가장 중 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 살림을 조이는 중에서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기 로 전격 결정했다. 경제 대통령이라고 자부하는 트럼프 대 통령은 미국의 군사력을 지탱할 수 있어야 관세 폭탄을 터 뜨릴 수 있고 경제 부흥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 는 것 같다.

 

트럼프의 그랜드 전략은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 거나 적어도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가져 가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정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 러시아 를 포섭하는 데 유럽이 방해가 된다면 기꺼이 나토를 유명 무실화할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나토에 미국이 적극 참여 하지 않는 것이 러시아에 ‘당근’이 될 수 있음을 트럼프는 알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 군력에서 심각한 약점이 드러났다. 이 부분에서 한국의 도 움이 필요하고 한국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국에 한국의 조선산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서도 앞으로 양국 의 협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1극 체제가 가장 안정적 국제질서 체제인 것은 역사적 사실

 

유럽에 평화가 오랜 기간 존속했던 기간은 로마 제국 시대 였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중원을 강력하게 장악했던 시 기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근대에 들어와서 유럽에 비슷한 군사력을 가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의 다극 질서 가 형성되자 전쟁이 끊어지지 않았다. 근대의 아시아에서 는 영국과 러시아, 일본이 중원에 야욕을 드러내면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청-일 전쟁, 태평양 전쟁이 잇달아 일어 났다.

 

제2차 대전 이후는 전 지구가 하나의 권역으로 자리 잡았 다. 특히 미-소 간 냉전이 끝난 뒤에 미국 1극 체제가 계속 돼왔다. 만약 중국의 부상이 용인되고 러시아를 제어하지 못해 미-중-러 또는 유럽까지 포함되는 4극 체제가 된다 면 세계 곳곳에 군사적 분쟁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의 가자전쟁은 미국의 군 사적 개입이 급격히 후퇴한 모습을 보이자 발생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음에도 미 국은 미온적이었고 급기야 아프가니스탄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영락없이 무기력한 패잔병 꼴을 보이자 러시아 와 가자세력이 질서 변경을 도발했다.

 

좋든 싫든 미국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으로 세계 경찰 역 할을 하는 국제질서 체제가 가장 안정적이고 제한적이나 마 자유무역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면서 북-러-중이 사실상 동맹 수준인 상황에서 미국 과의 동맹은 우리나라에게는 사활적인 조건이다. 북-러중이 밀착될수록 우리나라는 일본과도 군사적 협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자동차와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제 조업 시설을 갖추고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제 미국에 예전처럼 가성비와 고품질, 첨단기술을 이점으로 소나기 수출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미국이 막대한 국제 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로 인해 사실상 ‘넉아웃!’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미 무역 관계는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현지 생산을 늘리고 미국 제품들도 사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독일의 무역은 매년 적은 액수이긴 해도 적자 상태인데, 독일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다. 반면에 미국에 대해서 엄청난 흑자를 누리면서도 미국 현지 토종차를 거리에서 거의 볼 수 없다.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상호주의로 전환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각 나라 간 맞춤형 무역 관계 필요

 

대미 무역에서 수출을 자제하려면 그만큼 우리의 수출 역량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각 나라마다 적절한 무역 관계를 새로 구축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로 가서 직접 현지 공장을 세운다든가, 거대 한 투자를 해서 점포를 마련한다든가 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들 나라들은 독재 체제이고 보편적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자산을 압수당할 수 있다.

 

한국은 아직은 군사 강 대국 급이 아니라서 언제든 다 뺏기고 쫓겨날 수 있는 나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냥 국내에서 만든 것을 수출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좋겠다. 현대차 그룹이 중국과 러 시아 시장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

 

유럽과는 방산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도 현지 진출과 확장을 고려해봄직하다. 앞으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미국 중심의 수출 전략에서 탈피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무역 확대를 진지한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 내각 부처는 관련 부서를 신설하 거나 확대하고 해당 지역 연구소의 개소가 시급하다. 한때 중동과 중남미 붐이 일 때 반짝 활기를 띤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미국의 힘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 외교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강대국이긴 해도 독재 체제 인 이상 경제적 성장은 피크가 지났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AI 등 첨단 고품질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으나 세계 시장에서 점차 고립되고 자국 중심으로 축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대가 아니더라도 새롭게 형성되는 무역 질서에서는 가성비와 품질을 무기로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시대는 일단 종지부를 찍어야 할 듯하다.

 

1970-80년대 일본과 독일이 미국으로 소나기식 수출을 할 때도 미국 경제가 감당하지 못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제재를 가했다. 지금 중국이 취하고 있는 과잉생산을 통 한 밀어내기식 저가 덤핑 수출 방식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전 세계로 하여금 몸살을 앓게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수출 방식과 경제발전 전략은 자국에도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외 무역 관계는 중국과 러시아보다는 동 남아와 중동, 중남미, 유럽에 공을 들이는 것이 실익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무역 질서는 상생 모델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성비와 첨단 고품질 모델은 어찌 보면 나만 살자는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 AI와 양자 컴퓨팅 파워가 급속히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기계식 공장보다 엄청난 높은 생산성으로 과잉생산을 쏟아 낸다면 인류에게 재앙이다.

 

AI 로봇이 지금보다 훨씬 싸게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해 내는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그 제품을 살 돈이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풍경이다. 사실 지금 중국에서 대규모 실업자 사태 속에서 AI와 첨단 고 품질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은 암울한 미래의 전조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