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1 (토)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사회·문화


선심성공약에서 한국식 생산적 복지공약으로

포퓰리즘 공약 논쟁이 뜨겁다. 일부 지식인들이 정당들의 과도한 복지약속을 비판하고 나섰고 정부가 이를 숫자로 뒷받침하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양당은 정부의 월권이라고 발끈했다. 선심성공약이 남발되면 국가재정이 파탄 나고 그리스처럼 된다는 주장은 명제에 가깝다. 그러나 선심성공약이 나올 수 있는 사회구조적 모순을 또한 외면할 수도 없다. 선심성 공약의 문제와 배경을 알아본다.


지난 달 13일 경제지식인 100명이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선심성공약 남발을 우려하는 지식인선언’을 발표했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와 최광 한국외대교수, 민경국 강원대교수, 오정근 고려대교수, 문형남 숙명여대교수, 정인교 인하대교수,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등 한국의 주류 경제학을 대표하는 이들은 양당이 합작하여 내놓은 저축은행특별법, 각종 무상시리즈, 고교의무교육, 사병월급 인상안, 사회복귀지원금제 등을 거론하며 선심성공약의 남발을 경계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을 살펴보면, 민주통합당은 복지논리가 비교적 정연하고 재원계획도 나와 있어서 일찍부터 공약을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새누리당은 개별 안건 중심의 복지 공약들이 소개돼 있고 아직 전체적인 복지공약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지난 달까지 내놓은 복지부문 공약의 소요 경비를 추산한 결과, 앞으로 5년간 최대 34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43조-67조원, 앞으로 5년간 220조-340조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총예산은 325조4000억원, 이중 복지예산은 92조6000억원으로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문 예산을 양당 공약대로 늘린다면 예산은 13.2-20.6% 증가하고, 복지예산은 46.4-72.4%가 더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이만한 예산은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현재 세대에게도 당장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미래 세대에게 많은 빚을 떠넘기는 셈이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현재의 복지 수준을 그대로 두고서도 2050년 정부부채는 GDP 대비 102%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가 33%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며 IMF등이 제시하는 기준대로 계산하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8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숫자는 대부분의 재정학자들이 동의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가부채가 80%가 되면 그 밑으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점차 증가할가능성이 크다고 오정근 교수는 말한다. 국가부채가 80%를 넘어서면, 그 이자를 갚아가는 데만 연평균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이 필요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게 돼 국가부채가 누적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이제 4%대 지지도 어려운 형편인 점을 감안하면 지극히 걱정스런 대목이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230%다. 그동안 국민들이 제로 금리인 국채를 잘 사준 덕분에 버텨줬으나 지난 지진복구를 위해 발행한 국채 20조엔 어치 중 절반밖에 팔지 못했다.

이제 국민들도 국채를 사주지 않는다. 이러면 외국인들에게 국채를 팔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자를 올려줘야 하고 이자를 올리면 국가부채가 더 높아진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

현재의 복지 수준을 유지해도 2040년에는 그리스 수준이 될 것이며, 양당의 복지공약을 실시하면 2040년을 갈 것도 없이 5년 이내 나라살림이 거덜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교수는 포퓰리즘 여부를 판단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재정지출에 과도하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안 된다. 재정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세금을 많이 거두거나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누가 그것을 부담할 것인가. 만약 대기업과 부자들의 증세로 할 것 같으면 해외공장 이전과 조세피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법치와 규율을 붕괴시키는 것은 안 된다. 저축은행들이 일반은행보다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것은 그만큼 위험 하다는 걸 저축자도 알아야 한다. 이는 금융의 가장 기본 원리이다. 이를 허물어버리는 특별법을 제정하면 법치와 규율은 붕괴되는 것이다.

셋째, 근로를 유인하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관리가 너무 허술하여 중복지급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89가지나 되는 각종 사회복지제도가 있는데, 그 중에 100가지를 작년에 조사를 실시했더니 중복수령자가 많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오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복지 수혜가 불공정해져 일 안하고 노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이익이 되는 선진국형 실패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밝혀지고 있다.

넷째, 편가르기식이냐의 여부이다. 가난이 모두 부자들의 탓이라고 하고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을 대기업의 책임을 돌림으로써 양측의 적대감을 이용하여 표를 얻으려는 행위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다섯째, 대외신인도와 국격을 안중에 두지 않는 행동도 포퓰리즘이라고 오 교수는 말했다. 한미FTA를 폐기하면 앞으로 어느 나라가 우리와 조약을 체결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로서 매년 막대한 석유를 수입하고 식량을 수입하고, 외채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그 세 가지 항목만으로 연 1500-2000억 달러의 외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이라는 걸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오 교수는 강조했다.

 

선심성공약은 ‘예산개혁’과 쌍끌이로 가야 성공한다

포퓰리즘의 대책은 특별한 게 있을 수 없다.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재정을 무한대로 늘리지 못하도록 한도를 정하는 방법이다. 스웨덴이 이 제도를 실시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오정근 교수는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부여 받은 ‘재정건전원’ 혹은 ‘재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주장했다.

이곳에서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감안하여 그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이 기관의 장과 위원들은 임기가 보장되고 정치권이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실 이 방법은 제도로서 예산낭비를 막는 것인데, 이 또한 막대한 예산을 쓴다는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새로 상시 조직을 만들고 선심성 여부를 판단하는 조사연구 활동을 벌이는 것 또한 많은 돈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가장 좋기도 하고 가장 어렵기도 한 방법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정부 스스로 감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정부 부처 예산이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다. 과연 정부 정책들이 쓰여질 곳에 쓰여지는 것인지 그 집행과정이 투명한지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이 기획재정부에 특별히 힘을 실어 주어 해마다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 놓고 구조조정을 한다는 각오로 일을 하면 간단하게 일이 풀릴 수도 있다.

반값등록금이 지금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나라와 같은 취약한 대학 재정 상태에서 반값 등록금만 주어지면 대학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 대책이 동시에 나와야 한다. 정부에서 아무런 재정 지원 대책이 없이 등록금을 반값만 받으라고 한다면 한국 대학의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 교육은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지원을 강화해 고교를 나오고서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과도한 대학 진학을 막는 게 합리적 방향이다.

대학 진학율이 80%가 넘는 나라가 반값등록금을 실시하면 대학 쏠림을 더 부추길 소지가 있다. 대학이 고등실업자 양성소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책이란 지원 안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러다간 교육 지원 예산만으로도 나라살림 거덜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새로 짜서 넣는 것보다 본래 하고 있는 일을 더 능률적으로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 정부가 일을 하면 할수록 정부 재정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부채도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져드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진보주의자들은 국가개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과도한 재정 투입으로 인한 국가 부채 증가, 나아가 국가 부도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 자립정신 회복

끝으로 자립 신의 회복이다. 우리 마음속에 어느덧 취업은 정부가 해주는 게 당연한 의무인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걸 정치인들이 이용하고 언론이 질타하면서 은연중에 국민들 마음속에 심어진 것 같다.

한국경제는 이제 초기의 고도성장기를 한참 지나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한해 대학졸업생만 50만 명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다 소화해내려면 연 8% 이상 성장해야 한다. 이는 중국과 같이 초기 성장기에 있는 개도국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그러므로 정부가 개인의 취업을 해줄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몫이 커지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어서 건실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가들이 많이 배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조차도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예산에 소위 ‘빨대’를 꽂는 사이비 기업가들을 양산하는 것으로 점점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정부 부처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권한을 가지려는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이유가 크다.

기업가정신을 돕는 간접적인 지원 정책들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정부가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쪽으로만 정책을 만들려고 한다. 여하튼 개인은 이제 정부 예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 심리를 버려야 한다.

사실 일찌감치 정부 예산은 이미 경직성 예산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손을 댈 수 없다. 그래서 신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공기업 부채로 공약을 실천하고 있는 형편이다. 4대강이 그렇고 보금자리 주택이 그랬다.


한국식 생산적 복지정책 빨리 만들고 실천해야

이번 선거에서 2030이 1500만 명으로 처음으로 4050보다 더 많은 투표자를 갖게 됐다. 이들은 투표에도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까닭에 양당은 더욱 젊은이들이 선호할 수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을 디지털 문화라고 한다. 디지털은 피조 된 복제의 연속이다. 이 속에 아날로그의 정신이 없으면 무의미함의 무한 반복일 뿐이다. 복지 공약이 생명을 잉태하지 않고 무의미한 복제물을 양산하는 프린트로만 작동된다면 이 세상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 수 있다.

그리하여 불만투성이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세상이 온다면 좁은 한반도는 폭발하고 말 것이다. 예산을 얼마 투입하여 몇 퍼센트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식의 정책은 이제 한 물 갔다.

저성장 시대는 개인의 내적 힘을 주동력을 삼아야 한다. 그런 자세를 가질 때 국가의 지원도, 글로벌 환경도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요즘 스웨덴식 모델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발전 단계가 다르고 조건이 다른데 그대로 이식은 곤란하다.

이제 한국 실정에 맞는 복지 모델을 빨리 만들어내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는 한국식 생산적복지 모델을 누가 더 잘 만들어내는가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선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