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자신의 신용등급을 정확히 아는 이가 많지 않다.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또는 카드 한도액이나 금리 등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한다. 평소 신용등급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모든 경제활동의 지표
현대사회에서 개인 신용등급은 매우 중요하다. 신용등급은 대출심사뿐 아니라 카드 발급과 보험을 개설하는 등 모든 경제활동에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신용등급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개인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에서 각 개인 신용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개인별 채무불이행 정도에 따라 1~10등급으로 나뉜다. 보통 1~4등급은 우량, 5~6등급은 일반, 7~8등급은 주의, 9~10등급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금융회사는 이 신용등급과 개인 소득·재산을 합산해 대출심사를 하고 등급에 따라 대출 이자율과 대출 한도가 달라진다. 신용등급이 우수하다는 것은 개인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믿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수등급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제1금융권 대출을 받기가 더 수월하고 대출 이자율도 낮아지고 대출한도도 늘어난다. 반대로 신용등급이 낮으면 그만큼 개인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1금융권 대출은 받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이 가능한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한다. 이는 신용이 낮은 만큼 돈 떼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대출 이자율도 높아지고 대출한도도 줄어든다.
1020 신용등급 추락
우리나라 젊은 층의 신용등급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사회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용정보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에 따르면, 10대는 2008년 1분기 3.96 등급에서 지난해 1분기 5.44 등급으로 크게 추락했다. 20대는 2008년 1분기 5.14등급에서 지난해 2분기 5.62등급으로 평균 0.48등급 악화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나쁜 등급이었다. 이 기간에 30대도 4.51→4.68등급으로 평균 0.17등급 하락했다. 반면 40대는 신용 등급에 큰 변화가 없었고 50대와 60대는 소폭 호전됐다.
한국은행은 “청년층의 실업 문제가 지속되는 경제 여건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러나 금융사가 신용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젊은 층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밝혔다. 이와 함께 등록금대출도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상환이력정보 부채수준 등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용등급평가
그렇다면 누가 무슨 기준으로 이런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것일까? 신용등급을 정하는 건 금융위원회로부터 허가받은 신용조회회사나 금융회사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개인신용(KCB), 한국신용정보(NICE) 등이 개인의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평가기준은 상환이력정보 40%, 신용형태정보 26%, 현재 부채수준 23%, 신용거래기간 11%로 구성돼있다.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첫 번째 항목인 상환이력정보는 현재 연체 보유 여부 및 과거 채무 상환 이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신용카드사용과 신용대출,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부터 핸드폰 요금, 교통카드 요금 등 ‘신용’을 기반으로 한 모든 거래에서 연체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5일 이상 연체했을 경우 향후 3년간은 이 기록이 남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신용형태는 어떤 거래처와 신용거래를 했는지를 말한다. 즉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과다 이용했거나 제3금융권을 이용했을 경우 신용등급은 하락한다. 특히 대부업체나 제3금융권은 단 한 번만 거래했다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6~7등급으로 떨어진다.
부채수준은 소득에 비해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는데 여기에는 신용카드 대금도 포함된다. 리볼빙 서비스 등으로 카드사용액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등급에 영향을 주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거래기간은 특정기간 동안 이뤄진 대출과 연체 횟수로 평가한다. 이때 거래에는 현금서비스도 포함되며 현금서비스로 빌린 돈은 연체 없이 갚더라도 신용등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현재 신용등급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는 저마다 책정한 신용등급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게는 1~2등급, 많게는 5~6등급까지 격차가 벌이지고 있어 등급을 평가받는 입장에서는 등급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평가방식의 차이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다.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리 차이 최대 2배
이렇게 형성된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전국은행연합회의 ‘신용등급별 대출금리’를 분석한 결과 8개 시중은행 연 평균(12개월 기준) 대출금리는 5.76%로 조사됐다.
은행별 대출금리를 살펴보면 한국씨티은행이 연 평균 7.20%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SC은행 6.39%, 외환은행 5.85%, 국민은행 5.74%, 우리은행 5.47%, 하나은행 5.35%, 신한은행 5.18%, 농협은행 4.90%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별 대출금리도 한국씨티은행이 최저ㆍ고 금리차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의 1~3등급(최저) 대출금리는 5.73%이고, 7~10등급(최고)은 12.15%였다. 이에 최저·고 금리 차이가 6.78%나 발생했다.
이어 한국SC은행이 4.96%(최저), 9.87%(최고)로 4.91% 차이를 보였으며, 외환은행 5.06%(최저 ), 9.35%(최고)로 4.29%, 우리은행 4.69%(최저), 8.50%(최고)로 3.81%, 하나은행 4.50(최저), 8.24%(최고)로 3.74%, 국민은행 4.21%(최저), 7.95%(최고)로 3.74%, 신한은행 4.75%(최저), 8.45%(최고)로 3.7%, 농협은행 4.29%(최저), 7.53%(최고)로 3.24% 차이가 났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신용등급별 최대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은 신용등급에 관련한 사항을 안다고 하더라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연체관리 그리고 부채관리
신용등급은 매달 고객의 변경된 신용정보를 반영해 새롭게 산정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신용등급을 위해 정보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인 신용평가회사(신평사)들은 10만 원 이상을 영업일 5일 이상 연체 시 신용평가에 부정적 요소로 반영한다. 따라서 여러 건의 연체가 있을 때는 오래된 연체부터 변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연체기간이 동일하다면 연체금액이 큰 건부터 해결해야 한다. 신용평가에서는 큰 금액을 연체하는 것보다 작은 금액을 자주 연체하는 것이 신용등급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1번 연체한 사람과 10만 원을 4번 연체한 사람이 있다면 후자의 신용등급이 더 나쁘게 작용한다. 물론 신용등급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연체하지 않는 것이다.
연체관리 다음으로는 부채관리를 해야 한다. 자신의 소득보다 큰 액수의 대출은 받지 말아야 하고 과다한 부채를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일부라도 상환하는 것이 좋다. 부채규모를 줄이면 신용 개선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다중채무가 있을 땐 한 군데 금융회사로 모아 관리하고 대출의 경우 분할상환으로 상환비율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체크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신용관리의 한 방법이다.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저신용자의 경우 이력조회가 힘든 현금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해 소액이라도 꾸준히 사용하면 신용평점이 올라간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연체기간이 짧고 연체금액이 소액인 단기연체정보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계약 체결이 거절되거나 신용카드사용이 정지되는 등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연체기간이 5영업일 이상, 연체금액 10만 원 이상의 단기연체정보 관리를 소홀히 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신규 대출과 신용카드발급이 거절되고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등 금융거래를 제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기록은 기간이 장기이며 횟수가 많고 금액이 클수록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일반적으로 연체 중에는 신용등급을 5등급 이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이 되면 8등급 이하로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연체도 연체기록이 자주 발생하고 누적되면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등급관리 10계명
한 번 나빠진 신용등급은 회복이 더 어려워 처음부터 관리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단기연체는 상환 후 3년, 장기연체는 상환 후 5년 동안 신용조회회사의 신용평가에 반영된다. 연체금액을 다 갚았다고 하더라도 최소 3년 동안은 연체정보가 따라다닌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신용등급관리 10계명’을 발표했는데 연체하지 말 것, 대출보증은 가급적 피할 것, 바뀐 연락처를 바로 금융회사에 통보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신용등급관리의 원칙을 살펴보면 ‘잘 빌리고 잘 갚기’를 충실히 이행하면 된다는 간단한 원칙이 담겨져 있으니 한 번 더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