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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사다리정책, 그리고 효과

지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중소기업 지원예산 규모는 79.6배, 같은 기간 전체 정부예산은 4.3배 늘었다. 중소기업 지원예산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이유는 중소기업 지원 혜택을 더 받기 위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려는 편법이 만연된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용근로자 수를 줄이거나 임시·일용근로자 수를 확대하는 등 종사자 수를 조정하는가 하면 자본금을 제한하거나 상호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떳떳하게 중견기업이 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중소기업은 많은데 대기업은 적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이 커서 중견기업이 되고 그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돼야 하는데 실상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이른바 성장사다리정책이다. 중소기업 졸업 이후에 중견기업이 되어 글로벌 역량을 갖춰 대기업이 될 여건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


중견기업이라는 용어는 지난 2010년 마련됐다. 이후 중견기업을 지정하는 기준이 복잡해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월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을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중견기업 판단기준은 ▲상시 근로자수 1천명 이상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 ▲자기자본 1천억 원 이상 ▲3년 평균매출 1500억 원 이상이라는 4가지 기준 중에서 한 가지라도 만족한 기업은 유예기간 없이 바로 지정된다. 또한 규모 기준이 상시 근로자수가 300명 이상이거나 자본금이 80억 원(제조업 기준) 이상인 중소기업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지정된다. 이때 공공기관이나 금융·보험업의 경우 제외된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기업으로, 중소기업기본법상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 원 이상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군에는 속하지 않는 회사이어야 한다. 지난 1월 21일 제정된 10년 시한의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은 오는 7월 22일부터 시행된다.


중견기업은 정확하게 몇 개


우리 기업들 중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몇 개사나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중소기업청에서 제공하는 중견기업 확인제도의 하나인 중견기업확인서 발급현황을 알아본 결과 지난 2012년 70개, 지난 2013년 629개, 올해 495개에 불과했다.
중견기업이 1천 개이든 1만 개이든 기업이 중견기업확인서 발급신청을 하지 않으면 실제로 중견기업이 몇 개사인지 현황파악조차 어렵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일반 중견기업(관계기업 제외)은 2,505개로 전년대비 1,083개(76.2%) 증가했다. 전체기업체 수에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0.04%에서 2012년 0.08%로 확대됐고 여기에 관계기업을 포함하면 0.11%로 추산된다는 게 중기청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이 정도에 불과한 것일까? 중기청은 여러 가지로 이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조업, 건설업 등에 적용중인 자본금 지표와 택일주의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서 중소기업 범위 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 또는 자본금(매출액)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택일주의는 근로자 수 조정 등 인위적 방법에 의한 중소기업 범위 잔류를 허용하게 되고 또한 중소기업 유예제도(3년)에 제한이 없어, 졸업 후에도 조건만 맞으면 무한 반복적으로 중소기업 회귀도 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중견기업 중 연평균 73개 기업이 인위적 방법(근로자 감소 50%, 지분변동 34%)을 통해 다시 중소기업으로 복귀했다. 반면 미국, EU 등 외국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의 중견기업에 대한 복잡한 기준과 달리 단순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1,047개 세부업종별로 매출액 또는 근로자 중 한 가지만 적용하고 있는데 매출액이 7백만 달러 기준, 업종별로 0.75∼35.5백만 달러를 적용하며 근로자는 500명 기준, 업종별로 50~1,500명을 적용(제조업은 500, 750, 1,000명)하고 있다. EU는 종업원 수 250인 미만이고, 매출액(5천만 유로) 또는 자산총액(4천3백만 유로) 이하인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자본금 또는 종업원 수 중 하나만 충족하면 중소기업인데 제조업 기타인 경우 자본금 3억 엔 또는 종업원 수 300인 이하인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재검토하면서 자본금 지표나 매출액 지표를 일원화하는 방안과 택일주의를 폐지하고 단일지표를 적용하는 등 기준을 재설계했다.


중견기업의 역할


중견기업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중기청에서 파악한 자료를 토대로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반 중견기업의 총매출액은 560조 원으로 전년(373조 원) 대비 50.1%(187조 원)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중견기업군 매출총액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2,3위의 매출액을 합한 규모(569.6조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매출액 규모는 1위 256.2조 원, 2위 157.9조 원, 3위 155.5조 원이다.


고용 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총 고용 99만6천 명으로 전년(82만4천 명) 대비 20.9% 증가해서 고용정체 성장시대에 일자리 창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중견기업 고용이 총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7.6%에서 2012년 8.8%로 상승하고 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상용근로자 기준 지난 2011년 1천82만 명에서 2012년 1천128만 명으로 증가했다는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총 수출액도 703억 3천만 달러(제조 612.1, 87%, 비제조 91.2, 13%)로 전년(603억 3천만 달러) 대비 16.6% 증가했다. 중견기업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0.9%에서 2012년 12.8%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관세청 수출입통계 기준 지난 2011년 5천552억 달러에서 2012년 5천481억 달러로 증가했다는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견기업이 되어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우수 중소기업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 졸업 이후의 지원 단절과 다소 왜곡된 중소기업 범위 제도 운영으로 인해 성장보다는 중소기업 잔류를 선택하는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중견기업 후보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 중견기업으로 성장은 매우 저조해서 성장정체현상이 뚜렷하다. 지난 2002년 이후 창업한 기업 중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제조기업은 총 89개(2011년 말 기준)이나, 분할·외투기업 제외 시 5개사에 불과하다.


매출 500억 원 이상 중규모 기업 3천153개(2011년 말)의 중소기업 졸업직전 성장 중단 현상이 확인됐다. 매출 500억 원 이상 중소제조업체 수는 지난 2002년 670개에서 2011년 1,791개로 1,121개 증가했다. 중소기업 비중(중기업 비중)은 지난 2001년 99.7%(2.7%)에서 2011년까지 10년간 99.9%(3.9%) 증가했다.
매출액 기준 (전업종) 상시근로자 기준 (제조업)을 보면 중소기업 범위 경계선상의 10개 기업 중 3개는 분사·고용감축 등 인위적 조정을 통해 졸업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그 동안 받아온 공공구매·세제 등의 지원이 일순간 축소됨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회귀하는 성향을 보였다.


중소기업 지위 유지하려는 피터팬증후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대신 중소기업 지위에 머물려고 하는 현상을 피터팬증후군으로 부른다. 피터팬증후군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오고 있는 방법으로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이다. 가구제조업체 C사는 종업원 수가 약 250여 명, 자본금 150억 원대, 연 매출 2천500억 원 내외로, 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지만, 관계회사를 4개 보유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아니다.

 

이 회사의 매출의 절반가량이 국내 최대의 가구시장인 정부 가구조달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입찰참가자격은 중소기업으로 제한돼 있어 현재의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지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C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규모 요건을 충족시키고자, 일정규모에 달할 때마다 유사업종을 영위하는 관계회사를 설립한 결과 유사업종을 영위하는 4개의 관계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관계회사법 시행이 예정되면서 C사 같은 기업은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외국의 경우에는 관계회사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과 구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관계회사를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과 구별한 이유는 중소기업육성정책을 전개하면서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위해 대기업 관계회사가 아닌 중소기업만 지원해주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종사자 수를 조정하는 경우이다.


A사는 지난 2001년 종사자 수, 자본금 초과로 중기유예기간에 놓였으나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지난 2005년에 상시근로자 수가 약 200명(약 500명에서 300인 미만)이 줄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간 매출액과 자본금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중소기업 안주 전략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B사의 지난 2005년 상용근로자 수는 270명에 달했고 총 근로자 수 역시 동일했다. 그러나 지난 2006년부터 총 근로자 수는 300명을 넘어 급격히 증가한 반면 상용근로자 수는 정체해서 2008년 두 수치의 격차가 80명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회사의 매출액은 25% 증가하고 B사의 자본금이 80억 원을 넘었기 때문에 상시종사자 수가 300명 이상이 되면 중소기업을 졸업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임시 일용직 확대를 통한 중소기업 지위유지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많다. 세 번째, 자본금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C사는 지난 2003년 자본금을 79억 92백만 원으로 늘린 이래로, 종사자수를 200명대 초반에서 지난 2008년도 300명대 중반으로 약 140여 명 정도 늘렸다. C사의 자본금 규모가 중소기업 자본금 요건 80억 원을 충족한다는 점을 본다면, 인위적인 자본금 규모 조정을 통한 중소기업지위 유지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 상호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D사는 지난 2004년 상용근로자 수가 300명이고 매출액은 1천억 원 기준을 초과해서 중소기업 유예기간에 놓였다. D사는 유예기간 만료 직전인 지난 2007년에 중소기업 검토표상의 상호를 변경했고, 이로 인해 원칙대로라면 중소기업 최초 초과년도란에 2004년이 기재돼야 하지만, 중소기업 초과년도가 2007년으로 바뀌었다. 이 역시 중소기업 지위유지를 위한 중소기업 안주전략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은경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 4월 중소기업 졸업 예정기업 250개 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졸업회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졸업회피 전략을 고려한 적이 있거나 현재 고려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약 16%(40개 사)나 됐다. 또 중소기업 유지전략 추진경험에 대해서는 고려한적 없음 84%, 고려한적 있음 10.4%, 현재 고려중 5.6%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졸업 대책으로 외형확대 포기, 생산기지 해외이전, 사업부문 매각 등 축소지향적 사업경영의사를 밝힌 기업이 55%(138개사)나 됐다. 중소기업연구소가 지난 2006년 7월 중소기업 경계선상 기업 463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졸업대책을 묻는 설문 결과, 중소기업 규모유지를 위해 자회사 설립, 아웃소싱 확대, 임시근로자 확대 채용 등 규모 확대 제한 전략을 추진한 경험이 있는 기업이 46.1%(214개 사)나 됐다. 또 중소기업 지위유지 목적의 인위적 규모조정 경험에 대해서는 자회사 설립 아웃소싱 확대, 임시근로자 채용 확대 등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정책만큼 필요한 중견기업정책


중소우량기업(이자보상배율 3이상) 비중은 지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24%에서 45%로 증가한 반면, 부실기업 비중(0미만)은 7%에서 29%로 증가했다. 고성장기업(매출액증가율 30%이상) 비중은 지난 1996년부터 2008년까지 25%에서 29%로 증가한 반면, 저성장기업(-10%미만) 비중은 8%에서 17%로 증가했다.


중소기업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이다. 즉, 자산, 종사자수 등 기업규모는 작으나 특정품목에 집중해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함으로써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 히든챔피언이 나타나는 반면 상당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규모를 축소 또는 유지하는 피터팬형 중소기업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임계구간에 분포한 상장 등록제조기업 52개사 중 약 33%가 종사자수 또는 자본금 조정 등을 통해 중소기업 지위 유지전략을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사실은 국내 기업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이 중소기업도 양극화되면서 우량기업과 함께 부실기업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커감에 따라 정책지원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이 증가하는 현행 정책구조가 기업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주요 정책혜택을 보자면 ▲세제·법인세율 (중소)10%에서 (대)22% ▲특별세액감면 (수도권)20%, (비수도권)30% ▲자금·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 70% ▲원부자재 구입 자금융자(업체당 5억 원, 3년) ▲판로·공공기관 입찰(196개 품목, 연간18조원)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공공기관 50% 이상) ▲수출·해외유통망 및 국제조달시장 진출지원(70%, 1천만 원)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지원(1억 5천만 원) ▲창업·중소 벤처기업시설 운전자금지원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4년간 법인세 50% 감면) ▲기술·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사업(75%)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세액공제(경상매출액의 10%) 등 수없이 많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 졸업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도 많다.


진입규제의 예로 ▲국가·공공기관 발주 건설공사에 참여금액 하한 설정(시공능력평가액의 1%) ▲300인 이상 소프트웨어 사업자의 국가·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구축사업 입찰 및 행위제한 ▲지주회사강제전환(자산총액 1천억 원 이상 기업의 자회사 주식가액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초과) ▲지주회사 부채비율 제한(자본대비 200% 초과 금지) ▲지주회사·증손회사 소유제한(예외: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주식 100% 보유) 의무이행 ▲자산총액 2천억 원 이상 회사에 대한 초과기업 기업결합 신고제도 ▲자산총액 1천억 원 이상 회사는 내부회계관리규정 운용 의무 ▲대기업의 사업진출로 중기경영에 악영향 우려 시, 중기청장이 대기업의 사업조정 가능 등 여러 가지로 많다. 즉, 클수록 불리해지는 정책환경이 기업의 성장의욕을 꺾는다는 것은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기업들의 현실이다.


정책 양극화와 역차별


기업정책이 중소기업-보호, 대기업-규제로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양분돼, 기업이 성장할수록 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은 증가하는 구조여서 중소기업 보호정책으로 인한 역차별도 존재한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종업원 수 500여 명, 매출액 1,500억 원대의 중견기업인데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70% 정책으로 은행권은 최근 금융위기 기간 동안 위험부담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목적에서 우량한 대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인 바 있다. 이 기간 우량한 기업인 A사는 주거래은행에 융자를 신청했으나, A사에 대출 시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금액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이제 막 중소기업을 벗어난 A사는 중소기업 의무대출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은행으로부터 연이어 대출거절을 당해, 당시 회사가 존폐위기에 처했다.


중소기업 졸업 후 정책 환경 급변으로 인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또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B사는 종업원 수가 약 400여 명, 연 매출이 약 2천500억 원 내외, 협력업체가 약 150여 개에 달하여 중견기업으로 분류됐다. B사는 기존에 중소기업으로써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수취했지만, 중소기업 범주를 초과한 최근부터는 장기어음으로 결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협력업체 150개 이상인 B사는 납품대금을 법정기간인 60일 이내에 지불함에 따라 운전자금을 추가로 확보해야하는 상황에 처해 어려움이 많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차별적 정책구조는 기업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저해하고,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편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상대적 약자 보호와 경제발전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일종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같은 정책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우수기업들은 중견기업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 물론 대기업과 비교한다면 상대적 약자에 해당할 수 있지만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요구한다는 것은 기업가의 윤리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호소할 일이다.


최근 들어 기업가의 윤리와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지 공동체의 윤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로 인해 괴로운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중소기업 졸업을 앞둔 우수기업들보다 정책적 배려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중소기업들도 있다. 물론 중소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도 대기업이나 해외글로벌기업보다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정책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 편법까지 사용하는 현상은 건전한 기업윤리라고 볼 수 없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직원들, 그리고 국가와 사회 앞에서 떳떳하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아쉬운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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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장애아들을 평생 뒷바라지 하다 살해한 어머니에게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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