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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CEO


바이올리니스트 최현정의 모험,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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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관한 한 한국은 아직 낭만주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독주회를 모험적인 음악들로 꾸며서 우리 음악계에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최현정 바이올리니스트를 만났다.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혁신, 도전을 기피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편하게 가는 기풍이 만연하고 있다고해도 틀리지 않다. 순수 음악계도 관객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또 관객이 없다는 핑계로 익숙한 낭만주의 음악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 잘하기로 정평 난 최현정 씨가 당찬 이미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독주회를 모험적인 곡들로 장식했다. 지난 달 11월 5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 관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독주회 진행 중에 관중석 곳곳에서 환호가 터지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1시간 반 동안의 연주회가 끝나자 모두들 ‘모험’을 끝낸 승리자들처럼 활짝 웃으며 모험에 동참한 연주자들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Q. 첫 곡은 존 애담스의 <Road Movies for violin and piano>였는데요, 여느 연주회에선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곡이었습니다. 최소한의 리듬과 음재료를 사용하여 반복하는 미니멀 리즘을 추구한 곡이라고 팸플릿에서 소개했는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세요.


최현정  20세기 중반부터 미니멀리즘 기법의 음악들이 작곡되기 시작했는데요, 그전에 풍미했던 낭만주의 음악들이 사람들을 너무 자극하는 것들이었고, 또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나타난 현대음악들은 일반인들에겐 너무 이상하고 괴상한 것들이었잖아요.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 반성이랄까요, 몇개의 음과 리듬만을 반복하는 단순한 미니멀리즘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존 애담스는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곡가로서 퓰리처상과 그래미상을 수상한 분입니다.  제가 이 분의 곡을 선택한 것은 유학 시절에 ‘현대음악 앙상블’이란 과목을 들었을 때 이 분이 직접 오셔서 자신의 곡을 지휘 했습니다. 그때 제가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참여한 인연이 있습니다. <로드 무비>곡은 저의 음악인생의 단면을 표현한다고 할까요.(웃음)

 

연주자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해야 하기때문에 차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에서 많은 생각도 하고 다양한 음악을 듣곤 합니다. 새벽에도 운전하고 밤에도 운전할 때가 있고 안개가 끼었다가도 비와 천둥이 치기도 하고, 터널을 하나 지나가면 갑자기 맑았다가 합니다. 존 애담스의 이 곡을 들으면 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사물들, 풍경들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곡으로 로버트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를 바이올린 독주 및 현악 5중주곡으로 직접 편곡했다고 했는데 현악기들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현정  유학시절에 저의 친구가 첼리스트인데 슈만 첼로 협주곡을 현악 4중주버전으로 편곡했어요. 그때 제가 그걸 연주했습니다. 그 무렵에는 왜 협주곡을 그렇게 작은 편성으로 연주할까 하고 의아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걸 이해하게 됐어요. 제가 연주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주곡을 연주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도 연주자로서 협연을 하고 싶기도 하고 해서 이번에 작은 버전으로 편곡을 해서 연주하게 됐습니다.


Q.국내에서 이렇게 작은 편성으로 편곡을 하는 경우가 드물 것 같은데요, 사실상 처음 아닌가요?


최현정  모르겠습니다. 슈만곡을 작은 편성으로, 더욱이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가 편곡한 경우는 제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웃음) 

 


Q. 이번 독주회의 하이라이트는 <정가와 바로크바이올린을 위한 이중주: 날아와 깃든 새에게>라는 연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중에 시집가는 딸을 보지 못하고 보내는 시에 붙인 곡이라고 설명했는데, 슬프면서도 문향 짙은 시와 고아한 품격을 느끼는 정가의 소리, 고전적인 바로크 바이올린 선율이 모두 참 잘 어울린 연주였고 그만큼 감동을 받았습니다.

 

최현정  이 곡은 정가를 부른 김나리 씨가 이유정 작곡가에 위촉해 쓴 것입니다. 이유정 작곡가가 정다산의 시를 선택해 곡을 붙인 것입니다. 김나리 선생님과는 재작년에도 작업을 한 적이 있고 작년에도 <조선의 춤과 노래, 프랑스를 물들이다>라는 제목으로 공동으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작년에 김나리 선생님과 같이 이 곡을 초연을 했습니다. 초연을 하기 전에는 긴가민가했는데, 막상 연주회를 여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국립국악원이 주최하는 <금요공감>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그 곡이 우수작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올초에 국립국악원에서 이 곡을 가지고 재공연을 했습니다. 재공연에서는 이 공연을 듣고 특히 여성 관객들 중에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정다산의 시가 너무 좋아 최현정 씨가 쓴 팸플릿에 나온 그대로 독자들을 위해 소개한다. 


포롱포롱 날아온 새, 우리 집 매화 가지에 쉬는구나

꽃향기가 짙으니 그래서 찾아왔겠지
여기에 머물고 깃들어 네 집안을 즐겁게 하려무나

이제 꽃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이 열리겠네.

 

-1818.7.14. 강진에서 유배 중인 정약용이 시집가는 딸에게 보내는 시-


Q. 바이올린 연주자들 중에  바로크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왜 현대 악기가 있는데도 바로크 악기에 집착을 하는지요?


최현정  바로크 악기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저는 ‘자유’ 를 느낍니다. 현대 악기로 연주하려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현대 악기로 연주할 때는 음정 하나도 틀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항상 내가 모자란다는 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현대 악기는 ‘슈퍼 카’라고 할 수 있고, 바로크 악기는 ‘앤티크 카’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바로크 음악은 오래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난다고 할까요. 참 묘한 희열감을 줍니다. 바로크 악기로만 연주하는 단체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바로크 악기는 바로크 시대(르네상스와 고전주의 사이)에 만든 곡들만 연주합니다. 바로크 악기는 연주하기가 어렵습니다. 현대 바이올린은 스틸줄인데, 바로크 바이올린은 동물의 창자로 줄을 만들었어요. 그만큼 줄이 민감해 조율하기 힘들어서 정확한 소리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려면 그 시대를 공부해야 합니다. 바로크 음악에 대해 처음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학점따기가 수월하다 싶어서 바로크음악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는데요, 나중에 친구가 바로크 연주회에서 너무 연주를 잘 하는 것을 보고 푹 빠졌어요. 그때부터 바로크 연주회를 보고 좋은 선생님들에게 배웠습니다.    


 Q. 현대음악 작곡가인 양지선 씨의 <vuja de for solo violin>곡도 국악 가락인 시나위를 현대음악으로 만든 것인데, 곡 타이틀이 ‘데자뷔’를 ‘뷔자데’라고 단어를 거꾸로 한 파격에 걸맞게 연주도 파격이었지 않나 생각이 드는군요. 작곡가인 양지선 씨는 익숙한 시나위 곡을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현정  현대음악을 자주 듣던 분들이라면 저의 연주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휘파람 같은 소리, 금속 같은 소리, 줄을 뜯어 내는 강한 피치카토, 활대로 연주하는 것 등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연주를 처음 보는 분들은 생소하다고 느끼겠지요. 연주자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그런 점에서 양지선 씨의 곡을 선택했고 우리는 새롭고 모험적인 음악의 동반자이라고 할까요.


Q.‘더 뉴바로크 컴퍼니’ 대표를 맡고 계신다고요? 어떤 일을 하는가요?


 최현정  더 뉴바로크 컴퍼니는 연주자들의 활동을 통해 수입을 만드는 단체입니다. 우리 컴퍼니는 현재 다섯 개의 콘텐츠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 바로크 음악과 재즈를 가지고 비발디 사계를 연주하는 겁니다. 또 우주의 심포니를 만들어서 ‘바로크 음악과 과학’이란 주제로 하나의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비발디, 조선에 나타나다’라는 주제로 바로크 음악과 판소리, 아쟁, 그리고 앙상블 시나위와 공동으로 연주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한 ‘조선의 춤과 노래, 프랑스를 물들이다’ 등이 있습니다. 올해는 양지선 선생님의 작곡으로 현재의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이들 콘텐츠들을 무대에 계속해서 올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군요.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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