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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답은 현장에 있다”, 김용목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

“1% 여유를 가지자”, 49대 51 철학 … “단순 양보 아냐, 미래를 보고 배팅하라는 것”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수많은 기업노조와 산별노조까지 각각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노동계 지역본부 의장 선거는 조합원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4분의 1 가까운 인원이 모여 있는 경기도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초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제13대 의장선거는 보기 드문 선거로 치러졌다. 단독후보도 쉽지 않은데, 투표 결과 98%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말 그대로 ‘통합’이었다. 지난해 2월22일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제13대 의장에 취임한 김용목 의장은 취임일성으로 이 같은 ‘통합’의 힘을 ‘현장’으로 가져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년을 2달여 앞두고 만난 김용목 의장은 인터뷰 내내 ‘현장’을 강조했다.

 

그야말로 빈틈이 없었다. 사무실내 걸려 있는 하얀 스케줄 화이트보드 판은 주일, 주말 구분 없이 검은 글씨로 가득 차 있었다. 김용목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은 “당선될 때 슬로건이 ‘통합의 힘을 현장 속으로’였다”면서 “‘현장에 문제가 있고, 현장에 답이 있다’가 노동운동을 하면서 지켜온 철학이자 소신이었기 때문에 취임 이후 늘 현장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덧붙여 “경기도 내 여전히 투쟁현장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김용목 의장이 언제나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목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의장은 (주)노루페인트 노조위원장 4선, 한국노총 경기중부지역지부 의장, 12대 경기지역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현장에서만 20여년을 노동운동가로 살아왔다. 특히 국가적 위기상황에 놓였던 IMF 시절을 노동조합 부위원장,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주)노루페인트 노사관계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상생의 노사관계로 만들어 놓았다. “언제나 현장과 함께 했던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김 의장의 리더십이 이제는 개별 사업장을 벗어나 경기도 지역 노동자들을 향하고 있었다.

 

 

노사관계, “해법은 양보와 신뢰 쌓기”

 

‘비정규직 제로’ ‘20년 무분규, 임금교섭 1차 타결’ 등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요즘 찾기 힘든 기업 가운데 하나가 (주)노루페인트다. 말로만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이 위탁으로 운영하는 사내식당도 직접 운영해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주)노루페인트 정규직이다. 노사관계의 비결을 묻자 김 의장은 “노사 간에 신뢰가 쌓여야 한다”면서 “신뢰를 쌓는 경험을 계속한 노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루페인트 노사가 신뢰를 가지게 된 경험으로 IMF 시기를 꼽았다. 해방둥이 기업이자 페인트 한 종목으로 탄탄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주)노루페인트도 IMF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쉽게 넘지는 못했다. IMF 직전에 화재사고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거래하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자, 노루페인트도 결국 존폐의 기로에 섰다.

 

회사로 들이닥친 채권단은 인원감축 30%를 요구했다. 당시 김 의장은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 나선 상황. 김 의장은 “노동조합에서 인원감축만을 피해달라고, 임금감축을 받아들이겠다고까지 했지만 채권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결국 우선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조합원들을 떠나 보냈다. 다만 회사가 정상화 됐을 때 정리된 노동자들을 우선 채용해 달라는 전제를 달았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회사를 위해 노동조합이 채권단 조건을 수용했고, 이후 회사는 정상화와 함께 약속을 지켰다. 김 의장은 “회사가 위기를 돌파하고, 정상화되자 정말 회사는 인원이 필요해 질 때마다 노조와 상의해 순차적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을 복직시켰다”면서 “지금은 다른 곳으로 재취업해서 가신 분들 외에는 100% 다 복직됐으며, 노사 간 신뢰가 쌓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의장은 이후 내리 4선을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돼 노동조합을 이끈다. 상호 신뢰가 형성된 (주)노루페인트는 2008년 리먼사태 위기 당시에는 인원정리 대신 노조가 앞장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회사는 60세 정년 이후에도 촉탁직으로 63세까지 고용을 늘려주는 것으로 답했다.

 

“처음에는 조합원과 회사 양쪽을 다 설득해야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습니다.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해야겠다는 생각에 어용시비가 붙을 정도로 생산성·이익창출 프로그램을 노동조합이 돌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정리됐던 조합원들도 돌아오고 하니까 반발했던 조합원들도 집행부에 믿음을 가지게 됐고, 회사와도 신뢰가 형성됐습니다. 지금은 임금교섭을 노조에 위임하기까지 합니다.”

 

 

“1% 여유를 가지자”, 49대 51 철학

… “단순 양보 아냐, 미래를 보고 배팅하라는 것”

 

지금의 (주)노루페인트의 상생의 노사관계 이면에는 김용목 의장의 ‘49대 51’ 철학이 있다. 김 의장은 “1%의 여유를 가지고 내가 49를 가지자 하는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면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자세로 임하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듯해도 결국은 양보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노동조합도 여유를 안고 가자는 것”이라면서 “항상 우리가 1% 정도의 양보하는 마음을 안고 가면, 진짜 우리가 어려울 때 잡을 수 있다고 노조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노조의 양보에 회사는 성과급 등으로 응답해 줬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과 회사 양쪽의 신뢰 쌓기, 태생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협상테이블을 차리는 노사관계에서 이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김 의장은 “단순히 손해보고 양보하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미래를 보고 배팅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근로시간단축, 비정규직 문제까지 해묵은 문제에 대해 수년째 해결이 요원하다.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어 쉽사리 해결구도도 보이지 않는다. 해당 문제에 대한 김 의장의 생각과 2019년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용목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주)노루페인트와 노동조합의 IMF 극복 내용으로 강의를 많이 다니시는 것으로 압니다. 노사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또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시는지요

 

김용목 : 강의를 다니다보면 여전히 서로 간 신뢰가 부족함을 종종 느낍니다. 태생적으로 노와 사는 서로 견제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저도 매번 신뢰를 강조하긴 하지만 이 구조는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대화와 인내, 스킨십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꾸준히 한 노사는 위기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점을 가장 강조합니다.

 

Q.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건으로 다시금,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김용목 : 결국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임금이나 복지를 자제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나눈다는 마음이 없으면 해결될 수 없습니다. 회사의 파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정규직이 나누지 않으면 결국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루페인트도 노조가 회사상황을 인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노력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움직이지 않았을 때는 인원충원이 안되다 보니 오히려 조직이 경직됐습니다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회사가 숨을 쉴 수 있게 되니까 그렇게 뽑아달라고 해도 안 뽑아주던 신입사원을 알아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늘 공장의 정규직들은 1억 가까운 연봉을 누리는데 비해 비정규직은 반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고임금 고복지는 컨트롤 하면서 파이를 나누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Q. 최저임금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용목 :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는데 시장이 파란이 일었습니다. 최저임금 적용을 못 받는 사람들에게 임금을 올려줘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취지라고 봅니다. 아쉬운 점은 최저임금을 올려서 기업도 불만, 산입범위도 함께 늘리면서 노동조합도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별 효과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아르바이트 등을 고용하는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입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정책의 효과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속도를 조절하자는 등’ 진솔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정부가 너무 정책적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할 경우 오히려 노동조합과 회사의 협상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희 같은 경우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고령화·노령화 감안해서 임금피크제를 스스로 설계해 만들어 박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박근혜 정부가 정년 60세를 만들면서 저희 집행부는 지탄을 받았습니다. 버텼으면 임금피크제를 하지 않고도 그냥 정년 60세가 됐을 텐데 선제적으로 도입해 임금만 깎였다 이겁니다.

 

정부는 정년60세를 먼저 만들어놓고 이후에 임금체계를 개편하라고 하는데, 어느 누가 하겠습니까. 처음부터 함께 연계해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노조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리면서 임금체계 개편이라는 숙제만 남겼습니다. 한국은 서로 신뢰가 부족해 사회적 대화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디게 가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사회적 옥동자’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Q. 새해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 목표를 말씀해 주신다면.

 

김용목 : 조직력 확대·강화가 가장 큰 목표입니다. 미조직 노동조합을 조직화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하는데 힘쓰고자 합니다. 많이 선진화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후진적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노사의 개념도 없이 회사는 노동탄압인 줄도 모릅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회사는 노동조합을 기업경영의 바탕으로 인정해주고, 노동조합 역시 내 것만 챙기려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런 문화가 정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경기도는 대한민국 인구의 1/4이 모여 있어 경기도 지역 노사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새해는 경기도에서 노사정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기업하기도 좋고, 노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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