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며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 북부 접경 지역을 넘어, 캄보디아 서부와 태국 동부 지역까지 교전이 확대된 가운데, 양국이 휴전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했지만, 실제 중단까지는 진통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태국 국방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5시 10분경, 캄보디아군이 태국 뜨랏주 내 세 지역을 공격했고, 태국 해군이 즉각 대응해 교전을 벌였다.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이 자국 서부 뽀삿주에 포격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지역은 초기 충돌 지점에서 남서쪽으로 250㎞ 이상 떨어져 있다.
뜨랏주 지방정부는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으며, 태국 동부 사깨오주에서도 충돌이 벌어져, 국경을 접한 7개 주 중 6개 주가 현재 교전 지역으로 확인됐다. 전날엔 뜨랏주와 찬타부리주 내 8개 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되기도 했다.
태국군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민간인 14명과 군인 6명 등 총 20명이 숨졌고, 6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캄보디아 측도 민간인 8명과 군인 5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AFP는 이번 충돌의 사망자 수가 2008~2011년 국경 분쟁 당시보다 많은 33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외교적 중재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훈 마네트 총리는 소셜미디어에서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휴전 제안에 동의했다고 밝히며, 태국 측도 동의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뒤, 태국이 입장을 바꿨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안와르 총리 역시 태국과 캄보디아가 휴전과 병력 철수에 합의했지만, 실제 실행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말레이시아 관영 베르나마 통신이 보도했다.
찌어 깨오 유엔 주재 캄보디아 대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비공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뒤 "조건 없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태국 외교부 대변인 니꼰뎃 발란꾸라는 최근 몇 시간 동안 교전이 완화되고 있으며, 태국도 말레이시아의 중재 지원에 열린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태국은 "휴전은 현장의 상황이 적절할 때 가능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마릿 싸응이얌퐁 태국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가 먼저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태국이 선제적으로 군사 행동을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캄보디아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휴전과 대화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한 외교관은 15개 이사국 모두가 양측에 긴장 완화와 자제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역시 양국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력히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