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강원 강릉 오봉저수지의 수위는 11.5%까지 떨어졌다. 일부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고, 지역 주민과 농업인은 제한급수 위협까지 경험했다. 이례적인 저수율 저하는 기후변화가 강수 패턴을 바꾸면서 ‘물이 있지만 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30여년 간 지속된 대구 취수원 논쟁은 이 같은 변화가 지역 문제를 넘어 산업·전력·국가 리스크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해당 논쟁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발생 뒤 2009년 대구가 중앙정부에 취수원 이전을 공식 건의하면서 제도권 의제로 굳어졌다.
지난 2022년 4월 대구와 구미가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에 합의하며 해결 국면으로 가는 듯했지만, 민선 8기가 출범하며 이견으로 다시 흔들렸고, 대구는 안동댐 ‘맑은물 하이웨이’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이전 자체를 접고 강변여과수·복류수 등 ‘취수 방식 변경’으로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새 정부 방침이 제시되면서 논쟁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은 상황이다.
◇ 산업은 물로 돌아간다...‘물 스트레스’가 산업 리스크로
국내 산업체의 물 스트레스 노출도 역시 높다는 분석이 있다. 2025년 3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87.5%), 산업재(70.3%), IT(69.8%), 에너지·유틸리티(53.7%) 등 주요 산업이 ‘물 스트레스’ 위험 수준에 처해 있다. 산업용수 공급 불안정은 곧 생산 차질이나 운영 비용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발전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화력·원전 발전은 냉각수 확보가 필수다. 가뭄 시에는 하천 수위가 낮아지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취수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발전 효율 저하·출력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력 발전 역시 유량 변동에 민감해 물 안정성이 전력 생산 비용과 계통 운영 안정성에 영향을 준다. 이런 맥락에서 물은 전력망 제약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변수다.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역시 물 리스크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제 로펌 화이트앤케이스가 2024년 12월 발표한 ‘Data Centers and Water: Scrutiny & Opportunity(데이터센터와 물: 감시와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냉각 과정에서 연간 수십억 리터 이상의 물을 사용한다.
1MW급 데이터센터는 연간 최대 2550만 리터의 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전력 수요가 커질수록 냉각수 수요도 증가한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물 사용량 확대는 향후 수자원 관리에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 평년 기준 물 관리의 한계...요금·배분·재이용 ‘정책 리셋’ 필요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도 국내 물 관리 체계가 여전히 평년 강수량을 전제한 설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농업·산업·발전에 대한 용수 배분 우선순위와 산업용수 요금 체계는 기후위기 시대의 불안정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호우로 강수량이 많아 보여도 저장·재이용 설계가 미흡하면, 다음 건기에는 다시 가뭄 리스크가 발현된다.
실제로 2023년 세계자원연구소(WRI) 자료를 보면, 한국의 가용 수자원 대비 실제 물 사용량은 40~50%로 세계 평균(20%)의 두 배를 웃돈다. 이는 즉각적 물 부족 상황은 아닐지라도,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자원 구조를 보여준다.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전문가들은 가뭄을 더 이상 기상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를 비롯한 산업 리스크”로 봐야 한다고 고 강조한다. 강수 패턴이 변하는 시대에 물 관리 체계는 평년 기준을 넘어, 산업용수 재이용 확대, 광역 물 관리, 요금 신호 제공 같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뭄은 더 이상 농업 피해 통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산업 가동률, 발전 안정성, 데이터센터·AI 인프라 입지 전략까지 흔드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 기후위기 시대, 물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