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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국에서 피케티가 열풍인 이유

토마스 피케티는 부·소득과 불평등에 대해서 연구하는 프랑스 경제학자이다. 그의 ‘21세기 자본은 원래 2013년 프랑스에서 출판되었으나 올해 4월 하버드대학교 출판부가 출간하면서 동 대학 출판부 101년 역사상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됐다.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일주일 만에 46만 권을 인쇄할 정도로 열풍을 일으키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피케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가 실증적 통계자료를 토대로 제시한 소득의 불균형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도 소득 불균형이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이어서 책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았던 것이다. 최근에 정부가 담배세나 주민세, 자동차세를 올리는 등 서민에게는 증세를 하면서도 부자들에게는 감세를 추진하는 모순을 보여 정부 정책으로 소득 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지난 912일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주식 증여세도 낮추기로 해 대표적인 부자감세로 지적되기도 했다.

 

노동의 대가를 앞지르는 자본의 수익률 

피케티는 자본수익률(r)과 경제성장률(g)을 비교·분석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으면 자산가들이 그만큼 부를 많이 축적한 것으로 간주했다. 즉 근로자들이 노동의 댓가로 얻는 임금의 상승률(경제성장률)보다 돈이 돈을 버는속도(자본수익률)가 빨라지는 것이다그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세계 20여 개국의 300여 년 동안의 납세 자료에서 1~10% 최상위 소득자들의 소득 집중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는 소득 불균형의 형태를 보여주었다. 1870~2010년까지 프랑스, 영국, 독일의 소득배율을 보면 자본의 증가율이 막대한 것을 알 수 있다. 19세기 말 자본/소득은 700% 이상이었으나 1914~1945년에는 200~300%까지 감소했다. 이것이 다시 195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0년에는 500~600%으로 높아졌다. 피케티는 이처럼 자본수익률은 언제나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쏠림과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는 상위 10% 소득비율이 193780%를 넘었다가 1929년 대공황 이전 50% 가까이 하락했다. 이후 1987년까지 60%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2년에는 75%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의 상위 1%의 소득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2845%를 상회하는 등 정점을 찍다가 1978년까지 24%로 하락했으나, 2013년에는 40%에 이르고 있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소득 불균형 해소방안

 

피케티는 소득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해 누진적 소득세와 글로벌 자본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진적 소득세는 상위 1%의 소득계층에게 80%에 이르는 세율을 적용하고, 상위 5~10% 소득계층에는 50~60%을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글로벌 자본세는 20만 유로의 재산에는 0~0.1%의 세율을 부과하며, 100~500만 유로는 1%, 500만 유로 이상은 2%, 10억 유로 이상은 5~10%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세를 일부 국가만 도입할 경우 자본의 해외도피 우려가 있으므로 국제적인 협조 하에 글로벌 자본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피케티는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 기회의 평등이 소득 불균형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흔히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통해 학교공부보다 앞선 교육과정들을 배운다. 학교에서는 누구나 학원에서 미리 공부해 왔을 거라는 생각에 학생들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더 비싸고 좋은 학원이나 과외 선생에게 배운 학생들의 실력이 월등해지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성적이 뒤쳐져 간다. 고등학교를 마치더라도 대학 등록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저소층의 자녀들은 학자금대출로 학비를 조달하다보니 사회에 나가서도 학자금대출금을 갚느라 허리 펼 날이 없다. 따라서 교육기회의 평등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론적 약점을 뛰어넘는 피케티의 성과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조원동 중앙대 교수는 피케티가 부동산, 금융자산 등 자산을 폭넓게 적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성장 이론의 자본 개념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체 자산규모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며, 이미 종합부동산세 같은 누진세를 적용하고 있고 부동산은 감가상각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은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선 장하성 고려대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라는 저서에서 2012년 한국의 가계가 보유한 전체자산 중 주택 자산의 비중이 78%이 되지만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하다고 했다. 2012년 전체자산 중 금융자산의 비중이 미국 65%, 네덜란드 59%, 일본 54%, 캐나다 46%에 이르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장하성 교수는 피케티가 제시한 글로벌 자본세에 대해서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글로벌 자본세가 아닌 토빈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토빈세는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78년 주장한 이론으로,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토빈세는 증권거래세처럼 시장에서 거래될 때 부과되므로 절차가 간단하며, 자본세처럼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금융 자산 정보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잠시 토빈세가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시들해졌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교보문고 북모닝CEO 특강에서 피케티 이론을 강의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피케티의 글로벌 소득세 80%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만약 한국에서 소득세를 80% 적용하는데 일본에서 50%만 적용한다면 자금은 일본으로 유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소득세를 적용하려면 모든 국가가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시대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누진적 소득세의 부과가 자본가들의 수익창출 의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현진권 원장은 300년간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서 자본 불평등에 대한 자료를 산출해냈다는 것은 놀라운 업적이라고 추켜세웠다.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들은 자료를 대입할 때 샘플로 하므로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정태인 원장은 소득 불균형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 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소득 불균형과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피케티의 소득 불균형에 대한 통찰은 유용한 것이며 우리사회가 분배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국민을 위한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어쩌면 피케티가 제시한 최고세율 80%의 누진적 소득세와 글로벌 자본세는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발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은 300년간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소득 불균형의 실태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동안 공론화되지 않았던 소득 불균형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논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여기서 참고해야 할 것은 경제학 이론의 양대 축이다. 하나는 시장의 합리성을 강조하며 규제완화(성장 위주)를 외치는 고전학파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의 비합리성을 주장하며 정부의 역할(복지정책 등)을 요구하는 케인즈학파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낮아지고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어느 한 경제이론만을 선별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므로 국민과의 충분한 합의와 여론 수렴을 거친 뒤 국민을 위한방향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라본다.

 

MeCONOMY Novemb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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