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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해외직구, 약일까 독일까

 

해외직구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제 해외직구 시장의 확대는 유통의 탈국경화라는 흐름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내수시장의 위축이라는 측면에서 양날의 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외직접구매를 의미하는 ‘해외직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쇼핑트렌드로서 자리잡고 있다. 해외수입브랜드를 국내에 비해 20%에서 5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삼성·LG전자 등의 전자제품을 5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해외직구의 방법에는 크게 해외직접배송과 해외배송대행, 해외구매대행 등 3가지가 있다. 해외구매대행은 해외직접구매의 절차, 언어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구매대행사이트를 통해 해외제품을 구매하고 배송받는 형태로 위즈위드, 오렌지플러스 등 업체가 있으나 최근에는 배송비 외에 10%대의 높은 대행수수료가 발생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배송대행은 해외직구 시 국내로 직접 배송받기 어려운 제품을 해외 배송대행지를 거쳐 다시 국내 주소로 배송받는 형태로 몰테일이나 아무 등의 업체가 2009년 이후 등장했다. 특히 아마존, 에베이 등 초국적 쇼핑몰이 확대되면서 쇼핑몰이 직배송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 해외직구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해외직구 시장은 3천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3년간 3.8배 성장한 것이다. 2014년 10월 현재 1조3천500억원으로 이미 2013년 규모를 훌쩍 넘어 2조원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유통업계는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 230조에 달하는 국내 유통시장 규모에 비해 1% 안팎이며,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38조5천억원의 6% 수준에 불과하지만 직구 인구가 매년 30~40%씩 성장하는 추세에서 유통시장의 10%, 20%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별로는 최대 쇼핑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직구가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 국가별 해외직구 규모를 비교한 결과, 미국이 3천666건으로 74%를 차지했고, 중국이 565건(11%), 독일 237건(5%), 홍콩이 213건(4%) 순이었다. 품목별로 2009년 의류·신발, 건강식품, 화장품 등의 해외직구 비중은 62%였으나 2013년에는 53%로 감소했으며 TV 등 전자제품, 스키장비 등 취미·생활용품 등으로 품목이 다양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 차이가 큰 삼성·LG 등의 국산 전자제품의 선호도가 대폭 높아졌다.

 

호갱 탈출…쇼핑의 탈국경화


해외직구가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숙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직구 증가요인은 무엇보다도 가격경쟁력”이라며 “가격이 20~50%까지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는 해외직구가 획기적인 쇼핑채널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입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성 등을 갖춘 해외의 다양한 제품들을 비교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직구족들은 2012년 롯데와 신세계가 미국 아동브랜드 짐보리·갭과 독점 수입계약을 맺어 한국발 주문접수를 차단하고 현지가격보다 2~4배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을 하는 등 ‘아이 옷 거품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숙경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해외직구를 통해 값비싼 국내 소비시장에서 ‘호갱’으로 전락하는데서 벗어나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쇼핑에 있어 온·오프라인과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추세로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직구가 주로 ▲국내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가 더 저렴한 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국내에 수입이 안 되거나 수입되더라도 고가에 판매되는 수입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등 두 가지 경우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경우는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제품 제조사가 국내내수시장과 해외수출시장의 가격을 차별화해서 판매하는데 따라 발생한다. 국내내수시장의 경우, 이 두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경쟁이 적어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외수출시장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하다 보니 수출됐다가 해외직구를 통해 다시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라도 가격이 국내 판매가격에 비해 저렴하다. 두 번째는 해외수입브랜드의 제품을 공식수입업체가 수입해 높은 유통마진을 붙임에 따라 발생한다. 해외수입브랜드는 공식수입업체가 수입을 해서 기업별총판 또는 백화점 등으로 유통돼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이 과정에서 공식수입업체들은 많게는 8배 이상의 유통마진을 챙긴다.

정부, 수입업체 유통마진 잡기 나서


관세청이 지난해 12월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수영복의 경우, 1개당 1천278원~37만4천113원 사이에서 수입되며 국내 판매가격은 평균적으로 수입가격의 약 8.44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향수는 50ml당 209원~5만985원 사이에서 수입되며 국내 판매가격은 평균적으로 수입가격의 약 7.98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또 가죽지갑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은 평균적으로 수입가격의 약 3.35배 수준에서 형성됐으며 손목시계는 수입가격의 약 3.28배 수준, 침낭은 수입가격의 약 3.19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독과점적 수입유통구조에서 수입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을 경쟁을 통해 완화시키기 위해 ‘독과점적 소비재 수입구조 개선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에 따르면 주요 소비재의 수입가격과 판매가격 간 격차가 크고 외국과 비교 시 판매가격이 높은 수준이지만 주요 소비재 수입구조가 독과점적인데다 해외직구·병행수입 등의 대안수입 비중이 미미해 경쟁창출이 어렵다. 특히 해외직구의 경우 빠른 증가추세에 부응하는 통관 절차 개선과 반품·환불 관련 소비자 보호 등 제도개선 노력이 미흡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해 6월16일부터 소액(100불 이하, 단 한미FTA에 따른 미국제품에 한해 200불까지 가능)의 해외직구 품목에 대해 통관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통관목록 대상 품목을 현행 6개 품목에서 식·의약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전 품목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이러한 해외직구 통관절차 간소화를 통한 직구 활성화로 공식수입업체들과 경쟁을 유발해 수입품의 국내 유통가격을 낮춰 물가안정에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관세청이 지난해 4월 10개 품목의 공산품·가공품에 대해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을 비교·공개하고 같은 해 12월 가격변화를 재조사한 결과, 수입실적이 있는 모델(전체의 80%) 중 72.7%가 수입가격이 하락했으며 27.3%가 국내 판매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73%는 국내 판매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유통업계, 블프에 ‘맞짱’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과 더불어 확대되는 해외직구 시장으로 인해 국내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년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대형마트의 매출(2014년 10월 기준)은 전년 동월대비 0.9%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백화점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2.2% 떨어졌다. 서울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은 올해 하반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30%나 줄었다. 실제로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독일 지멘스 전기레인지의 경우 240만원인데 비해 해외직구 구매대행업체에서는 약 50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삼성전자 55인치 티비의 경우, 이 판매점에서 240만원~280에 판매되는데 비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시 116만원(관세, 부가세 등 포함)에 판매됐다.


판매점 관계자는 “전자제품의 경우, 최근 들어 해외직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품목”이라며 “해외직구 확대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 백화점의 폴로 매장은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실제로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12만원 이상 가격의 폴로티셔츠를 해외직구를 이용하면 3만원 대에 구매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방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내걸고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 정리를 위한 미국의 최대할인행사로서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할인행사를 벌인다. 이날 기업들의 회계장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국의 온라인유통가는 추수감사절이 끝난 뒤 돌아오는 첫 번째 월요일부터 쇼핑시즌을 시작하는데 이를 ‘사이버먼데이’라고 부른다. 지난 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는 한국의 해외직구족들의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2013년 4만여 건이었던 한국의 해외직구는 8만여 건으로 늘었다.


한편 세계적인 IT미디어 CNET의 한국판 씨넷코리아는 지난 해 12월19일부터 21일까지 양재 at센터에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CNET 화이트마켓’ 행사를 벌였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한경생활과학, 소니 등 40여개 국내외 주요 가전 제조업체가 직접 참여했다. 이 행사는 제조업체가 직접 참여함으로써 유통마진을 낮춰 인터넷최저가보다 10~50%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노트북, 태블릿 등 IT 제품들과 생활가전 등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LG전자는 아이세븐노트북을 인터넷최저가에 비해 40만원이나 저렴하게 판매해 행사 첫날 매진됐고 코언블랙박스는 인터넷최저가로 23만원짜리를 12만원에 판매했으며 19만9천원짜리 한경생활과학 스팀청소기는 12만8천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1번가, 롯데닷컴 등 온라인쇼핑몰 10개 업체는 지난 달 12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11번가는 매시 정각마다 50% 할인쿠폰을 발급했고 아이폰6, 캐나다구스 등의 인기상품을 50%에 특가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캐나다구스의 경우 36벌, 아이폰6의 경우 96대 밖에 준비가 안 된데다 50% 할인쿠폰도 1만원까지 밖에 적용이 안 되는 등 물품수량, 할인규모 면에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대적인 행사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으며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지난 12월19일부터 21일까지 본점 포함 총 7개 점포에서 17일부터 21일까지 수입의류브랜드와 잡화 등 140개 브랜드가 참여해 10%에서 90%까지 할인행사를 펼쳤다. 유통업계들은 해외직구 확대에 대한 또 다른 대책으로서 역직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역직구는 외국소비자들이 우리나라 판매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서 해외직구와 반대의 개념이다. ‘천송이코트’로 대표되는 한류상품이 대표적인 역직구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G마켓은 2013년 9월 한류열풍에 힘입어 기존의 영문샵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10월에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중문샵을 열었다. G마켓 뿐 아니라 11번가 영문샵도 매출의 급격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2013년 역직구 시장규모는 3천700억원대를 기록했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 대표(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관광객들이 역직구타킷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이제 유통의 탈국경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국내내수 진작 저해…유통지형 변해야


이처럼 한류열풍을 이용해 27조원 규모의 중국 해외직구 시장을 붙잡기 위해 온라인업체들이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직구 확대로 인한 국내 내수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2013년 발표한 ‘해외직구 확대가 국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리포트를 통해 “백화점은 의류, 잡화, 매출 비중이 75% 이상이며 국내 독점브랜드가 대거 입점하고 있어 해외직구 확대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고가의 의류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아울렛도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숙경 연구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 해외직구는 당연히 경제적으로 유리하니까 하는 것이며 수입물가를 안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지속적으로 해외에서 소비가 이뤄지면 내수 진작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최근 소비심리와 내수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외직구로 국내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은 내수 경기 활성화에 위험 신호”라며 “해외직구가 늘어나는 게 반드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대표는 “해외직구로 빠지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디자인과 기능성 등 다양한 제품을 찾아서 해외직구로 빠지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과 유통업계는 해외직구의 확대를 유통마진이 과도하게 많고 제품이 선진국에 비해 질이나 다양성이 떨어지는 점 등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국내의 소비지형과 유통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광군절, 영국의 박싱데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과 같은 대대적인 쇼핑주간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규모나 가격, 수량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뜨고 있는 옴니채널을 통한 소비자들의 발을 묶어두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옴니채널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만의 강점과 재고관리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의 강점을 접목해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더 이상 ‘호갱’이 아닌 유통의 탈국경화를 주도하는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소비자로 거듭나고 있다. 구조적인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춰 차별화된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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