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가 타결됐다. 중국의 13억 내수시장을 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와 아울러 낮은 타결수준과 높은 비관세장벽 등으로 개방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농식품분야가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효자종목’으로 꼽히는가 하면 중소기업 측에서는 중국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낮거나 저부가가치 품목의 피해를 우려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한중FTA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3대경제권과 FTA네트워크 완성
한중FTA가 지난 2012년 5월에 협상을 개시한 이래 3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10일 타결되면서 한국의 FTA 역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 우선 한중 FTA 타결은 2004년 칠레와 처음으로 FTA를 발효시킨 후 10년 만에 EU(유럽연합),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의 FTA 네트워크를 완성시켰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체제에 본격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경제영토에 있어 칠레(85.1%), 페루(78%)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인 73.2%로 확대해 명실공히 무역대국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이뿐 아니라 한중 FTA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 구축에 핵심축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특히 14억 인구의 규모와 10년 이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등극하게 될 중국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미국, EU보다 먼저 FTA를 체결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이번에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경제전반을 포괄하는 총 22개 항목(챕터)에서 협상을 타결지었다. 중국은 특히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를 FTA에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이번 체결을 통해 연간 87억불에 해당하는 대중국 수출 품목의 관세철폐가 즉시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458억불에 해당하는 물품은 발효 10년 후 철폐될 전망이다.
한·중 FTA가 최종 달성될 경우 연간 54억4천만달러(약 6조원)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한·미 FTA(9억3천만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천만달러)의 3.9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이번 FTA를 통해 상품무역뿐 아니라 서비스 무역 및 양국 간 투자 확대도 증가할 전망이다. 통관절차와 비관세장벽 관련해 ▲48시간 내 통관 원칙 ▲700달러 이하 원산지 증명서 면제 ▲원산지 증명서 미구비시 수입 후 1년 이내 특혜관세 신청 가능 등도 타결됐다.
산업자원통상부는 “한중FTA는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동북아평화와 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중 FTA는 역대 최저 수준의 FTA로 꼽힌다. 중국은 품목 수 91%, 수입액 85%를, 한국은 품목 수 92%, 수입액 91%를 각각 20년 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한미FTA는 10년내 관세 철폐율이 한국 100%, 미국 97.4%에 달하며 한-EU FTA의 경우에도 한국은 99.5%, EU는 98.1%의 상품에 대해10년내 관세를 없애기로 한 바 있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산업이 가공무역 중심에서 소비재 중심 무역으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국 산업과 시장 진출에 대한 연구와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철강 등 품목에서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는 점 등은 향후 관세가 완전철폐 됐을 때 오히려 중국산업에 역공당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 중국 공략할 ‘블루오션’
한편 농축수산물에 있어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중국산 농수산물이 우리 식탁을 크게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수산물은 품목 수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FTA 역대 최저수준으로 개방키로 합의됐기 때문이다. 전체 수입액 기준 60%(금액 약 21억불, 품목 670개)를 초민감품목으로 묶고 그 중 절반에 해당하는 30%(10억불, 614개 품목)를 양허제외했다.
쌀은 한중 FTA에서 완전 제외키로 했다. 양허제외되는 품목은 고추, 마늘, 양파, 사과, 감귤, 조기, 갈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이다. 현행 20%인 김치 관세는 FTA 발효 첫 해 0.2%p 이내에서 부분 감축된 뒤 이후에는 변동이 없다. 산자부는 “우리 농수축산물에 대한 국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농수산축산물 시장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며 “30% 양허제외는 FTA 사상 유례가 없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제외”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측은 쌀, 설탕, 담배, 유제품 등 102개 품목을 양허제외했으나 나머지 1천29개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이 중 화훼류, 수목류, 약용작물 등은 관세가 즉시 철폐되나 냉동육류와 신선과실류는 10년, 신선육류와 과채류 가공품 등은 15~20년, 김치는 20년 철폐된다.
이병훈 한국농업정책연구원 글로벌협력연구부 연구위원은 “중국으로 수출하는 김치의 경우, 관세율은 현행 25%에서 20년 이후 완전철폐된다”며 “그러나 막상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김치수출 못 한다. 100g당 30마리의 대장균이 있으면 중국의 위생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과실류나 과채류도 마찬가지다. 관세상으로는 열어줬지만 검역기준으로 수출이 막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삼계탕 등 열처리가금류, 파프리카, 참외, 단감, 딸기, 포도, 감귤, 토마토 등 9개 품목에 대해 검역기준으로 인해 수출이 막혀 있는 것을 열어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아직까지 풀린 품목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검역기준과 원산지기준 등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아울러 그는 “농식품은 중국을 공략할 수 있는 블루오션으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남아산은 한국산에 비해 품질이 낮고, 일본산은 원전사고 등 여파로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농식품은 강원도와 제주도의 ‘청정이미지’가 있으며 우수한 품질도 인정받고 있다. 유제품 등 웰빙푸드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유럽이라는 거대시장을 등에 업고 농축산물 원료를 값싼 가격에 수입해서 치즈와 맥주 등 고부가가치 가공식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네덜란드가 주는 시사점도 크다”며 “신선채소·과실·육류의 수출보다는 고부가가치 가공식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대응전략”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중국의 부유층 뿐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우리 농식품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며 “중국내 다양한 소비계층의 소비성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대응을 하기에는 우리 농식품기업과 농민들 상황이 열악하다”며 “정부와 관련기관 등이 경쟁력 있는 농식품 개발 및 수출에 관심을 갖고 중국 진출산업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해 지원·육성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업종, 전방위적인 대책 수립해야
양국은 공산품분야 품목의 90% 이상을 최대 20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은 품목 수 59%, 수입액 54%를 발효 즉시 관세 철폐하고 품목 수 90%, 수입액 80%를 발효 후 10년 내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우리 수출의 66%에 해당하는 품목들의 관세는 10년 내 철폐되고 20년 안에 85%에 달하는 품목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항공기 부품, 유선통신기기 부품 등은 5년 내 관세가 사라진다. 냉장고와 에어컨 등 저가 가전제품은 10년 내 철폐된다. 철강(냉연,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등), 석유화학(프로필렌, 에틸렌 등), 주력소재도 일부 추가 개방했다. 섬유·수공구·베어링 등 영세중소 제조업 품목 및 합판, 제재목 등 목재류에 대해 양허제외, 관세 부분감축 등 보호장치를 활용했다. 자동차의 경우 중국 측의 개방불가 입장 및 우리의 현지화 전략 등을 고려해 양국 모두 시장개방에서 제외했다.
산자부는 “영세 중소제조업 등 민감 분야에 대한 보호와 함께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주력·유망 수출 품목의 시장 접근 개선에 중점을 뒀다”며 “중소기업의 수출활로를 개척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산자부는 “업종별로는 기능성 의류, 액세서리, 스포츠 레저용품, 건강웰빙제품, 의료기기, 고급생활가전 등 중소기업 품목들이 많고, 그 외에도 철강, 석유화학 등 일부 주력업종도 개방해 앞으로 고부가가치 분야의 교역이 크게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제품 중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에 크게 밀리는 업종, 저부가가치·단순가공 품목의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한중FT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전방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연은 섬유의 경우 제품경쟁력을 보유한 아라미드와 피혁은 관세철폐가 유리할 것이나, 영세한 화학섬유 직물과 포대의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비록 편직제 의류가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되긴 하였으나, 향후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활용품 중 영세소기업과 소공인이 주로 종사하는 가구, 욕실자재용품 등 생활용품 업종은 관세철폐로 인해 타격이 클 전망이다.
중기연은 놀이터 공원의 시설물 및 운동기구 업종은 수입증가에 반해 중국 내 낮은 수요로 인해 수출전망이 밝지 않아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용접기, 단조장비 및 주물의 경우, 우리나라는 관세를 즉시철폐하나 중국은 민감품목으로 지정하거나 일정기간 유예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기연은 디지털가전과 비금속광물제품, 생활용품, 철강의 경우 관세율이 전체 평균 및 대 중국 관세율보다 높아 혜택이 예상되지만 자동차와 석유화학 일부는 장기간에 걸쳐 개방될 계획이어서 혜택이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엄부영 중기연 연구위원은 “우선 중소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영향 진단과 함께 기존 FTA 지원·활용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보다 중소기업 친화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소기업ㆍ소공인의 생산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설운영ㆍ현대화 자금지원, 한중 FTA 전용 R&D를 통한 집중적인 기술지원·개발 등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10대 수출품목을 스마트폰·자동차·조선해양·석유화학·반도체·디스플레이·정유·철강 등 8개 산업으로 재구성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중심으로 중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6대 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근래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본부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중국에 앞서고 있으나 앞으로 중국이 바짝 추격해 올 것”이라며 “웨어러블·사물인터넷·자동차 등의 차세대 분야에서 늘어날 반도체 수요물량에 적시 대응하여 세계시장 선도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중국과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기존 사업영역 이외의 새로운 사업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품과 기술의 수명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주력산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정홍채 한국FTA산업협회 본부장은 “의료기기 또는 헬스케어라든지 화장품 쪽이 관세가 철폐돼 경쟁력이 있다”며 “화장품 분야는 중국에서도 미개척 유망분야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콜마의 경우 중국 북경과 상해의 지역특성과 기후차이에 따라 유분이 많거나 적은 화장품을 만들어 현지업체의 매출이 우리나라 업체 매출보다 더 높다”며 “제품의 현지화전략을 구사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의 노력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승부 걸만한 전자상거래 분야
이번 협상 가운데 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DDA 수정양허안 수준 이상의 양허를 확보했으며 네거티브 방식의 후속협상을 통해 추가 양허 및 투자 진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 엔지니어링, 건설 분야에서 중국에 설립된 우리기업들은 중국이외의 지역에서 달성된 실적을 인정받지 못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있었지만 한중 FTA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면허 등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중 FTA 통신 챕터 협정문에 통신 분야의 투명한 경쟁 보장 장치를 포함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중국 진출 국내업계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던 중국내 통신규제 관련 무역장벽을 완화해 통신 분야 규제환경의 비차별성, 투명성, 예측가능성 증대가 기대된다. 투자분야는 ISD(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를 도입해 중국 내 투자한 우리 투자자를 보호한다. 이밖에 재중 주재원의 최초주재기간을 2년으로 확대(현재 1년)하고 상용 방문자 복수비자 발급확대에 합의하는 등 자연인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전자상거래 분야는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관행유지를 명시적으로 합의해 전자서명, 종이 없는 무역, 개인정보보호 등 전자상거래 촉진기반을 마련했다.
정경채 본부장은 “중국 인구가 13억이라면 해외직구 인구는 10억이 넘는다”며 “전자상거래 협상으로 인해 향후 양국 간 전자상거래 촉진 기반 마련에 획기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알리바바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전자결재시스템”이라며 “전자결재시스템을 중국 해외직구족들에게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지식재산권은 특허, 상표, 저작권 등 실체적 권리 보호를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고 민사·형사 집행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정문에 합의했다. 우리나라 방송사업자의 방송에 대한 보호기간을 중국내에서 50년으로 연장(기존 20년)했으며 소위 ‘짝퉁’ 상표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상표권 제도를 개선했다.
비관세장벽 해소 단초 마련
이번 한중FTA를 통해 관세 인하 이외에 우리 업계의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인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양국 간 공식적인 대화창구가 마련되고 비관세조치를 대상으로 하는 중개절차가 도입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허가제, 기술무역장벽(TBT), 위생 및 검역조치(SPS), 원산지 규정 등 비관세장벽을 두텁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기술무역장벽 중 하나가 중국 강제인증제도(CCC)다. 한국 제품이 국제적 인증을 받았더라도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별도의 CCC를 받아야 하는데 6개월~1년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번 한중FTA에서는 전기제품에 대해 국제 공인 성적서를 상호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시험 성적서 상호 수용 협상을 개시할 것을 명시해 기술무역장벽을 푸는데 기여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 팀장은 “TBT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호인정협정(MRA)를 통해서 한국에서 받은 인증을 중국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기술의 표준화, 공정의 표준화를 통해 상호간 인정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MRA란 정보 처리 시스템이나 정보 처리 제품에 대해 어떤 나라에서 인증된 보안 레벨 상호인증을 조인한 모든 국가에서 통용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협정이다.
원산지 기준은 한국산 원자재가 얼마나 포함돼야 완성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은 해외수입 원자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걸림돌이 됐던 비관세장벽으로 꼽힌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가장 애로를 겪는 원산지 기준의 유형은 '결합기준'이다.
원산지 판단의 방식은 완성품을 만들면서 원재료 상태보다 부가가치가 얼마나 늘었는지, 완성품 단계까지의 가공공정을 따지는 방법 등이 있다. 수입국이 이 방식 중 하나만 택하면 '단일기준', 두 가지 이상을 조합해 판단하면 '결합기준', 수출기업이 선택하도록 하면 '선택기준'이 된다. 중국은 석유화학과 기계제품 등 1천10개 품목 대해 결합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 협상을 통해 적용대상을 47개로 대폭 감축했다.
이번 협상에 따라 신선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완전생산기준으로, 가공농수산품은 세 번 변경기준 중심으로 합의했다. 또 석유제품, 화장품, 플라스틱, 유기화합물 등 품목에 대해 대부분 단일 4단위 세 번 변경기준으로, 섬유 제품은 주로 세번변경기준 또는 역내 부가가치기준(RVC 40%)으로 설정했다. 의류 제품은 2단위 세번변경기준 또는 역내 부가가치기준(RVC 40%)으로 합의했다.
세번변경이란 원산지규정 적용에 사용되는 원칙으로서 외국에서 생산된 원료로 국내에서 생산된 품목이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상이한 제품으로 만들어져 세 번 변경된 경우 국산 제품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중기연은 “통관·인증 등의 비관세장벽이 완화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특히 중국의 CCC인증이 완화될 경우, 그동안 2~3년의 수출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의약품, 놀이터·공원 시설물, 방송통신 장비, 뿌리산업 관련장비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병훈 연구위원은 “원산지 증명을 받기 위한 수입규격요건 충족이 필요하다”며 “생산단계에서 원재료와 농약, 유전자 변경 등 정보가 중국당국이 요구하는 바와 일치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FDA 요구조건과 라벨링 등 기술적인 조건을 일관되게 맞추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생산단계에서 수출전문단지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귀 팀장은 “각종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이번 한중FTA의 의의가 크다”며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역대국 도약
우리나라는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인도, 유럽연합(EU), 페루, 미국, 터키 등 9개국(연합)과 FTA가 발효 중이며 콜롬비아, 캐나다, 호주 중국, 뉴질랜드 등 5개국과는 FTA가 타결됐다. 중국은 현재 홍콩, 마카오, ASEAN, 칠레, 파키스탄,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코스타리카, 대만, 아이슬랜드, 스위스 등 12개 국가 및 단체와 FTA를 체결한 상태다.
FTA가 확대되는 국제환경에 제대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FTA에 대한 관세철폐 유예기간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과 중국산업과 FTA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창우 한국FTA산업협회 회장은 “체결국가의 FTA 협상내용 뿐 아니라 체결국-경쟁국과의 협상내용까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경쟁국의 관세가 더 낮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13억 중국시장을 우리의 내수시장으로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는 우리의 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