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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절실하다


끼이익, 철컹무거운 쇠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총성과 포탄이 날아드는 소리에 몸이 움츠러든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입구를 지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그림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어두운 지하로 향하게 된다. 지하에서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생한 영상증언과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꽃다운 나이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그녀들의 아픔과 슬픔이 전해진다.

 

굳게 닫힌 일본대사관


그걸 다 기억하고 살았으면 아마 살지 못했을 거예요.” 1991814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증언하기 전까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은 세상의 편견 앞에 말 못할 ()’을 품고 살았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생존자는 53명이다. 87세부터 97세에 이르기까지 90세에 가까운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다. 199218일부터 이어져온 수요시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대사관 문을 굳게 닫고 있는 일본 정부 측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령의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실 때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성 있는 공식사과를 받지 못하면 일본대사관 문은 영원히 굳게 닫혀버릴 것으로 보인다. 광복 70년이자 한일수교 50년이 되는 올해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지난 2181166회를 맞은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매주 수요일 정각 12시에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다. 90세인 김복동 할머니와 88세인 길원옥 할머니가 그 자리를 지키며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1165회차에는 일본에서 온 일조협회 시마다 변호사가 나와 자유발언을 했다.


아베 정권의 장관들 중 80% 이상이 역사수정주의자인 상황이며,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움직임이 심각해지고 있다. 아베정권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가 공통적으로 사용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통렬한 반성진심어린 사과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역사수정주의와 일본 헌법 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을 전쟁국가로 만들려는 아베 정권에 경종을 울리는 국제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데 협력해 나가겠다.” 이처럼 양심있는 일본의 시민단체도 있는 것에 작은 희망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일본에서 20년 넘게 연대한 시민단체도 있으며, 일년에 정기적으로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일본 시민도 있고, 일본 교수가 학생을 데리고 와 참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매년 광복절에는 정대협과 함께하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이 일본대사관에 공개서한을 전달하지만 아직까지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사과에 대한 답변은 한 번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임시기구로서 25년째 운영되는 사연

 

현재 전국적으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를 돕는 단체는 7개 정도가 존재한다. 각 단체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각 지역에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정대협은 19901116일 결성되었다.


정대협이 결성된 계기는 그보다 몇 달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1988여성과 관광문화 세미나에서 윤정옥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후, 국내 여성단체들이 산발적으로 일본 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 19906월에는 일본국회에서 한 사회당 의원이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질의를 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 대표는 국회에서 군이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관여하지 않았고 민간업자가 한 일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 발표가 알려지면서 전국의 37개 여성단체가 함께 모여 정대협(1990. 11. 16)을 만들었다.


이런 보도가 계속 나오며 일본 정부의 부인소식이 세상에 알려지자 김학순 할머니가 용기를 내어 정대협에 찾아왔다. 김학순 할머니는 내가 살아있는 피해자다. 그런데 왜 일본 정부는 저렇게 증거가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며 신고했고, 19918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임을 증언했다. 유엔은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공개증언을 기억하기 위해 8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정하고 있다. 정대협은 결성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로서 협의체의 성격이 강했다. 임시기구로서 문제가 해결되면 해산되는 그런 목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공식사과는커녕 군의 개입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대협은 25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은 여전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범죄 인정, 진상규명, 국회결의사죄, 법적배상,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립, 책임자처벌 등 7가지 사항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7가지 요구사항을 이행시키기 위한 활동으로는 가장 먼저 매주 수요일 정각 12시에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리는 수요시위가 있다. 지난 20111214일에는 1천회 차에 이르렀으며, 올해 10월 경에는 1200회 차에 이르게 된다. 수요시위에는 20여 개 회원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주관하며, 청소년, 일반인 등 국내외로부터 매회 400~500명 가량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생존자의 복지활동도 중요한 활동이다. 현재 한국정부에 등록된 238명의 할머니 중 생존자는 53명에 불과하다. 생존자들은 대부분 80~90대에 이르는 고령이므로, 생존자의 의료지원 및 상담, 치유 프로그램은 꼭 필요한 활동이기도 하다.


한국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범죄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도록 촉구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1992124일에는 외무부 내에 정대협실무대책반을 만들어 정신대 피해자 신고를 접수받도록 했다. 또한 1993년 생활안정지원법 제정을 촉구하여 생존자들에게 임대아파트(11~18)를 제공하고 일본 전범의 출입국금지법안(1997)을 통과시키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외에도 한국 정부가 대일외교 및 국제기구 활동에서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하는 활동도 해나가고 있다.


정대협은 2012년부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가 정식 발족했고 9여 년 기간 동안 국민들이 정성스럽게 보내준 모금액으로 박물관이 세워질 수 있었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한 곳에 정체되어 있는 박물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활동들이 고스란히 박물관에 전시되어 새로운 메시지들이 추가되는 것이다.


실제로 박물관 2층에는 수요시위 현장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자료가 비치되어 있으며, 추모관에는 고인이 되신 할머니들의 사진 위에 꽃을 헌화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그래서 정대협은 이 박물관을 활동하는 박물관, 흐르는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자라나는 세대의 동참에 힘 얻어

 


나비는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상징물이다. 나비는 알에서 유충으로, 유충에서 번데기로,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번데기 상태를 벗어나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다니는 곤충이다. 윤미향 상임대표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나비로 비유한 데에는 피해자들이 번데기 단계에 와있어서 아직 날개를 펴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나비기금은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이 당신들도 많이 아파봤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이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나비기금은 모이는 즉시 그대로 콩고나 베트남 등에 지원금으로 발송되고 있다.


정대협은 92년부터 아시아피해국들과 연대대응하기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만들었다.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아시아 피해국들과 함께 유엔 인권위원회에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재소해 유엔이 여기에 대응하도록 하는 활동을 해왔다. 1996년에는 유엔 여성폭력문제특별보고관에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대한 조사활동 보고서를 제출했고 유엔은 이 보고서를 채택했다. 유엔은 1998년 인권소위원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통해 위안부 문제는 전시 성적 노예제였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며, 일본 정부에게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 및 배상뿐만 아니라 해당 범죄자 색출에 나서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권고를 거부했고, 정대협은 세계 여러 나라의 국회에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하는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 119일 일본 아베 총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가 헌화했다. 나치 독일에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최근 일본 정부가 미국 역사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피해사실을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년에는 150만명의 서명을 모아 일본 정부에 전달했으며, 올해도 이 활동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취재 도중 분당 송림중학교 역사탐구반 함께 만드는 역사교사와 학생들이 정대협을 찾아왔다.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을 위한 서명지 39장 총 780명의 서명을 받아서 찾아온 것이다. 서명지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만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후원달력 5박스도 전달했다. 윤미향 대표는 피해 할머니들이 용기있게 피해사실을 알리게 된 계기는 일본 정부의 역사를 거스르려는 행태로 인해 분노하고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더불어 지금까지 할머니들이 열정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은 이처럼 자라나는 세대들이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을 기억해주며 문제해결을 위해 동참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모아 꽃피움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은 피해 할머니들의 압화작품을 통해서도 전개되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19971229일 정식 출범했다. 시민모임은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에 생존해 계신 피해 할머니들의 복지문제 해결과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인사동, 8월에는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희움과 함께하는 희망벽화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심달연, 김순악 할머니의 압화작품을 그리는 작업이었는데, 6월 인사동에서는 15, 8월 신사동에서는 20명 내외의 참가자가 동참했으며 신사동에서는 피해 할머니 가족이 함께 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구에서 희망벽화 그리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희망벽화에 반영된 심달연, 김순악 할머니의 압화작품은 피해자들의 심리치료에서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이 그 동안 피해사실을 침묵 속에 가두어 두었기 때문에 이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된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압화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들을 통해 피해자 문제해결 기금을 조성하는데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에 시민모임은 희움(희망을 모아 꽃피움)’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할머니들의 작품을 응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은 의식팔찌, 가방, 파우치, 엽서, 책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판매수익금은 일본군 위안부문제해결 활동과 일본군 위안부역사관 건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이렇게 모인 기금을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일본군 위안부역사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피해 문제는 할머니들만의 슬픔일 수 없다. 그 할머니들이 바로 우리의 이웃 할머니일 수 있으며, 할머니들의 고통은 그 시대 우리 국민이 겪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피해자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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