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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새는 우리 건강보험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과 재외국민도 3개월 이상 거주했거나 유학·취업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이 명백한 경우는 내국인과 똑같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정당한 신분으로 국내에 취업했거나 유학 와서 질병이 생기면 당연히 건강보험을 적용받아야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 제반 현실을 살폈다.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지혜(가명, 28)씨는 미국인이다. 부모님은 시민권자로 미국에 거주하고 김씨만 한국에 직장을 잡으러 입국했다. 3개월치 보험료를 선납하기만 해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친척 언니의 주민번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그냥 친척언니 주민번호만 알면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3개월치를 내고 신청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또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냥 귀찮아서 하지않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현재 직장에 들어가 직장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까지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 사업장의 근로자, 공무원 또는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외국인과 재외국민은 직장가입대상자에, 직장가입자가 아닌 외국인과 재외국민 중 국내에 3개월 이상 거주했거나 유학·취업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이 명백한 경우는 지역 가입대상자에 해당된다. 아직 3개월 이상 국내에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유학·취업 등의 사유로 3개월 이상 거주할 것이 확실하면 건강보험 가입자로 인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건강보험증 도용과 대여 등으로 인한 건강보험료 부당수급액이 무려 7천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 2012년 한 해 동안 지출된 건강보험 재정은 최대 1조원을 넘어섰다.


2012년 내국인을 제외한 건보 이용자는 총 152만410명(외국인 144만5천103명, 재외국민 7만5천307명)으로 건보 재정은 최대 1조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과 재외국민에게 지출된 건보급여 중 정상적으로 사용된 것은 2천696억원이었고, 건강보험증 도용과 대여 등으로 인한 부당수급 액수는 최대 7천495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보공단은 추산했다.


건강보험증 대여, 주민번호 도용


지난해 한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수십 년 전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 한국 국적을 상실한 50대 후반의 한인 여성이 외국에서 췌장암에 걸렸다. 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자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와 여동생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치료를 받았다. 그해 12월부터 2012년까지 51차례 입원 및 외래진료를 받았고, 건보공단은 3천400만원의 부담금을 지급했다. 동생 이름으로 치료를 받던 김씨는 결국 사망했고, 서류상 사망 처리된 동생이 자진신고 하면서 부당수급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번호 도용은 사실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않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객님 성함이랑 주민등록번호 작성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병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다. 그리고 나면 이걸로 끝이다. 앉아서 진료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설사 건강보험증을 제출한다 해도 본인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의사나 병원 입장에선 설령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했다 하더라도 고객이 떨어질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료 시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의료기관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는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국회에 발목이 묶여 있다. 건보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IC 카드)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수년째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내국인, 외국인 가리지 말고 일단 단속이 됐을 때 처벌수위를 크게 높여야 한다”며 “돈을 더 걷을 생각을 하기 전에 우선 이렇게 빠져 나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파악 어려운 외국인 평균 건강보험료만 내면 돼


우리나라는 소득파악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경우 건강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이 따르다 보니 평균 건강보험료만 납부하게 돼 있다. 이에 반해 내국인의 지역가입자는 ‘소득파악이 어려우면’ 재산과 자동차뿐 아니라 세대원의 인원·성별·연령에 소득금액의 가산점수까지 적용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피부양자 제도도 문제다.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 건강보험제도는 1977년 도입됐다. 당시부터 피부양자가 실질적으로 소득이나 재산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면제받아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보험재정에 손실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피부양자제도는 내·외국민 할 것 없이 악용되고 있다. 일부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의 자녀들이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악용하는 사례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지난 3월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에서는 해외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두 아들이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피부양자 인정기준을 지속적으로 강
화해 왔고 현재는 소득 종류별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 결과 분석대상자 중 피부양자 A의 경우 귀속 근로·기타소득 3천311만원, 연금소득 3천698만원, 금융소득 2천168만원으로 총 소득이 9천177만원에 이르러 지역가입자 세대 중 상위 12.4% 이내에 해당하는데도 소득종류별 기준을 충족한다는 사유로 피부양자로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은 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에 피부양자에게 귀속되는 소득금액 총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자로 소득요건을 추가해 운영방안을 마련할 것”을 올 3월 통보했다.


의료관광국 영국, 외국인 무상진료 폐지


영국은 지난 1948년부터 국가 의료제도(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통해 누구나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상의료 혜택만을 위해 입국하는 의료관광 목적의 외국인으로 인해 영국 정부의 비용적 부담이 컸다. 영국이 주요 의료관광국이 된 이유는 무상의료를 받을 수 있는 보건의료제도(NHS) 인증번호를 구하기 쉽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서비스 카드를 발급받는 방법 중 하나가 ‘지역 외래 환자 외과’에 등록하는 것인데 거주지 주장이나 의료관광과 같은 모호한 체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직원이 충분하지 않아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NHS를 이용하는 외국인 환자가 증가했다.


또한 영국에서 외국인이 NHS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 거주자’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단기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과 그 배우자에게까지 치료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도 외국인 진료의 급증 원인이었다. 결국, 2013년 영국 정부는 국민건강보험(NHS) 재정난 극복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과 이주민에 대한 유상진료를 도입해 연간 5억 파운드(약 8천551억원)를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복지부는 무상진료 서비스 혜택을 노린 외국인 이주민의 이른바 ‘의료관광’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영국 복지부는 민간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외국인의 무료 진료에 드는 비용이 연간 20억파운드(약 3조4천억원)에 이른다며 전액 충당은 어려워도 4분의 1 정도를 환수해 재정 운용에 숨통을 트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 유럽연합(EU) 출신 이주민에 대해 입국할 때 연간 200파운드(약 34만원)의 NHS 이용료를 선납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영국복지부는 이와 관련, 무료진료를 받으려고 영국을 찾는 이른바 ‘의료관광’에 따른 NHS 진료비 부담이 연간 최대 3억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복지부 장관은 “외국인에 관대한 영국 의료체계는 국민을 위한 것이지 국제적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단기 이주자와 관광객은 정당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수급자,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


우리나라는 3개월 이상만 거주할 것이 확실하면 외국인에게도 건강보험이 전면 적용된다. 그렇다 보니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들이 몇천만원에 달하는 암이나 중증질환 치료만 받고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사례가 종종 도마에 오른다. 우리나라가 요건으로 내걸고 있는 3개월이라는 기간은 건강보험 제도의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다. 누구나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영국만 해도 외국인은 6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이조차도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올해 4월6일부터는 외국인들이 더 이상 무상진료를 받을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의 피부양자로 등록만 되면 외국인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중국적이었다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면 주민등록이 말소되고 건강보험공단에 주민등록 말소가 통보되면 자동적으로 건강보험이 말소되지만, 외국인 등록번호가 나오면 이를 가지고 다시 피부양자로 신고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절차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얘기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돼 건강보험증 대여·도용한 부정수급자에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115조 2항)으로 처벌하고 있다.

 

MeCONOMY Magazine Apri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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