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기능인들의 축제? 지방기능경기대회를 가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주최하는 2015년 지방기능경기대회가 4월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열렸다. 그동안 지방기능경기대회는 그들만의 축제라 지적당하며 지역 사회에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지역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며 지역별 특성을 담은 특성화경기대회, Young Skill 올림피아드대회도 함께 열었지만 여전히 대회 참가자들 대부분은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로 반쪽짜리 대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는 독일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18번째 종합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50년 스페인에서 출범한 국제기능올림픽은 직업기능을 겨루는 국제대회로 2년마다 세계 각 도시를 돌아가면서 개최된다. 현재 국제기능올림픽은 무역, 기능인과 고등과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6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07년부터는 기업의 지원과 참여에 힘입어 4회 연속 대회를 제패했다. 우리나라는 선진 제조강국과 신흥국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숙련기능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기능대회는 그들만의 축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숙련기능인들은 1960~70년대 한국 경제개발 계획과 맞물려 국내에 기술 붐을 일으키며 한국이 공업입국이 되는 기반이 됐지만 기능인들을 낮게 보는 사회적 풍토는 나아지지 않았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정부는 2012년 숙련기술장려기본계획을 발표했고, 전문가들은 기능인 우대 풍토를 조성해야 능력중심사회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들만의 축제에서 지역축제의 장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주최하는 2015년 지방기능경기대회에는 4월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17개시·도 102개 경기장에서 8천271명이 참가했다. 예비숙련기술인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은 지방기능경기대회는 1966년 시작되었으며, 같은 해 동시에 개최된 전국기능경기대회는 올해 울산에서 50회를 맞이한다. 서울지역은 서울공고, 용산공고, 성동공고, 한양공고, 한국산업인력공단(서울지역본부), 한국산업인력공단(서울남부지사) 등 6곳에서 열렸다.


 개막식과 함께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서울공고를 찾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이었다. 중앙운동장에는 여러 부스를 설치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엄마와 케익을 함께 만드는 아이도 있었고, 화훼장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들어설 때 본 하늘의 드론은 기술을 체험하는 학생들이 조종하고 있었다. 숙련기술 작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서울공고에는 기능경기대회뿐 아니라 경기장을 찾은 지역주민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시연행사를 하고 있었다.


대회 운영을 맞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최종성 대리는 “지난해부터 경기대회와 더불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기 위한 다양한 경연대회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지방기능경기대회는 그들만의 축제라 지적당하며, 지역 사회에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었다. 이에 여러 시도가 엿보였다. 최종성 대리는 “태양광 자동차 만들기, 초콜릿 만들기 등 지역별 특색을 담은 특성화경기대회도 열고 있다”며 “과학상자 모형제작, 로봇배틀 대회 등 초·중등학생들이 참가하는 Young Skill 올림피아드대회도 함께 열고 있다”고 전했다.


개막식은 오후 3시에 운동장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실제 경기가 진행중에 개막식을 열다보니 대회장은
어수선했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씩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심은 부족해 보였다. 경기진행도 정해진 시간이 있는데도 사전준비가 미흡해 경기별로 조금씩 늦춰지는 등 국가가 주최하는 기능경기대회로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었다.



냉동기술 직종 홍일점, 이승희


이번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는 남자들만 출전하는 냉동기술 직종에 유일한 여고생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서울 지방기능경기대회 냉동기술 직종에 참가한 이승희(17세)씨는 해당직종에서 전국 유일의 여성 출전자다. 냉동기술 직종이란 제빙, 식품저장 및 가공부터 경공업, 중화학공업 등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냉동장치를 경기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수리한다. 냉동장치 기구배치, 배관구성, 압력용기 제작, 전기회로 구성, 시운전 및 측정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인테리어 분야에 종사했던 아버지를 따라 가끔 작업현장에 놀러 갔던 이 씨는 아버지가 만드는 다양한 소품이나 물건들이 신기했다.


이 씨의 아버지는 “승희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선뜻 진로로 기술을 추천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게 해 주고 싶어서 2012년 전국기능경기대회를 관람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작업장에 관심을 보인 이승희씨는 경기장에서 냉동기술 직종 경기 장면을 관람하고 기술인의 길을 결심했다. 이 씨는 “냉동기술 분야는 배관, 용접, 전기 배선 등 웬만한 시공 기술이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며 “다양한 기술습득을 통해 멀티 플레이어 기술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는 직종인 만큼 연습기간도 길고 용접 등 위험한 작업 과정이 많아 여성에게는 더욱 힘든 분야다. 또한 남자들이 대부분인 분야라 같이 고민할 친구들과 거리감이 있어 부담이 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후회는 없다는 이 씨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제 실력을 점검해 볼 생각”이라며 “여자에게 생소한 부분이지만 전국대회 그리고 국제대회까지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승희 씨는 이번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수상했다.



아직도 고등학생 참가자가 월등히 많아


그동안 지방기능경기대회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출전을 위한 관문으로만 여겨져 소수 엘리트 학생들이 주로 참여해 왔다. 이에 정부는 국민참여형 기능경기대회로 탈바꿈시키겠다며 팀 과제, 지역별 특화된 직종개발 등 노력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도 입상자를 포함해 출전자 대부분이 기존 대회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등학교에 편중(80%가량)돼 있다. 대학과 산업체, 개인 참가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2년도 지방기능경기대회 참가자 비율은 고등학생 82%, 개인 5.6%, 산업체 3.4%였다.


정부는 지방기능경기대회와 전국기능경기대회 활성화로 지역사회의 숙련기술 개발과 보급, 지역간 숙련기술 수준의 상향평준화와 숙련기술 존중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가장 아래 단계인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부터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 마저도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주된 이유는 대학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거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던 최성식(33, 가명)씨는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이유는 나가서 입상할 경우 가산점을 받는 등 대학진학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취업을 위해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확률적으로 기능경기대회 입상을 노리기보다는 자격증을 더 많이 따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취업이냐 진학이냐


전문 직업교육 후 바로 취업한다는 취지로 세워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전문계 고등학교 학생들도 절반 가까이 대학진학을 선택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2012년까지 대학진학률이 50%가 넘었다. 지난해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업률이 진학률을 넘어섰지만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학력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풍토와 숙련기술인력이 취업 이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송기남 전 직업전문학교장은 “일과 학습의 병행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일한 경력을 제대로 인정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학교장은 선취업 후진학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은 진로탐색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실로 자신의 적성은 일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난 2009년부터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2월17일 청년위원회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입직하고,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는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캐나다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에서 CNC 선반 직종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조재우씨(27)는 먼저 취업을 선택했고 뒤늦게 창원대학교에 입학했다. 조재우씨는 “직장과 대학을 오가느라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현장실무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선취업 후진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3학년에 재학중인 김남정씨(45)는 중소기업에서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중견간부다. 부족한 실무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다시 학교를 찾았다. 김 씨는 “인생 경험을 통해 터득한 이치로 20여 년 전후의 나이차가 있는 학우들과 즐거운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공부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독일의 이원제 직업교육, 계속교육의무 법제화한 프랑스


독일은 기업과 직업학교의 이원제로 운영되는 직업교육과정을 가지고 있다. 의무교육을 마친 만16세를 대상으로 3년 6개월 기간동안 1주일에 3~4일은 견습생으로 현장실습을 하고 1~2일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수업을 진행한다. 수료 후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350여 개 직종별로 자격을 취득한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교육생은 안정적인 취업기회를 가지는 구조다.


기업이 교육에 직접 참여하므로 교육생 채용률이 80~90%로 높은 수준이다. 독일 연방노동청의 진로상담사가 교육생의 성향에 맞는 기업을 연결해주고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에 대한 사후 진로지도까지 담당한다. 프랑스는 숙련기술자에 대한 계속 교육을 국가의 의무로 법제화했다. 숙련기술자 모두에게 권리로 보장되는 계속직업교육은 사용자단체와 근로자 단체의 교섭으로 결정된다. 기업은 근로자의 직업훈련에 필요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숙련기술 전수, 갈수록 어려워


현재 한국의 숙련기술인력은 숙련기술자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부족현상이 있다. 2012년에는 산업기사, 기능사 등 숙련기술 관련 자격취득자수가 2009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현장의 숙련기술을 전수받을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실될 우려가 있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전문계고 학생이 10년 후에는 현재의 2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산업현장에 젊은 인력이 부족해 베이비붐 세대 숙련기술인력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현장에 축적된 기술의 전수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기계, 제철, 제지 등과 같이 노하우, 기술력, 경험 등이 중요한 업종일수록 숙련기술자 퇴직에 따른 문제가 점차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일본도 단카이세대(1947~1949년 출생)의 대량은퇴에 따른 노동력 부족, 숙련기술 유실 등에 대한 우려가 이슈화된 바 있다. 단카이 세대가 경제성장의 주역이자 제품의 고품질과 고생산성을 지탱해온 숙련기술자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숙련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기능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숙련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실제 기능인들에 대한 경력관리 및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도 브라질에서는 기능강국 코리아의 깃발이 휘날릴 가능성이 높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숙련기능인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MeCONOMY Magazine May 2015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유인촌 "정몽규 스스로 거취 결정하는 게 낫지 않겠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거취를 두고 “스스로 결정하는 게 명예롭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실상 퇴진을 요구했다. 유 장관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 회장이 지금 4연임을 하려는 거다. 원래는 대한축구협회도 회장을 두 번만 하게 돼 있는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허락을 해 3연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4연임을 하는 것도 그 과정을 다시 거쳐야 되는데, 요즘 국민 여론을 들어보면 오히려 정 회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명예롭지 않나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문제점'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 그동안 관계된 분들이 얘기한 것처럼 얼추 그런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문체부 입장에서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분명히 지적할 것”이라며 “축구협회가 그걸 받아들이고 감독을 새로 선임하든 아니면 다시 절차를 밟아 홍 감독으로 유지를 하든 그건 본인들이 결정을 해야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베 르나르 등 해외 감독 다수가 지원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축구협회가 이를 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