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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 중심 채용시스템으로 이동, 서두르는 정부


정부는 지난 3월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MOU체결식’을 갖고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참여한 130개 공공기관은 올해 취업지원자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모델을 도입하고,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준비 없이 시행을 서두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개 예제문제와 똑같은 필기문제와 고민이 없어 보이는 자소서 항목 등으로 취업준비생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3월2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130개 공공기관과 ‘직무능력중심 채용 MOU 체결식’을 갖고 직무능력 중심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참여한 130개 공공기관은 올해 취업지원자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모델을 도입하고, 직무능력중심의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취업준비생 사전 준비, 평가문항 개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만 전체 공공기관에서 1만7천명 규모의 신규채용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3천여 명이 NCS가 적용돼 채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능력중심채용이란 불필요한 스펙(Over-spec)이 아니라 ▲해당 직무에 맞는 스펙(On-spec)을 갖춘 인재를 ▲NCS 기반의 평가툴(tool)을 활용해 선발하는 채용방식이다. 또 채용과정에서의 직무중심채용은 ▲채용기준(NCS 기반 직무기술서) 사전공개 ▲직무능력 기반 지원서 중심의 서류전형 ▲채용기준에 따른 직무능력평가(필기·면접 등)의 세 단계에 걸쳐 구현된다.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 국가직무능력표준)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을 말한다.


한 달 만에 입장 바꿔 상반기 채용


시행 3개월이 지난 현재, 상반기 공공기관들의 채용의 실태를 살펴보면 NCS 적용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의 한 인적성 전문가는 “현재 NCS 도입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상반기에 채용계획이 없었던 공공기관 가운에 한 곳은 한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채용을 실시한 곳도 있다”면서 “결국 그 피해는 채용과정에서 구직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정부는 취업준비생의 사전 준비와 평가문항 개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채용모델을 도입한 공공기관은 바로 NCS 기반 채용을 진행하고, 채용규모 등을 고려해 올해 새로 선정된 100여개 공공기관은 올해 상반기 중 채용모델 설계를 위한 컨설팅 후 하반기 중 직무능력 중심의 서류·면접 전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발표와는 무관한 채용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한 곳은 정부 NCS 홈페이지의 예시문제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전체 70% 가량의 문제가 보기까지 똑같이 출제됐다. 실제 그 공공기관의 필기시험을 치른 학생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험 직전 평가 샘플을 풀어본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역량기반을 평가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소서 항목에서 부터 드러나는 문제


필기시험까지 가지 않아도 자소서 항목만 들여다봐도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한 공공기관은 자소서에서 ‘국가·공공기관에서 담당했던 직무영역, 활동·수행 내용, 본인의 역할 및 주요성과 등에 대해 800자 이내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시했다. 그런데 이 시험은 경력사원을 뽑는 자소서 항목이 아닌 신입사원 채용 자소서 항목이었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건 응시자가 문의한 결과 ‘국가·공공기관’에서 담당했던 직무내용만 인정된다고 알려줬다고 한다.


또 다른 곳은 ‘직무 관련 보유 지식·자격·경험·경력에 대해 자세히 기술’이라고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이런 항목만 자소서에 추가한 것이다. AONE PASS 양광모 대표는 “너무 대충 만든 티가 난다”며 “물론 학생들이 고민해서 질문에 맞춰서 쓰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소한 직무와 관련된 태도, 전공공부 이런 것들로 풀어서 항목을 자세히 만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NCS는 처음인 만큼 보다 더 체계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온스펙 사이트(onspec.ncs.go.kr) 홍보는 제대로 했나


취업준비생들은 NCS에는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을까. 취업포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취업준비생 661명을 대상으로 새로 도입되는 ‘삼성 직무적합성평가’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 달라지는 취업동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취업준비생 과반수(54.9%)가 NCS에 대해 별다른 대비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나머지는 ▲독학(25.0%), ▲그룹스터디(12.4%), ▲학원 또는 과외(6.8%) 등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 기자가 만나본 취업준비생들 가운데는 아직 NCS가 뭔지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추가적인 대비 없이 지금까지의 취업 준비로 NCS를 잘 치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별로 그렇지 않다(32.2%), ▲전혀 그렇지 않다(15.9%)로, 부정적인 의견이 절반에 가까웠고, ▲보통이다(29.2%), ▲다소 그렇다(16.6%), ▲매우 그렇다(5.1%)가 뒤를 이었다.


한편 취준생이 생각하는 ‘진짜 도움이 되는 스펙’은 무엇일까? 1위는 ▲직무에 관련된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38.1%)가 차지했고, 2위가 ▲직무 관련 자격증(36.3%)이었다. 이어 ▲어학시험 점수(토익, 텝스, 오픽, HSK, JLPT 등)가 26.9%, ▲출신대학과 학위가 23.0%를 기록했고, ▲전공과목 성적(16.3%), ▲인맥(10.0%)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박규혁(26세) 씨는 “직무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기존의 스펙을 소홀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방법으로 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NCS에 대한 정보를 찾아 헤맨다고 했다.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학원이나 정부의 NCS 설명회는 순식간에 참석예약이 차버리는 등 수많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현재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며, 채용절차마다 매번 수십 대 1에서 많게는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올해 상반기에 진행된 한국산업인력공단 채용절차에는 120명 모집에 6천951명이 지원해, 본부의 지방 이전에도 불구하고 큰 인원이 몰렸다. 정부는 NCS 기반 능력중심채용으로 스펙을 초월해 채용을 하고 있다며, 토익 530점에 자격증은 2개밖에 없어 그동안 2번이나 채용에서 떨어진 학생이 NCS 기반의 능력중심채용으로 바뀌면서 합격했다고 홍보한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뒷전이다. 수년간에 걸쳐 정부는 채용과정에서의 서류, 필기, 면접까지 ‘직업기초능력평가’ ‘직무수행능력 평가’ 등 예제 항목을 만들고 떡하니 인터넷 사이트(onspec.ncs.go.kr)를 만들어 공개했다. NCS를 도입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취업준비생들도 준비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고, 평가예제 문제 중 5월28일 기준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것이 5천603건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채용절차에 지원한 인원보다도 적은 숫자다.


결국 직무 중심 채용은 트랜드


올해 공공기관이 본격적으로 채용절차를 NCS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결국 모든 채용은 직무 중심으로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양광모 대표도 “대기업은 예전부터 이미 직무 중심이었다”면서 “공공기관은 채용 시 더 높은 공공성을 요구해 그동안 오버스펙을 조장해 온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높은 공공성을 요구받는 공기업은 탈락시키고 합격시키는데 있어서 정확한 이유가 필요해 높은 스펙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직무능력만으로 평가할 때 과연 스펙을 배제할 수 있느냐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양 대표는 “정부에서 하도 스펙초월이라고 말을 해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탈스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스펙(onspec)”이라고 강조했다. 직무에 필요한 정도의 스펙만 있으면 나머지는 직무역
량을 본다는 말이다. 실제 공공기관 나름의 원하는 인재상과 채용관행이 있기 때문에 직무 중심의 채용으로 바뀌었어도, 한국사자격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고, 조금 더 높은 영어수준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NCS를 너무 어렵게만 여기지 말라고 당부한다. 직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회사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는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생의 장그래가 1화에서 혼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장그래는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에 복사를 못하고, 전화도 못 받는다. 또 팩스를 보낼 줄 몰라서 혼난다. 신입은 이정도의 기초직무능력만 습득하라는 것이다.


실제 공개된 NCS의 직무기초능력평가 문제 예제를 보면 전화기 그림이 나오고 전화는 돌릴 때 눌러야 되는 번호를 찾는 문제도 나온다. 하반기 남은 공공기관 100여개에서 NCS 중심의 채용을 실시하고, 삼성그룹도 직무적합성 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서류전형이 부활해 인문계는 직무에세이, 이공계는 직무적합성 평가를 실시한다. 양 대표는 “결국 직무 중심의 트랜드는 계속 갈 것”이라며 “지금은 완전히 초기 단계라 불협화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채용 사례가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공기관부터 채용문화 바꿔야


3월24일 ‘직무능력중심 채용 MOU 체결식’ 자리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현재 고용시장은 천편일률적인 스펙쌓기로 사회적 낭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구직자들은 높은 영어점수와 다양한 자격증을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현장 업무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채용문화를 개선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직무능력중심으로 나아가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능력중심사회 만들기’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한국의 직업교육 훈련체제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NCS가 초기의 불협화음을 잘 마무리해 정부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가 능력 중심의 사회로 나아가는데 일조하길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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