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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경력없어요? 그럼 안돼요] 경력 없으면 시작 못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

연예계 생태계는 고려했나?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그동안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했던 연예기획사는 앞으로 반드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기존 연예기획사도 올 7월28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동안 연예기획사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활동하면서 성추행, 사기 및 횡령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이를 제도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부적격업체는 아예 영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법안이 대규모 기획사 중심으로 일괄적으로 입법돼 다양한 연예계 생태계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신고를 통해 자유롭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연예기획사가 앞으로는 반드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증을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존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연예기획사도 7월28일까지 등록증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 KOCCA)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2014.1.28 공포), 같은 법 시행령(2014.7.22 국무회의 의결) 및 같은 법 시행규칙이 지난해 7월29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연예기획업, 모델에이전시 등)을 하려는 자는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등록요건을 갖추어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종사경력 증명서류와 기존에 사업을 수행한 사실에 대한 증명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급한 증명서류와 함께 독립한 사무소 요건을 증명하기 위한 임대차계약서 등을 첨부해 17개 광역시도에 제출해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법 시행으로 인해 지난해 7월29일 이전에 사업한 연예기획사, 모델에이전시 등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들도 이 법에 따라 등록 요건을 갖추어 오는 7월28일까지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할 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편,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 대한 교육도 강화된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공정한 영업질서 조성을 위해 등록업체는 연간 3시간의 법정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 외에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는 ▲대중문화예술산업, 대중문화예술인, 대중문화예술제작업,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의 정의 ▲대중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 ▲청소년 관련 금지행위, 용역제공 시간 제한 ▲실태조사 실시 등이 담겨 있다.


다양한 연예계 생태계 반영했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하기 위한 등록 요건으로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서 4년 이상 종사한 경력 ▲독립한 사무소 등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그간 사회적으로 문제되었던 부적격 연예기획사의 위법·부당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적격 기획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길거리 캐스팅 문제 해소와 무분별한 연예기획사 난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제2조 6호에 따라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이란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제공 또는 알선하거나 이를 위해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훈련·지도·상담 등을 하는 영업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연예매니지먼트업, 연예인대리, 매니저업, 엔터테인먼트, 모델에이전시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 아니냐 하는 우려와 분야별로 다양한 연예계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1인 레이블, 1인 기획사 등 소규모로 생태계를 형성해 온 인디씬을 들 수 있다. 인디씬은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돼 올해로 2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팀만 해도 1천여 팀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음악생산의 양과 퀄리티는 메이저와 인디의 경계가 거의 사라진 시점까지 왔다.


하지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인디씬의 생태계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디씬 뿐만 아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국연예매니지먼트트협회도 법안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에 적합한 법안


뮤지션유니온은 “법 자체가 배우들 중심의 연예기획사에 적합한 법안”이라며 “인디씬, 언더그라운드씬에서 1인 레이블을 하거나 1인 기획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4년 경력이라는 것도 기준이 애매모호하다고 밝혔다.


서교음악자치회는 “자격 4년 이상에 대한 명문화와 임대차 계약서 제출 등은 특히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어하는 대표적 불만요소로, 각 방송사 및 포털사이트에 출연 및 자료 제공시 필수로 제출해야 하는 등 다분히 관제화된 권위주의적 형태로의 회귀”라며 “음악산업계의 제반협회들은 이와 같은 권위주의적 등록제의 항목에 보완적 대안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을 때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위해하는 위헌적 요인들을 대상으로 공론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법안 정착을 위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 채널 등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와 방송 출연 계약을 체결할 경우, 반드시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증 발급여부를 확인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로엔, KT뮤직, 벅스 등 음반.음원유통사들과도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들과의 음원 유통 계약 체결 시 등록증 발급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독립음악제작자협회(이하 독음협)도 “등록제는 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독음협은 “신고제로 충분한 일이 과하게 정리됐다”며 “특히 소규모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인디레이블과 음악가들의 발목을 붙잡는 부분이 많아 등록제를 실시하더라도 현실에 맞는 조건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4년 경력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며 음악가로 활동했을 때도 경력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독음협은 “매니지먼트의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했다”면서 “실제 엔터테인먼트의 생리에 맞는 범위로 재설정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전한 대중문화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등록제라는 것 자체가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니 처음에 반발은 당연히 있을 수 있지 않냐”면서 “5월19일 기준으로 325개 정도로 많은 수가 등록이 된 상태고, 등록으로 인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업자들에는 경과조치가 있어 이분들은 경력을 따지지는 않고, 단지 그 시행 당시에 소득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면 서류발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연예기획사 등의 부당한 행태로 인한 피해로 민원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건전한 대중문화의 확립이라는 목적 하에 등록제로 변경하면서 연예기획사들에 대해 전수조사 할 계획도 있다”며 “연예기획업의 사업구조, 종업원 규모 등 업종 전반의 통계치를 잡아 이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4년 경력에 관해서는 정부입법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겠다”면서도 “법을 만들 당시에 국회에서 거의 모든 단체의 합의 하에 만들어 진 것인데, ‘이 정도는 있어야 매니저 일을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덧붙여 “아티스트가 직접 운영하는 1인 기업은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신규창업을 하려는 분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존에 계신 분들은 인정하는 면도 있다면서 실제 4년 경력에 대한 논란은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기존업자와 신규진입자간의 형평성 문제


법률전문가는 이를 어떻게 볼까. 법률사무소 조인 유영무 대표변호사는 형평성 문제와, 꼭 등록제여야만 했는지 의문을 던졌다. 유영무 변호사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면서 말을 꺼냈다. 유영무 변호사는 “신규등록을 하려면 앞으로 제도권에 있는 기획사에서 4년 일을 해야만 한다”면서 “메이저 음악하는 분들도 영세한 데가 많고 더군다나 인디나 마이너쪽은 사실상 경력을 쌓기가 힘들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전에 수행하던 사람들에게는 4년을 요구하지 않아 신규진입을 하려는 사람과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는 ‘등록제’가 가장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유영무 변호사는 “등록제의 4년 경력요건에 대해서 경력이 있으면 부정한 일을 안 할 것인지, 그것으로 도덕성이 담보되는지 의문스럽다”며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기획업자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기획업 등록제도는 소자본, 비주류 대중문화예술인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대형기획사와 TV방송 위주로 형성된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기존 질서를 더욱 강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실제 인디씬에서 매니지먼트업에 종사하고 있는 최도영(가명, 33세)씨는 “나는 법시행 당시에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어 4년 경력을 요구하지 않아 등록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실제 주위에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경력을 어디에서 쌓으라는 건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박철수(가명)씨는 올해 4월초 음악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음악하는 지인들과 소속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모아 음반을 제작하고 매니지먼트업을 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냈다. 하지만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경력요건에 가로막혀 더 이상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박철수씨는 “기술이나 자격에 관련된 부분이면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그냥 단순히 4년 경력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신규로 진입을 하려면 기획사에 취업을 해서 경력을 쌓으라는 얘기인데, 혹시 기획사에 취업이 안 되면 이쪽에서 아예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박철수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문의해 보니 음반을 내는 것은 괜찮은데, 그 가수에 대해 스케줄알선 같은 매니지먼트를 하고 수익배분 등을 하는 것들은 앞으로 불법이라고 했다”면서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음원, 음반 등을 내더라도 정부에서 음반.음원유통사들에게도 등록증을 확인할 것을 요구해 음원유통을 하지도 못하게 막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법안을 현실성 있게 재정비해 우리 같은 소규모 기획업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화적 다양성, 대중문화산업화에 역행


2천여 명의 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도 속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연제협 관계자는 “법안을 만들 당시 취지는 공감했으나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질서를 세워나갈 수 있는 형태의 법안이 나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르게 진행된 면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재 정상적으로 사업을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으나, 중간에 사업을 하다가 잠시 사업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은 지금 경력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 음악시장은 음악이 디지털음원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음악시장이 위축됐고, 상당히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연제협 관계자는 “업계 사람 모두가 공공연하게 10년, 20년 일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경력을 증명하는 것은 사실 그 산업에 관련된 협회, 단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는 “이번 조치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 생각된다”며 “무조건 4년 기준으로 담당공무원들이 용이하게 관리하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기득권 기획사를 위해 진입장벽을 치고 다양한 기획사들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으면서 문화적 다양성은 물론 대중문화산업화에도 역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기획사는 획일적인 성격이 강한 상황인데 이런 제한 규정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 실험성을 가진 이들을 진입시키지 못해 결국 대중문화산업의 근본적인 토대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법안이 시행된 지 1년, 기존업자들을 위한 유예기간도 2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양한 연예계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현장을 돌아보지 않은 정부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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