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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녹취록’ 파문, 방송문화진흥회의 결론


[ M이코노미 최종윤 기자 ] 지난 1월25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일명 ‘MBC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MBC 간부들과 정치 전문 인터넷매체 편집국장이 나눈 대화가 담겨있다. 최민희 의원은 2012년 MBC노동조합의 170일 최장기 파업 도중 대량 해고 사태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하며 ‘최승호·박성제 해고’ 관련 녹취록과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최민희 의원이 자료 공개와 더불어 한겨례와 뉴스타파의 보도도 잇따랐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바로 공영방송 MBC와 MBC의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와 방송통신위원회로 향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후 한 달여 동안의 논의를 기록에 남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일찌감치 ‘노사갈등’이라며 방송문화진흥회는 몰라도 방통위는 ‘권한 없음’을 이유로 발을 뺐다. MBC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지난 2월4일 오후 2시 정기이사회에서 ‘MBC간부 녹취록이 기재된 사실관계에 대한 진상규명 및 향후 방문진 조치에 관한 건’에 대해 논의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안건을 올리기도 전에 회의 공개 여부에 관해서부터 실랑이를 벌였다. 여당측 의원(고영주, 권혁철, 김원배, 유의선, 이인철, 김광동)들은 논의를 하다보면 실명이 거론되고,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측 의원(유기철, 이완기, 최강욱)들은 이미 언론에 다 보도가 된 내용이고, 안건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공개 여부부터 논의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논의 도중에도 어떤 알림도 없이 기자들이 있는 시청각실 화면을 끄기를 두 번 정도 반복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논쟁 후 안건으로 상정됐고, 이완기 이사의 안건설명 이후에는 여당 측 의원들은 “먼저 녹취록 전문을 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나서 논의를 해야 한다”며 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야당 측 의원들은 “녹취록 확보와 동시에 이미 다 들어난 내용이니 관계자들을 바로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배 이사는 “솔직히 녹취록을 들어보지 않은 이상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 “먼저 녹취록 전체를 다 입수해서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고, 유의선 이사도 “아직 보도된 것 밖에 없고 사실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완기 이사는 “이미 다 보도된 내용이고, 전문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논란의 인물이 지금도 핵심자리에 앉아 있는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강욱 이사도 “이미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어진 이날 방문진 논의는 결국 먼저 녹취록 전문·전체 음성파일을 입수해 검토한다며 다음 일정인 2월18일 정기이사회로 미룬 채 마무리됐다.


녹취록 확보한 방문진, 논의 수준은...


방문진의 자료제공 요청에 대해 최민희 의원은 “회의 전에 전문을 입수해 내용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자료를 요청해 2월4일 이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4일 당일에서야 ‘전문입수’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은 그저 ‘시간 끌기’를 위한 명분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방문진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려 증거도 없이 직원들을 부당 해고하는 등 MBC 경영진의 잘못을 바로잡고 엄중한 책임을 묻게 되길 기대한다”며 2월12일 해당 자료를 방문진에 제공했다.


녹취록 전문과 음성파일 전체를 받은 방문진 이사회는 2월18일 14시에 열렸다. 녹취록 확보도 끝난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는 안건 논의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또다시 회의의 공개·비공개 여부만 가지고 40여 분간 설전을 벌이면서 이사들간 감정이 격화됐다.


여당 측 이사들은 명예훼손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 측 이사들은 이미 다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게 명예훼손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강욱 이사는 “언론에 보도가 된 내용을 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고 아직 공개가 되지 않은 부분은 따로 사안을 나눠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인철 이사는 “보도 자체가 나왔다고 해서 명예훼손의 우려에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녹취록 원본을 받은 상황에 전체를 모두 바라보며 논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철 이사는 이어 “당사자가 아직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고 보도된 내용도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고 공개로 논의할 경우 방문진의 논의 자체도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강욱 이사는 “논란의 당사자도 가만히 있는데 왜 우리가 여기서 미리 명예훼손 여부 등 우려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공적인 이사회에서 공적인 책임을 묻고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논의 역시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되지 못한 채 40여 분간 공개·비공개 여부만 가지고 설전이 오갔다. 결국 고영주 이사장은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이에 여당 측 의원 5명이 비공개에 거수했으며 곧바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회의에서 야당 측 의원들은 “여러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사자를 불러서 묻는 것은 당연” “진상규명, 책임자 사과, 재발방치 대책 등은 기본” 등을 주장하며 당사자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측 의원들은 “술 마시고 실언한 것” “개인적인 비리다” “MBC 안에서 조치하면 된다” “술자리에서 무슨 얘길 못하나” 등의 주장으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던 시청각실까지 간간히 고성이 전해졌으며, 두 번에 걸쳐 정회가 이뤄졌다가 ‘MBC 녹취록’ 진상규명에 대한 그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채로 오후 6시30분께 이사회는 끝이 났다.


자료를 제공한 최민희 의원은 “본 의원실에 녹취록 전문을 요청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최 의원은 “최소한 ‘사적인 만남’이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만남의 식사비는 누가 어떤 돈으로 낸 건지는 확인해 봐야 하고, MBC 간부가 ‘MBC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냈다면 더 이상 ‘사적인 만남’이라고 우길 수 없다”며 “방문진이 최소한의 증빙자료 요청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따라 MBC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문진이 당연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임에도 그 역할을 포기했다”며 “MBC를 다시 살리기는커녕 자리보존에만 급급한 방문진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면 이사들은 지금 당장 이사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녹취록’ 논의 더이상 힘들어 보여


방문진 이사회는 2월25일에 다시 열렸다. 두 번에 걸친 이사회에서 ‘MBC녹취록’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던 방문진은 이날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은 ‘MBC 관계사 임원 사전협의건’과 ‘MBC 이사 선정 결의안’으로 안광한 MBC 사장 출석이 예정돼 있어 열리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이사회 안건이 인사와 관련돼 있어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야당 측 이사들은 논란의 ‘MBC간부’의 거취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 측 인사들은 응하지 않았고, ‘다 끝난 논의’ 취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의 결론은 ‘MBC녹취록’ 논란의 중심에 있던 간부의 재임이었다. 한 달여를 끌어온 ‘MBC 녹취록 파문’ 논의는 더 이상 힘들 것이란 추측을 하게 했다.



‘공영방송’ 이름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 지배구조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면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어김없이 방문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의 결단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매번 “도대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와 새누리당이 장악한 방문진” “이 사회의 정의가 어디 있는지 통탄스럽다” “빨리 안광안 사장 해임안을 올려서 사퇴시켜라”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고, 여기에는 지배구조 문제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에 따르면 방문진 이사회는 ▲예산·자금계획 및 결산 ▲기본재산의 취득 및 처분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MBC)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 ▲기본운영계획에 관한 사항▲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 ▲사장 추천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특히 사장의 임명·해임 권한이 있는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사장을 포함해 여당 측 6명, 야당 측 3명 총 9명으로 이뤄진 이사회 구조는 사실상 독립적인 권한행사를 막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항상 따라 다닌다.


언제부턴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2014년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해법은 무엇인가?’ 발제문을 통해 “MBC(현행 9명)의 이사회 규모를 KBS 규모로 맞추고 이사들의 선임방식은 여야가 각각 4인씩 추천하고, 나머지 3인은 여야가 합의를 통해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각 방송사 이사회의 이사장은 여야가 합의해서 추천한 3인의 이사 중에서 호선하도록 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어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이사회의 모든 회의는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비공개 조건을 명시한 조항이 공영방송사 이사회에서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데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만약 이사회 회의를 비공개로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이사회 전원의 합의를 통해 비공개를 의결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언론정보학회 세미나에서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KBS·MBC·EBS 등 3개 공영방송 이사 수는 11인으로 맞출 것 ▲이사는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할 것 ▲이사회 구조는 여야 각 4인 및 여야합의 3인으로 추천해 선임구조의 중간지대를 둘 것 ▲이사장은 여야가 합의한 3인의 이사 중에서 호선할 것 ▲국회에 공영방송 3사 공통으로 이사후보추천 위원회를 둘 것 ▲사장선임은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 다수제를 도입할 것 등 개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MBC녹취록’ 파문은 또다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판이 일면서 일각에서는 ‘방문진 무용론’ 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매번 공영방송사가 논란의 중심에 설 때면 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오지만 번번이 좌절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다시 명심해야 할 때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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