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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CEO

래퍼 레일로(Railo), ‘오늘은 말 할거야’


[M이코노미 조운 기자] 어둡고 컴컴한 분위기, 영어가 섞인 알아듣기 힘든 빠른 가사. 과거 힙합과 랩에 대한 선입견은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이처럼 불량하고 껄렁한 젊은이들 사이 한 때의 유행이라고 여겨졌던 힙합이 최근에는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상위 차트를 차지하며 이제는 남녀노소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Scene)에서 활동하다 3인조 힙합 그룹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로 데뷔해 올해 ‘레일로(Railo)’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한 래퍼 레일로(김형삼)를 만났다.


힙합은 1970년대 뉴욕 흑인들 사이에서 생겨난 음악이자 패션, 문화를 뜻한다. 그래서인지 힙합하면 연관되는 이미지들은 거칠고 폭력적인 과격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오늘은 말 할거야’라는 타이틀의 레일로의 음악을 들으면 이러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사라진다. 가까이 하기에는 먼 이미지였던 무거운 힙합이 최근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게 된 것은 그와 같은 젊고 트렌드를 휘어잡는 감각적인 뮤지션들 때문인 것 같다. 비 오는 날이 좋아 비를 의미하는 ‘Rain’과 힙합에서 곡 안에 담긴 리듬과 라임을 의미하는 ‘Flow’를 합친 ‘Railo’라는 예명을 지었다는 그는 이제 갓 군에서 제대한 수줍음 많은 25살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힙합에 빠지다


초등학생 때 당시에는 파격적인 랩과 댄스로 인기몰이를 했던 가수 ‘유승준’을 보고 힙합의 ‘맛’에 대해 알았다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OT에서 당시 친구들 사이에는 생소한 힙합 1세대 래퍼인 MC스나이퍼의 랩을 선보였다.



“내 개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제가 자신 있는 랩을 했어요. 생소할 텐데 친구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무대 위 관객들의 반응과 그 경험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나만의 가사를 담은 랩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사를 쓰게 됐어요. 그렇게 조금씩 저도 모르게 힙합에 점점 빠져들게 된 거죠.”


운명처럼 힙합에 빠져들었지만 당시 외고에 진학할 정도로 학업에도 두각을 보이던 그가 어느 날 음악을 하겠다고 나서자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은 응원과 격려보다는 우려와 걱정으로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저한테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힙합 음악에 빠져서 음악을 한다고 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하겠거니, 사춘기 시절 반항이겠거니 하고 생각하셨는데 저는 진지했거든요. 많이 혼나기도 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결국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용음악과에 진학 한 뒤 본격적으로 저의 음악을 보여드렸어요. 지금은 오히려 많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고 계세요.”


삼인조 힙합 그룹 ‘화이트 노이즈’로 첫 데뷔



가족들의 반대와 주변 환경의 어려움을 딛고 음악을 시작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2007년도에는 아직 힙합이 대중들에게 친숙한 음악 장르가 아니었다. 실제로 초창기 한국 대중들은 무겁고 거친 외국의 생소한 장르인 힙합을 쉽게 받아 들이지 못했고, 일부 마니아층만이 힙합을 향유했다. 그러다 보니 정통 힙합을 고집하며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공중파 방송 등에서 보기 어려웠고 대신 홍대 등 클럽이나 자신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 바로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힙합’ 이다. 하지만 서태지, 현진영 등의 가수들이 랩 음악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면서 힙합 장르가 점차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고 최근에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가수들만의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었다. 과거 무거운 힙합만을 고수하던 래퍼들은 점차 발라드, 댄스곡 등 대중들과 친숙한 음악에 힙합을 가미해 남녀노소 따라 부르고 즐길 수 있는 노래로 대중가요를 휩쓸고 있다.


레일로 역시 초반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2012년, 삼인조 그룹을 결성해 ‘화이트 노이즈’라는 팀에서 ‘제노’라는 이름으로 힙합을 시작했다. 2012년에만 3개의 앨범을 내며 활발히 음악활동을 했지만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슬럼프를 겪게 됐다고 한다.


“원래 솔로로 비정규 앨범을 내려고 하다가 무산이 됐어요. 예전에는 열정도 많았고 정말 재미있어서 음악을 했는데, 아무래도 업이 되다보니 즐길 수가 없게 됐어요. 마냥 즐겁게 하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면서 힘들게 낸 앨범도 그렇게 썩 잘 되지 않았어요. 현실의 벽은 높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저 자신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죠.”


슬럼프 이겨내고 ‘레일로’로 돌아오다


음악에 대한 회의감으로 슬럼프에 빠져있던 그는 군 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짜 음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해답을 얻기 위해 책도 많이 읽었다.


“군에서 저 자신에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그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래도 음악은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제 음악에 대한 고민 속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나만의 음악을 해보자고 정했어요. 예전에는 조금 고지식하게 정통 힙합, 하드 코어 힙합을 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제는 좀 더 유연하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제대 후 저의 처음 예명인 ‘레일로’로 돌아가게 된 거에요.”


초심으로 돌아간 레일로는 군 제대 후 과거 고집스럽게 힙합만을 고집하던 자신의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 아이돌 가수, 발라드 가수 할 것 없이 다양한 대중가요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을 목표로 자신의 첫 솔로 디지털 앨범을 준비했다.


레일로 첫 싱글, ‘오늘은 말 할거야’



그의 첫 싱글 타이틀은 ‘오늘은 말 할거야’다. ‘소원’이라는 남자 보컬과 함께 부른 이 곡은 도입부에서부터 봄 날씨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분위기의 ‘고백송’이다. ‘나 오늘 말 할거야/ 지금 네게 달려가/ 그동안 말 못했던 내 진심을/ 널 처음 본 날부터/ 너에게 빠졌다고’ 라는 가사에서 풋풋한 20대 청년들의 사랑과 설렘이 느껴진다. 랩 가사를 직접 쓴다는 그는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제가 실제 겪었던 경험과 감정을 많이 활용해서 가사를 써요. 사실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음악을 하기 전에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꿈이기도 했어요. 랩가사 쓸 때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뉴스 기사도 많이 봐요. 사회 소식들을 보면서 소재를 찾기도 하죠. 또 영감이라는 것은 문득 지나가다 갑자기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생각난 문구를 핸드폰 메모장에 써 놓았다가 음악 작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가장 아끼는 자신의 앨범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든 앨범이 다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고 말하는 레일로는 “그래도 꼽아야 한다면 이번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인 ‘오늘은 말 할 거야’”라고 답했다.


“음악적 사춘기를 지나 군 생활 동안 음악에 대한 갈증 속에서 나온 이번 ‘레일로’의 첫 앨범이 아무래도 애착이 많이 가요. 이름도 초심으로 돌아가 ‘레일로’로 돌아갔고요. 이제 진짜 제 음악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에게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군 생활 동안 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서일까 올해는 끊임없이 음악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라는 그는 5월에도 새로운 싱글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5월에 나올 곡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비온뒤… 갬’이라는 제목으로 비온 뒤에 갠다고 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분위기 자체는 이번 앨범 보다 조금 어둡긴 한데, 감성적인 느낌을 넣었어요. 지난번 화이트 노이즈 정규앨범과 ‘카우치 포테이토’라는 남녀 혼성 힙합듀오 앨범에 참여했던 DefLuto 그리고 허스키한 보이스가 인상적인 보컬 ‘정다훈’이 피쳐링해 주었어요. 그리고 아직 대학생이라 이번 학기가 끝나면 라이브 클럽 등에서 공연하거나 길거리 버스킹도 구상하고 있어요.”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 오버 하고 싶어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음악에 대해 구상하고 고민하고 있는 레일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일까? 그는 질문을 듣자마자 단숨에 “정말 많다”며 자신의 꿈과 음악적 구상에 대해 풀어놨다.


“다양한 장르와의 크로스 오버(cross over)를 해보고 싶어요. 최근 재즈와 힙합의 크로스오버도 있었는데 저는 더 나아가 일렉트로닉, 팝, 필름 뮤직(영화 음악), 포크 같은 새로운 장르들과 힙합을 크로스 오버 해 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유명한 뮤지션들하고 음악을 해 보는 게 제 꿈이에요.


장르적 새로움 말고도 소재나 주제도 더 다양하고 독특한 것을 해 보고 싶어요. 요즘 노래들은 ‘사랑’이라는 소재에 좀 한정된 것 같은데,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음악이나 전에 없던 감성을 담은 다양한 소재들도 힙합으로 풀어보고 싶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더 멋진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레일로. 진지하게 한 걸음씩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가 들려 줄 진짜 그의 음악과 그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아직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고 들어 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할 다름이에요. 항상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쓴 소리도 좋으니 발전을 위해 제 음악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부탁드립니다.”


MeCONOMY Magazine M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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