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0 (금)

  • 흐림동두천 25.4℃
  • 흐림강릉 27.3℃
  • 흐림서울 27.2℃
  • 대전 24.8℃
  • 대구 26.7℃
  • 흐림울산 29.3℃
  • 광주 26.3℃
  • 흐림부산 29.7℃
  • 흐림고창 26.9℃
  • 제주 27.1℃
  • 흐림강화 26.4℃
  • 흐림보은 25.3℃
  • 흐림금산 25.2℃
  • 흐림강진군 25.7℃
  • 흐림경주시 27.9℃
  • 흐림거제 29.0℃
기상청 제공

천차만별 아이스크림 가격

연일 35도를 육박하는 무더위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던 이번 여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하려던 A씨는 집 근처 슈퍼마켓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네 슈퍼마켓의 반값 아이스크림에 익숙해져 아이스크림을 ‘제값’ 주고 사먹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 발품을 팔기로 마음먹은 것. 판매점마다 ‘365일 50% 할인’, ‘전 품목 70% 할인’ 등의 문구를 내걸고 각기 다른 가격으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10여 년 전부터다. 반값 아이스크림이 10년 넘게 이어져 올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아이스크림의 기형적인 가격 구조에 대해 알아본다.

18년 만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여름,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보려는 사람들로 인해 빙과류 판매가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아이스크림일지라도 판매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편의점에서는 2000원에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500~600원이면  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상품이 편의점에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스크림처럼 큰 가격차를 보이는 상품은 드물었다. 이처럼 판매점마다 다른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은 ‘과연 아이스크림의 진짜 가격은 얼마인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값 아이스크림, 그 배경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동네 슈퍼마켓은 국내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초기에 10~30%로 시작된 할인율은 최근 50~80%까지로 할인율이 높아졌다. 가게 마진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할인 판매를 할 수박에 없었던 상인들은 아이스크림 제조업체에 “납품가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고 제조업체는 판매점의 매출과 영업 기간 등을 고려하여 납품가를 다르게 책정했다. 매출액이 높은 매장은 그만큼 더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공급받아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팔더라도 어느 정도의 마진을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2010년 7월, 정부가 ‘오픈프라이스제’(아이스크림에 제조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는 기존의 권장소비자 가격제와 달리 최종판매점포가 상품의 판매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판매방식)를  적용한 데는 이러한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유통업체가 제품의 가격을 정함으로써 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권장소비자가격이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오히려 혼란을 겪어야 했고 그 사이 아이스크림 가격은  18%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3.8%)에 비하면 턱없이 과도한 인상이다.  정부는 결국 1년 만에 이 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2011년 8월 1일부터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2년 8월, 대부분의 제품에서는 여전히 권장소비자가격을 찾아볼 수 없었다. 판매가격 역시 매장마다 상이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이를 회피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

아이스크림시장의 비정상적인 유통체계는 곧 아이스크림가격의 큰 폭 인상으로 이어져  바 형태 아이스크림은 500원 → 700원(2005년) → 1000원(2010년)으로 무려 2배나 뛰었다.

이러한 가격구조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편의점처럼 할인율이 낮거나 할인을 아예 하지 않는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제값’처럼 포장한 ‘거품 낀 가격’을 지불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구조 개선의 시작, 그리고 반발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은 잘못된 아이스크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올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일부 아이스크림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약 40~50% 인하해 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권장소비자가격이 8000원이었던 ‘셀렉션’, ‘구구크러스트’ 등은 슈퍼마켓에서 4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으나 정찰제 도입으로 5000원이 책정됐다. 소규모 슈퍼마켓의 무분별한 대폭 할인을 막고 아이스크림이 모든 매장에서 ‘정상가’에 판매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소규모 슈퍼마켓 측은 롯데 측이 왜곡된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자사의 이익을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판매했던 ‘반값 아이스크림’ 판매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데다 롯데제과의 가격정찰제로 납품가가 10~20% 높아져 마진이 줄었다는 게 이유다. 이에 일부 점포는 정찰제 제품판매를 거부하고 있다.

롯데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한 16개 제품 가운데 ‘설레임’과 ‘팥빙수’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 대해 33.3~40%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가격은 10~15% 상승했다. 아이스크림을 권장소비자가격대로 판매하던 매장에서는 가격이 하락하고 50% 이상 할인 판매하던 매장에서는 가격이 상승했다. 거기에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2+1’, ‘5+1’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가격 정찰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이번 정찰제는 평균 판매가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전체 유통채널로 봤을 때는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아 아이스크림 유통의 7~80% 이상을 차지하는 동네 슈퍼마켓들이 정찰제에 반기를 들고 일어서자 제조업계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힌 아이스크림 정찰제를 두고 2·3위 제조업체인 ‘빙그레’와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시장 현황과 소비자·유통업체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시행을 유보했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격 내려가나?

롯데제과와 롯데삼강이 정찰제를 실시하면서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7월 25일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롯데제과의 설레임을 포함한 아이스크림 7종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기 시작한 것. 이들은 세븐일레븐의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 가운데 26%를 차지하는 인기 제품들이다. 김상엽 세븐일레븐 상품팀장은 “이번 가격 인하를 통해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의 아이스크림 가격 인하는 업계 최초로, 다른 편의점업체는 물론 빙과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통질서 바로잡아 소비자 신뢰 얻어야

아이스크림의 ‘진짜 가격’을 모른 채 할인 문구만을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스크림 시장의 가격 구조 개선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권고하고 있지만 소극적인 제조업체와 가격 경쟁 중인 유통업체, 저렴한 가격만을 추구하는 소비자 등이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아이스크림을 ‘정상가’에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10여 년 간 이어져온 아이스크림의 이중가격체계는 이미 시장 깊숙이 뿌리내렸다. 우선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유통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슈퍼마켓의 참여다. 하지만 소규모 슈퍼마켓 입장에서는 ‘반값 아이스크림’이 대형마트로부터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미끼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업계는 생존권을 내건 영세 상인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유통채널의 반대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점진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