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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흙 속의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식물의 약성(藥性)

윤영무 기자가 간다
『생명을 살리는 흙의 건강 처방전』

우리 조상들이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기 위해 애용했던 식물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약효를 보았다면 그 약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런데 조상들이 먹었던 그런 식물과 요즘 우리가 먹는 식물의 약성이 같지 않다는 소리가 들린다. 기침을 멎게 한다는 도라지는 산지(産地)에 따라 쌉쌀한 맛과 진한 향이 딴 판이다. 어디 도라지뿐이겠는가.

 

 

최근 흙 속 미생물의 DNA를 분석하는 메타지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이 개발되면서 식물의 약성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밝혀낼 수 있을 듯하다. 항생제를 지나치게 남용하면 인체의 유익한 균도 같이 죽는 것처럼, 화학비료나 제초제, 농약을 계속 사용하면 흙 속 미생물 역시 살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지금 우리 식물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독성 물질(맛과 향)의 원료를 얻지 못하고, 점차 본래의 약성(藥性)을 잃어 가고 있다. 

 

감기 바이러스에는 녹황색 채소와 파, 마늘, 생강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감기 독감 환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1, 최진규 지음. p.46~59》에 따르면, 감기 바이러스는 몸의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 곧 녹황색 채소인 무와 무청, 순무, 당근, 미나리, 냉이, 갓, 달래, 우엉 같은 식물을 많이 먹는 게 좋다. 아울러 파, 마늘, 생강, 양파, 달래, 초피 등과 같이 매운맛이 나는 향신료이자 천연항생제를 섭취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몸에 들어 온 병원균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 이런 식물들은 온갖 균을 죽이고 몸에 쌓인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는 효능이 있다. 


요즘 감기가 예전보다 지독해진 것은 감기 바이러스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원균은 더 무섭고 강해졌지만 사람의 체질은 더 약해져서 예전보다 감기를 훨씬 심하게 앓는다. 그래서 인공 항생제가 아닌 천연항생제를 늘 섭취해서 몸의 저항력을 키워야 감기는 물론 간염, 암, 폐결핵, 기관지염 등 온갖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마늘은 항균작용이 가장 뛰어난 식품이다. 날마다 날 것으로 한두 쪽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학자가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 30명을 선택하여 날마다 마늘 한 쪽씩, 날 것으로 4년 동안 먹게 했더니 감기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마늘과 함께 파, 양파를 수시로 먹으면 감기, 기관지염, 그 밖에 감염성 질병으로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다고 하는데, 생마늘은 자극이 심해서 입안이나 위장 점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니 푹 찌던가, 굽던가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무를 생즙을 내어 날마다 한 잔씩 마신다. 무는 온갖 병원균을 죽일 뿐만 아니라 폐와 기관지를 따뜻하게 하며 소화 기능을 돕는다. 또한, 무를 오래 달여 엿기름과 섞어 무 엿을 만든 다음 한 숟가락씩 먹어도 좋다. 밤, 호도, 포도 같은 과일이나 참기름, 들기름을 많이 먹는 것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은 똑바로 누워 콧구멍에 참기름 3~5방울씩 묻힌 유리막대기를 넣고 콧방울을 잡았다가 놓았다 하면서 참기름이 코의 점막에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중국에서 이 방법을 5백 명에게 쓰게 했더니 97%가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파 뿌리와 생강을 각각 400g, 소금 8g을 함께 죽이 되도록 짓찧은 다음, 여기에 소주 한 잔을 부어 고루 섞은 다음, 얇은 천으로 싸서 앞가슴, 등,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팔꿈치 등을 한 번씩 문질러 준다. 30분쯤 지나면 땀이 나면서 열이 내리기 시작하여 코가 시원하게 트이고 기침, 콧물도 차츰 가라앉는다. 파 뿌리와 생강의 매운 성분이 피부에 잠복해 있는 한기(寒氣)와 독소를 몸 밖으로 발산시켜 감기를 낫게 하는 것이다. 


시호(柴胡)와 감초(甘草)를 각각 12g과 4g씩 넣고 물로 달여서 하루 식사 전에 마신다. 시호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름 이지만 야산에서 흔히 1m 정도 자라고, 초가을에 노란 꽃이 핀다. 감초는 약방의 감초인 그 감초다. 두 재료 모두 일반 한약 건재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시호는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주고 몸이 추웠다가 더웠다 하는 것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약초라 한다. 온갖 균을 죽이는 효과가 탁월하여 일반 감기와 바이러스로 인한 감기에 모두 좋은 효과를 보인다. 

 

오미자와 세신(細辛, 족두리풀)을 그늘에 말려 가루 낸 것과 흑설탕을 5:2:3의 비율로 섞어 하루 3번 식전에 먹는다. 오미자는 기침과 콧물을 멎게 한다. 꽃 모양이 족두리 같다 해서 족두리풀이라고 하는 세신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말린 것은, 톡 쏘는 매운맛이 나서 혀가 아리다. 감기 병원균을 죽이며 독소를 밖으로 내보낸다. 


감기가 그다지 심하지 않을 때는 생강과 흑설탕 각각 50g을 물 한 되(1.8ℓ) 넣고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3~5번 생강차로 마신다. 생강은 항균력이 강해 몸 안의 어혈(瘀血)을 없애고 생혈(生血, 피를 만듦)에 좋은 식품이다. 감기는 혈액순환이 잘 안될 때 많이 걸린다고 하니, 도움이 될 듯하다. 


대파로 끓인 된장국은 잘 낫지 않고 오래 끄는 감기에 좋다. 파에는 그런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파 100g을 큼지막하게 썰어 넣고 된장국을 끓여 한 번에 훌훌 마신다. 하루 3~4 회 마시면 더 좋다. 파 대신 양파를 써도 좋다. 파, 마늘, 양파, 생강은 다 같이 바이러스를 죽이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여 피부에 잠복한 독소를 몸 밖으로 몰아내어 감기를 낫게 한다. 

 

 

지독한 유행성 독감에는 주목(朱木)의 잎이나 줄기를 물 한 되(1.8 리터) 넣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마신다. 다만, 주목에는 독성이 있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 주목은 고산지대에서 높이 10m 이상 자라며 봄에 꽃이 피었다가 가을에 앵두처럼 빨갛게 익는다. 정원수로도 심는데, 주목을 달인 물은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주목의 독성을 없애려면 날달걀 한두 개를 넣고 끓이면 되는데 달걀이 독성을 빨아들인다. 그러나 다만 이 달걀은 절로 먹어선 안 되고 땅속에 묻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이 먹지 못하게 해야 한다. 유행성 독감이 돌 때 주목 달인 물을 마시게 했더니 대부분 나았다고 한다.

 

오랜 기침에는 도라지가 좋다. 생즙을 내어 꿀을 몇 숟가락 넣어 한 잔씩 하루 3번 마신다. 가래를 삭이고 고름을 나오게 하는 동시에 감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편도선이 부었을 때는 도라지를 달여 마시셔도 좋다. 한방에서는 감길탕(甘桔湯)이라고 처방으로 고름을 보내는 작용이 강하고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MBC 『댁의 비방을 찾습니다』 에 모인 11만 건의 민간요법

 

지금부터 37년 전, 서울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1년 전인 1985 년, MBC의 특별기획, 『댁의 비방을 찾습니다』가 시청자의 뜨거운 호응 속에 방송됐다. 하루하루 눈부시게 발전해 가는 현대의학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의 과거이자 추억이며 기록인 선조 대대로 내려온 민간요법을 전국적으로 찾아냈다. 이 방송으로 전국에서 11만 건에 가까운 민간요법 자료가 수집됐고,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각종 질환별로 선정된 4천여 건의 사례를 모아 『한국민간요법대전,韓國民間療 法大典』이란 책이 간행됐다. 

 

이 책에 수록된 호흡기 질환 항목 중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은 100여 가지다. 다른 민간요법처럼 집안 어른, 동네 노인들이 무엇을 어떻게 써보니 좋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따라 해본 체험담이었다.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화학비료나 농약이 일반화되기 이전, 즉 흙 속의 미생물 생태가 온전했을 때 앞뜰이나 뒷동산에서 나는 풀뿌리, 농산물 등을 이용한 것이어서 오늘날 우리 농산물과 어떤 차이가 나는지 참고해 볼 만하다. (아래 표 참고)

 

뿌리 식물 생강, 마늘, 파 뿌리, 도라지, 칡뿌리, 쪽파 뿌리, 쑥 뿌리, 대나무 뿌리혹, 우엉, 땅콩, 송이버섯 
열매 식물 배, 감, 호박, 은행, 대추, 곶감, 귤껍질, 호도, 잣, 들깨, 검은콩, 매실, 머루, 모과, 살구씨, 오렌지, 수세미(혹은 수세미 줄기), 오미자, 석류, 꽈리, 탱자  

잎이나

줄기 식물

인동덩굴, 댓잎, 민들레, 버드나무, 산초나무, 차조기, 수양버들, 쑥, 으름덩굴  
외  꿩(심한 독감이 잘 낫지 않을 때 고아 먹는다)/ 다시마(다시마 1근을 달여서 마심) /멸치 똥(배, 무와 같이 넣고 달여 마심) /무궁화(흰 무궁화 꽃을 달여 마심) /박속(인동덩굴, 모과, 파 뿌리, 검은콩, 탱자를 함께 넣어 달여 마심), /왕겨(삶아서 먹음), /해삼(석류와 함께 달여 먹음), /선인장(생즙을 내어 마심), /소금(소금물을 만들어 콧속을 청소) /찐보리(인동덩굴, 생강, 파 뿌리와 함께 달여 마심) /창출(蒼朮, 기름을 짜서 먹음), /콩깍지(인동덩굴, 칡덩굴과 함께 달여 마심) /콩나물(엿과 함께 혼합해서 따뜻한 장소에 두었다가 먹음(이 요법은 가장 많은 사람인 14명이 추천했다.)


흙 속 미생물 생태계가 붕괴하면, 식물도 인간도 무너진다

 

민간요법은 의학이 아직 발달되지 않았을 때, 그리고 병원, 의원, 한의원 등의 의료기관이 먼 곳에 있어서 우선 급한 대로 사용해 본 의료 행위이므로 질병의 원인도 모르면서 함부로 따라 했다가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학 기술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인류가 전전긍긍하고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실험실인지 야생동물로부터 온 것인지도 정확하지 않다. 더구나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현대의학의 한계를 느끼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간혹 난치병에서 회복하는 사례를 보면, 자연치유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의학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진보하고 병원이나 의사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게 늘어난 만큼 환자의 숫자는 줄지 않고 같이 늘고 있으니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병이 있으면 약도 있다’ 하던데, 이토록 지독해진 감기 바이러스의 병원체를 알아내고도 인간이 속수무책인 원인은 무엇일까? 인간은 백신이 없이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백신이 없을 때 우리 조상들은 그저 앞뜰이나 뒷동산에서 나는 풀뿌리나 잎, 꽃을 가지고 감기를 극복했다. 

 

그렇다면, 혹시 약으로 애용하던 그런 식물에 이상 변화가 있었고, 그걸 먹는 우리가 자생적인 저항력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거의 1세기 동안 인류는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에베레스트산 높이 만큼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서 흙 속의 미생물을 대량 학살(虐殺)했고 지금도 자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팬데믹은 흙 속 미생물들의 반격으로 시작된 것만 같 다. 

 

식물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엽록체'라는 세포를 가지고 태양에너지를 광합성으로 합성한다. 엽록체가 없는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그래서 식물을 먹지 않으면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고,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육(肉)고기를 먹어야 힘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육고기에 들어있는 태 양에너지는 식물과 달리 재생 타이어와 같은 동물이 쓰고 난 중고품이다. 식물만이 신선한 태양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 태양에너지를 섭취해야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는 저항력을 갖게 된다. 녹황색 채소가 몸에 좋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흙 속의 미생물 역시,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하므로 식물로부터 태양에너지를 얻어야만 한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식물은 자신이 만든 태양에너지 일부를 뿌리를 통해 안에서 밖으로 삼출(滲出)시켜 미생물들에게 먹이로 나눠 준다. 미생물은 그 대가로 흙 속에 들어온 유기물(有機物, 생명력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물질)을 분해해서 무기물(無機 物-생명력이 없고 생물적이지 않은 발생 최초의 형태)로 만들어,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로 흡수하게 함으로써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진은 “식물이 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뿌리 주변에 있는 유용한 미생물에게 신호를 보내 이들을 가까이 끌어들여 자신의 면역력을 높이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 죽거나, 충분한 미생물 군집(群集) 형성이 되지 않아 미생물과 식물 간의 상생 관계가 붕괴하면, 사람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식물도 병충해에 시달려 비료나 농약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식물을 먹는 사람 또한, 식물로부터 제대로 된 약성을 섭취할 수 없으므로 외부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건 어쩌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민간요법에서 거론한 식물은 당시만 해도 거칠고 강하며, 독한 맛과 진한 향을 내는 것들이었다. 반면 요즘 것은 싱거운 맛이 나는 데다 향마저 부족한데 이는 흙의 미생물 생태계가 이미 무너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실제로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흙의 미생물을 분석 해보면 어김없이 관찰되는 미생물은 편협(偏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곳의 미생물을 분석하면 다양한 미생물들이 높은 밀도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하는 흙에서는 미생물들끼리 서로 협조하거나, 견제하면서 유익한 미생물이든 해로운 미생물이든 간에 한쪽이 우세한 세력 이 되는 걸 막는다. 


예를 들어, 흙 속에서 시들음병(Fusarium spp.)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우세를 차지하려고 하면 옆에 있던 방선균들이 견제에 나선다. 반대로 방선균이 우세를 차지하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이름 모를 바실루스 세균이 등장해 방선균의 성장을 막아선다. 이처럼 흙 속의 미생물들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세력균형을 이룬다. 이 같은 균형이 이루어지는 한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식물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생물이 제공하는 원료로 독성 물질(맛과 향)을 만들면서 건강하게 자란다. 

 

농사는 작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흙을 살리는 것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우연히 TV에서 경기도 시흥시의 한 농촌 지역에서 낙엽으로 마늘 농사를 짓는 한 농부를 보았다. 어렸을 때 기억이 나서 흥미로웠다. 마늘은 보통 퇴비를 뿌린 밭에 10월 중순, 씨 마늘에서 뗀 한쪽씩 흙에 꽂아 심는다. 마늘은 겨울을 난 뒤 이듬해 6월이면 수확한다. 그는 마늘을 심기 전에 흙부터 만들었다. 자신이 직접 설계한 생태 화장실에서 톱밥 등을 섞어 오랫동안 완숙 퇴비로 만든 배설물을 밭에 거름으로 뿌렸고, 자신이 인근 산에서 모아 부대에 담아 썩힌 낙엽을 추가로 시비(施肥)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자연농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는 거지요. 건강한 흙이라면 반드시 미생물이 살아야 하고, 그것도 아주 많이 살아야지요. 식물이 자라는 뿌리에는 풀이든 나무든, 반드시 미생물이 증식하게 돼 있어요. 흙 속에는 정말 많은 미생물이 살아가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절대로 필요하지요.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도록 만들려면 비료나 농약을 써서는 안되지요. 해충을 죽이는 농약은 미생물도 죽이니까요. 미생물이 많이 살면 병충해에 안 걸리죠. 작물의 자생력(自生力)을 가지고 제대로 크는 거니까요.”


피부 결이 좋고 혈색이 유난히 빛나는 그는 농부 같지 않았다. 천생 야외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미생물 농학자였다. 그는 자신이 토마토 밭의 흙을 한 움큼 파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5년간 넣어주었던 낙엽이 다 분해되어 흙에 들어가 있잖아요. 흙 자체도 굉장히 부들부들합니다. 수분도 적절하게 유지되어 있고요. 그래서 이 밭은 굳이 갈지 않고, 퇴비나 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작물이 아주 잘 자랍니다.”


그는 산에서 가져온 부엽토에 고두밥을 넣어 미생물을 배양한다. 산이나 숲에서 배양하면 더 좋지만,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농장으로 부엽토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배양해서 쓴다. 이렇게 배양한 미생물을 물과 희석해 퇴비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흙이나 작물에 뿌려준다. 그에게 있어서 농사는 작물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흙 속의 미생물을 살리는 일이었다. 

 

1988년, 식물 뿌리 주변부 미생물의 생태를 연구하던 외국의 한 연구진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 무리와 유전정보의 합성어)에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모든 물질을 포함 시켰다. 어느 시인은 ‘한 숟가락 흙 속에 미생물이 1억 5천만 마리, 흙길을 갈 때 발바닥에 오는 탄력은 그 미생물이 밀어 올리는 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많은 미생물 가운데 전통적인 기술로 키울 수 있는 건 고작 1%, 나머지 99%는 키울 수 없다. 

 

다행히 1998년 배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흙) 시료에서 직접 DNA를 추출해 정보를 분석하는 ‘메타게노믹스(metagenomics) 기술’이 개발됐다. 흙 속에 사는 수억 마리 미생물이 누구고, 그 녀석들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는 소리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10년 (2023~2032년)에 걸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마이 크로바이옴’ 신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간에 지난 4천 년간 똥오줌으로 흙의 미생물을 키워,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지어왔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알려졌으면 한다. 그래야 대대손손 이어갈 이 땅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이 약성이 풍부한 약초 같은 작물이 되고, 그것을 먹는 우리가 바이러스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 건강한 몸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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