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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타고니아', 마케팅의 천재인가? 바보인가?

【M이코노미뉴스 = 윤영무 본부장】 미국의 세계적인 친환경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는 마케팅의 천재? 아니면 수재일까? 아니면 바보 같은 기업일까? 철학 담당 임원까지 두면서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말과 글로 다듬어온 이 기업의 광고 카피 문구 하나가 몇 년 전 세상에 회자됐다. 

 

“Don’t buy this jacket(우리 회사 재킷을 사시 마세요)”

 

 

결과는 정반대였다. 기업의 브랜드가 새겨진 옷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광고의 정석을 깨는 파타고니아 창업자 겸 등반가인 80대 후반의 「이본 쉬나드」의 마케팅 철학을 그의 자서전 『파타고니아-파도칠 때는 서핑을』 통해 알아 보자.
 

하루 광고 메시지 2천~4천개,
이 중에 기억하는 메시지 5~9개도 곧 잊어버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나, 버스에서, 거리에서 혹은 야외 옥외 광고탑에서 눈에 많이 띄는 게 광고문구와 사진, 동영상이지만 그저 스쳐가거나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다. 하기야 광고 뿐이겠는가. 책도 읽고 나면 단어 몇 개 건지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나면 결정적인 한두 장면만 남는다. 만든 사람이야 몇날 며칠 날밤을 새워가며 골머리를 쓰고, 최종적으로 광고를 맡긴 기업의 오너에게 오케이 사인까지 받았을 그런 무수한 광고의 잉태과정을 생각하면 관심을 기울여주는 게 사람의 도리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하루에 노출되는 광고 메시지만 2,000~4,000개라고 하니 어쩌겠는가. 인지 심리학의 창시자인 미국 하버드대 밀지 밀러 교수는 1956년에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정보처리 능력은 기껏해야 7±2, 그러니까, 5~9개라고 했다. 아날로그로 살았던 그 시절이 그랬으니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말해 무엇 하겠는가?


가짜 광고는 절대 만들지 않는다

 

그랬는데 최근 「이븐 쉬나르」의 자서전 『파타고니아-파도칠 때는 서핑을』 제2장 철학섹션에서 마케팅 철학 부분을 읽다가 파타고니아 기업의 광고가 다른 기업 광고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회사는 말보로 맨 같은 가상의 캐릭터나 석유 업체 셰브론의 ‘동의합니다’ 광고와 같이 가짜 캠페인을 만들 필요가 없다.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탄생한 그들의 브랜드 이미지가 성공적이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의 광고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왜 멀쩡한 사람들이 광고에 설득되어 자신을 죽일 것이 분명한 담배를 피우겠는가? 왜 진짜 남자는 버지니아 슬림이 아닌 말보로를 피우겠는가? 말이다. 이는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지만 그건 가짜다.”


가짜, 그렇다. 파타고니아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이미지가 있지만 창업주인 쉬나드는 그 무엇이 가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사 이미지를 공식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했
다. 실제로 파타고니아는 너무나 많은 부분을 진정성(眞正性)에 의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식적인 것이 회사의 이미지를 파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 이미지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에 맞게 행동하는 것뿐이며,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그는 밝혔다.

 


“파타고니아의 이미지는 인간적인 목소리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신념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들, 미래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가공이 가해지거나 인류애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 우리의 이미지는 규범을 깨고, 영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하는 의미다.”


스토리 전체를 듣게 해 준다

 

많은 기업들이 주로 광고를 통해서 고객들과 소통한다. 하지만 고객을 계속 잡아둘 수는 없다. 고객은 잠깐 시선을 주다가 읽고 있는 기사를 보고, 보고 있던 프로그램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회사의 광고를 보다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다.

 

TV 시청자들은 같은 광고라도 7~8회를 봐야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한다. 파타고니아는 빠르게 변화하고 정신을 멍하게 하는 그림과 소리로 가득한 가상세계로부터 안식처와 대안을 제공하는 이미지다. 그러한 이미지의 전체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고객들의 주의가 분산되어선 안 되므로 파타고니아는 카탈로그를 고객과의 매개체로 삼았다. 카탈로그가 우선하는 목표는 특정한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장려하는 것이었다.

 

환경에 대한 깊은 감사와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욕

자연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

권위에 대한 건전한 의심과 회의

인간의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연습과 숙련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스포츠에 대한 애정

스노모빌이나 제트스키와 같이 엔진을 써야 하는 스포츠의 거부

진짜 모험에 대한 선호와 존경

(디자인과 소비에 있어서)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신념


사진(寫眞) : 억대 모델보다 진짜 순간을 보여 준다

 

그는 사업 초창기에 진짜 모델이나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할 형편이 아니었다. 때문에 친구들을 불러 사진을 찍었는데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서핑을 하다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모델 없이 옷 사진만 찍고 고객들로부터 진짜 사진을 공모하기로 한 것이었다.  카탈로그에 고객을 대상으로 ‘파타고니아의 순간을 포착한다’는 광고를 냈다.  결과는 대단했다. 고객들과 사진작가들이 보내온 사진에 파묻힐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플리스 재킷을 슬쩍 반투족 추장에게 입히고 찍은 사진-그건 우월감의 표현이다, 피부가 창백한 백패커가 가을 주말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걷는 사진-이건 너무 안전하다. 강풍이 부는 산 정상에 깃발을 꼽는 등반가 사진-이것은 너무 정복이라는 느낌을 줘서 선정하지 않았다.

 


대신 ▲산기슭의 녹슨 쉐보레 자동차 위에서 식사를 하는 등반가들, ▲벨리즈의 낡은 오두막 ▲깨끗한 가루눈에 얼굴을 쳐 박았다가 일어나는 행복감에 젖은 스키어 ▲텐트 옆 빨랫감 속에서 플리스 재킷을 찢고 있는 갈라파고스 거북이 ▲샤모니 빙하 위에 쓰레기로 만들어진 구조물 ▲태평양 횡당 선박의 갑판 아래 지친 선원들 ▲낡은 트럭 밑에서 볼 존인트에 기름을 치는 정비공 ▲들판에서 새에게 밴드를 감고 있는 해양 생물학자 ▲삼나무를 지키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Julia Butterfly Hill, 미국의 환경운동가) ▲야영지에서 얼음 조각품이 되어 버린 TV를 보고 있는 스키어들과 같은 사진을 보여준다.

 

모델이 아닌 진짜 사람들의 사진을 이용하고 그 밑에 설명을 다는 일은 현재 모든 아웃도어 업체의 모든 카탈로그와 잡지가 따라하고 있다.

 

글: 글에는 우리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두 종류의 글을 쓴다. 하나는 자사의 가치관을 보여 주고 명분을 홍보하는 개인적인 에세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문이다. 1972년 초창기 회사인 「쉬나드 아큅먼트」의 카탈로그에 「클린 클라잉밍」 에세이가 실렸다. 이를 통해 등반가들에게 클린 클라이밍을 장려했고, 새로운 초크 사용법을 알렸다.

 

1994년에 「현실 확인」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파타고니아의 모든 제품이 환경피해를 유발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 사람들에게 더 좋은 물건을 사고 더 적게 사도록 장려했다. 지금까지 자연주의적 여행가, 환경운동가, 등반가, 작가 등의 글을 실었다.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인물 소개는 가필했다.


▲폴 에드워드 서룩스(Paul Edward Theroux, 1941년~ ) 여행기록인 『The Great Railway Bazaar, 1975.』 등 많은 책을 저술한 미국 소설가이자 여행 작가. 그의 소설 『The Mosquito Coast』는 영화와 TV시리즈로 각색되었다.


▲릭 리지웨이(1949~ ) 미국인 최초로 무산소 K2 등정에 성공한 등산가이자 환경운동가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지구의 아들’이라고도 불린다. 파타고니아 사회공헌 부사장. 제1회 울주산악문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했었고, 지속가능한 의류 연합(Sustainable Apparel Coalition, SAC)을 설립해 나이키·유니클로·자라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의류·신발 연합회로 키웠다.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1955~ ) 미국의 작가, 환경보존주의자 겸 활동가이다. 그녀의 글은 American West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Utah의 건조한 풍경과 Mormon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연 속에서 직접 야영을 하면서 자연환경, 사회, 그리고 정의에 중점을 두고 창조적 논픽션과 서정적 에세이를 쓴다.


▲빌 맥키번(1960~ )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집필을 하고 있는 미국의 환경보호논자이자 작가, 저널리스트, 그리고 국제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반다나 시바(1952~ ) 자본주의 ‘경제를 자연을 죽이고 삶터 빼앗는 범죄경제’라고 하는 인도의 학자, 환경운동가, 음식 주권지지자, 여성 환경운동가, 반 글로벌주의 작가이다.

 

인도 델리에 거주하면서 20권이상의 저술을 했다. 흔히 ‘곡식의 간디’라고 불리는 그녀는 반-GMO 운동도 하고 있다.


▲수 헬펀(Sue Halpern, 1955~ ) 「The New Yorker」 전속 작가. 베스트셀러인 『A Dog Walks into a Nursing Home』 과 『Four Wings and a Prayer』의 저자이다. 주로 과학, 기술, 그리고 정치에 관한 글을 「the Times Magazine」 등에 기고하고 있다.

 

Middlebury 대학에서 ‘이야기 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칼 사피나(1955~ ) 생태학자겸 자연계와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쓰는 저술가이다. 그가 쓴 책으로는 『야성: 동물문화가 가족을 키우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며, 평화를 이루는 방법』 『언어 이상으로』 『동물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 『푸른 바다를 위한 노래』 『앨버트로스의 눈』 등이 있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Save the Ocean」 시리즈를 진행했다.

 

▲재레드 메이슨 다이아몬드(1937~ )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교수, 성균관 대학교 석좌교수(2021~), 『총, 균, 쇠』의 저자이다. 제품에 대한 글은 직물의 세부적인 사항과 용도에 대해 꼭 필요한 사실을 전달하며 파타고니아가 스포츠와 삶에서 원하는 것들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정확성에 대해 대단히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파타고니아는 글을 쓰기 위해 출판 브랜드 파타고니아 북스를 두고 있으며, 같은 주제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파타고니아 웹사이트에 동영상 스토리와 제품 정보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또한 특히 강력한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홍보: 고객의 신뢰는 광고비로 살 수 없다


브랜딩은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이고, 홍보는 사람들에게 파타고니아 제품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홍보 활동은 제품에서 시작하는데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이 있다.

 

우리의 목적은 홍보가 아닌 영감과 교육에 있다. 

우리는 신뢰를 돈으로 사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얻기를 원한다.

우리에게 최고의 지원은 친구의 입소문을 통한 추천이나 언론의 호의적인 언급이다.

광고는 최후에 의지하는 수단이며 보통 스포츠 전문 잡지를 이용한다.

 

파타고니아는 고객이 똑똑하다고만 상정하지 않는다. 즉 고객은 쇼핑을 재미로 하지 않고, 삶을 돈으로 사는 것을 원치 않고, 삶을 허접한 쓰레기로 만들지 않고 보다 깊고 단순하게 만들기를 원하고, 공격적인 광고의 표적이 되는데 지쳤거나 무관심하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보도가 중요하다. 1994년 페트병을 재활용한 「신칠라 플리스」를 내놓았을 때 언론의 언급으로 파타고니아가 얻은 홍보 효과의 가치는 5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래서 뉴스거리가 있으면 이 기업은 바로 활동을 시작한다. 기업의 관련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번드르르한 홍보 세트를 만들거나 무역 박람회에서 언론사 초청 파티를 공들여 준비
하지는 않는다. 언론의 호평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뉴스 거리를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는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서는 꼴찌다. 그런데도 파타고니아가 효과가 크다고 믿고 있는 유료광고를 통해 새 매장 개점을 알리거나, 강에서 댐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 등을 광고하는 것은 환경적 인식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보통 매출액의 1%를 광고비를 쓰는 대부분의 아웃도어 업체보다 훨씬 적은 광고를 하고 있다.


노란 해바라기 ...밭과 꿀벌이 사로잡은 어느 국내 광고

 

그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광고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모델 대신 현장 사진을 쓰고, 철학 담당 임원을 임명함으로써 자사 기업에 관련한 모든 글과 말, 영상, 광고문장에 기업의 철학을 담아내려 했으니, 과연 그런 기업이 얼마나 되겠나싶어서였다.

 

그런데 국내 영자지를 보다가 어떤 광고 하나에 눈길이 갔다. 수십만 그루의 노란 해바라기 밭을 배경으로 광고주 은행 이름과 발음이 같은 K-bee(K-꿀벌) 프로젝트를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꿀벌이 가장 좋아하는 해바라기. KB는 100만 송이 해바라기 정원을 조성하여.....운운하는 내용이었다.


“으음~ 이 회사가 제대로 알고 있어, 꿀벌이 죽으면 사람도 살 수 없는 거지. 그래서 유엔이 5월 20일을 꿀벌의 날을 지정했잖아.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없어지면 인류가 멸망한다고 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파타고니아의 마케팅 철학을 가진 은행이 생겨 나는 건가?”

 

앞으로 모든 광고가 지속가능한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주시길 바라면서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져 혼잣말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MeCONOMY magazine Jul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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