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3살의 김향주 사장은 지난 40여년간, 전국의 수박 밭을 누비고 다니며 수박을 도시의 청과물시장에 공 급해 온 이른바 수박 포전업의 대부다. 수박 줄기나 얼룩무늬만 봐도 수박 속의 상태를 꿰뚫어 본다는 그는, 최근 들어 전북 고창, 충남 부여 등 내로라하는 수박 특산지를 제쳐 놓고, 충북 충주시 신니면의 양성수 씨의 수박농장으로 발길 을 돌리고 있다. 도대체 어떤 수박이기에 수박 포전업의 도사를 끌어당기는지 궁금했다.
Q. 아주 건강해 보이시네요. 사장님께서는 포전업을 하신지는 얼마나 되시는지요?
김향주 사장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38살부터 해서 지금 내 나이가 83살이니까요.
Q, 그 정도이시면, 수박을 겉으로만 봐도 수박 속의 비밀을 다 아시겠네요?
김향주 사장 그렇죠. 수박의 꼭지, 햇빛의 정도, 줄기, 잎사귀 등을 보면 거의 99% 알아맞히지요. 수박을 잘못 사면 안 되는 직업이 저처럼 밭 전체를 사는 포전업자니까. 사실 비밀이 랄 것도 없는데 수박의 겉모양도 모양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박 안을 들여다보려면 수박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흙을 봐야 하지요. 흙이 어떤 상태냐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데 대개 좋은 수박은 수박을 재배하는 농부가 흙부터 잘 가꿔 놓고 있어요.
흙이 좋아야 수박 뿌리가 깊고 넓게 뻗을 수 있어요. 흙의 영양분을 고루 빨아들일 수 있는 건 상식이잖 아요. 뿌리가 튼튼한 만큼 당도가 높아지고, 아삭아삭거리 는 식감이 더해져 뛰어난 상품이 되는 거지요. 뭐 그런 걸 비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같이 포전업을 오래 하다보면 가장 좋은 수박은 가장 좋은 흙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Q 기존의 수박 특산지가 많은 굳이 이곳을 찾으신 이유가 있나요?
김향주 사장 수박이 자라는 흙이 좋기 때문이죠. 특산지의 흙은 오랫동안 같은 작물을 재배해 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흙의 영양상태가 안 좋을 수밖에요. 그래서 우리나라 농산물 특산지는 수박만이 아니라 다른 작물도 좋은 흙을 찾아 이동하고 있어요. 좋은 흙을 만들려면 노하우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노하우가 가장 발달한 특산지라도 워낙 같은 작물을 연작으로 재배하다 보니, 흙의 진기가 빠졌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곳은 신개척지나 다름없어요. 흙을 좋게 만들려면 여러가지 노하우가 들어가야 할 터인데, 그만큼 이곳은 토양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점이 저의 발길을 끈 것이지요. 몇 년 전부터 다시마영양제를 사용하고 있다는데 효과가 괜찮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공급하는 수박을 팔아본 상인들이 이곳 수박이 좋다는 칭찬을 들어요.
Q. 제가 보기엔 타지에서 재배한 수박이나 이곳 수박이나 거의 비슷비슷한데 사장님이 보시기에 이곳 수박농사를 잘 지은 건가요?
김향주 사장 네, 수박을 고르게 잘 키웠네요. 원래 밭주인이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과실이 균일하냐 아니냐를 보면 알 수 있지요. 프로 농사꾼은 밭 전체작물의 키나 줄기가 자로 잰 듯이 똑같거든요. 이곳의 수박줄기가 그래요. 수박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요. 젊은 분이 열심히 하니까 수박이 좋은 거죠. 상품성도 뛰어나서 판매처에서 1등 가격을 받지요. 당도가 월등하게 잘 나오고 수박의 크기가 일정하니까요.
Q. 사장님이 보시기에 이곳 수박의 당도가 잘 나오는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김향주 사장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쉽게 말해서 토양관리를 우선적으로 잘하니까 당도가 높은 거죠. 품종 선택도 아주 잘하시고요. 잎이 약간의 노화 상태가 되면 당도가 아주 좋거든요. 최고의 당도에 도달한 지금이 수확의 적기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좋은 당도도 안 나오고, 그렇다고 조금 더 빨 리 따 숙성시킨다고 해서 당도가 더 좋을 것도 없어요. 그러니 적기에 따는 이곳 수박은 공판장이든 어딜 가든 간에 다른 수박에 비해서 가격을 더 받는 거지요.
Q, 사장님은 포전업만 40년 이상 하셨으니 꽤 많은 거래처가 확보돼 있겠는데요?
김향주 사장 그렇죠. 그렇다고 그분들이 내가 공급한 수박이라고 무조건 신뢰하는게 아니에요. 수박박스에 보면 생산자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잖아요. 그걸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아시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저도 좋은 수박을 찾아내야 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상인들로부 터 신뢰를 얻을 수가 없어요.
Q. 이곳 수박이 전국에서 나오는 수박과 다른 점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향주 사장 일찍 재배하는 지역과 중간 시기에 재배하는 지역 등으로 크게 3~4단계로 나눠진다고 볼 때 여긴 중간 지역 제품이죠. 어느 지역 수박이 가장 맛있느냐는 질문을 많 이 받는데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만 딱 집어서 어느 지역이 라고 말하기는 힘들죠. 어쨌든 저는 전국에서 그래도 괜찮 은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좋은 수박을 찾아 소비자들한테 공급하니까 아직 애로사항은 없어요.
그런데 이곳 수박의 당도가 14.5브릭스(Brix)인데 이런 수치가 수박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죠. 제가 알기로는 이 같은 당도의 수박은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대개는 13브릭스(Brix) 정도지요. 그 정도라도 좋은 수박이라고 하는데 이곳 수박처럼 14.5브릭스(Brix)가 나오려면 보통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되지요. 수박이 달기만 한 게 아니라 맛이 있잖아요? 소비자들은 딱 입에 넣어 보면 즉시 알 수 있는 데 그런 식감의 수박이 이곳에서 나기 때문에 제가 우선적으로 오는 곳이 됐어요.
이곳 수박을 해마다 파는 상인이 있는데 이집 수박은 믿고 산다고 합디다. 수확 때가 되면 그 수박 언제 들어오냐고 묻고요. 저도 원래 시장에서 장사하다가 지방으로 다니면서 농 가들을 두루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벌써 그 세월이 40년이 넘었어요. 열심히 하니까 나름대로 보람도 있습니다. 김 씨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양성수씨(54세)는 앞머리를 내려 넓은 이미를 덮고 있고, 구릿빛 혈색의 건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올해로 수박 농사만 14년째, 층북 충주시 신니면의 양성수씨라고 하면 청과물 시장에서 수박농사의 달인 으로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Q. 달인이란 소리를 들으시고 있는데 수박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 조심하고 있는 게 있나요?
양성수 사장 양성수 사장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을 피하고 있죠. 이를테면, 이파리도 늘 싱싱하면 안 되고 늙어야 해요. 노화를 막으려고 수박을 오래 살리려고 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지요. 뭐든 지 적당한 게 좋은 거니까요..
Q. 이곳 수박을 사가는 김 사장님께서 좋은 수박을 생산하려면 흙이 좋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흙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양성수 사장 화학비료 같은 걸 좀 적게 쓰거나 안 써야 되지요. 많이 쓰면 땅이 죽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는 분들은 그 렇게 많이들 하시지요. 대부분 농가들이 말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화학비료보다는 단가가 약간 높더라도 성분이 좋은 걸로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통 수박 재배지 토양은 밑거름으로 50%를 주고 웃거름으 로 50%를 나눠서 주는데, 수박이 자라는데 쓰이고 남은 비료가 토양에 쌓이게 됩니다. 더구나 하우스 토양은 비를 맞 지 않아서 양분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으므로 모두가 토양 중에 쌓이게 됩니다.
그래서 노지포장보다는 시설하우스 포장에서 연작장해가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소 한 2~3년에 한 번씩은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여 그 결과에 따라 시비추천을 받고 비료의 수량을 알맞게 조절하도록 해야 합니다.
Q. 이모작을 하고 계시잖아요. 땅이 안 좋으면 할 수 없는 거죠?
양성수 사장 아직 흙심이 있다고 봐야죠. 여기는 수박을 재 배한지 오래된 지역이 아니라서 그나마 괜찮죠.
Q. 이모작을 할 때 수박의 당도는 어떤가요?
양성수 사장 일모작을 할 때와 다르지요. 수량도 적게 나오고요. 날씨 탓이에요. 기온이 높으면 수박이 크지 않거든요. 이모작을 할 때는 당도보다 수박이 쓰러지지 않아야지요. 고온에서 수박이 끝까지 버텨야 되니까요. 수박은 박대목이 있고 호박대목이 있는데 호박대목은 아무래도 당도가 떨어 지죠. 욕심 같아선 박대목을 쓰고 싶은데 버티는 힘이 약하 다보니까 당도가 떨어지더라도 호박대목을 쓰게 되죠. 이모 작에서 만약에 박대목을 만들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죠. 저도 호박대목을 해봤더니 당도가 일모작 같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더라고요.
Q. 수박농사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모작을 하나요?
양
양성수 사장 그렇다고 봐야죠. 채소 하다가 수박을 재배하는 분들은 이모작을 안 해요. 그 외 수박농가들은 무조건 이모작 한다고 보면 돼요. 이모작을 할 때는 수박 묘목의 간격을 넓게 해서 심어요. 그러니까 수박 개수가 더 빠지죠. 다시 말해서 노력은 똑같이 들어가지만 수량이나 맛이 떨어져 수익은 줄어들죠. 기간도 일모작은 90일인데 이모작은 60일 정도면 수확하거든요. 올해는 수박모종을 심고 안 좋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육모장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어쨌든 올해는 가물다 갑자기 고온이 되면서 농사를 망친 분들이 꽤 있어요.
Q. 최근 수박 맛을 더 좋게 하려고 사용하는 제품이 있나요.
양성수 사장 네. 다시마영양제를 쓰고 있어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한 번 쓰게 되니까 솔직히 안 쓰 면 안 될 정도로 좋더라고요. 지금 4년째 쓰고 있는데 습관이 된 거예요 하하하.. 실제 써보니까 당도가 아주 잘 나오더라고요. 주로 엽면(葉面)시비를 하고요. 관주시비는 아직 안 해봤고요. 500mm 한 병을 25말에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다른 약과 혼용이 가능하니까 편하고요. 약해가 없어서 좋아요. 올해는 2번만 사용했는데도 잎이 도톰해지고 당도가 많이 올라가더라고요. 식감도 좋고요. 보통 당도는 입에서 느끼는 맛이 중요한데, 이걸 치니까 식감이 아주 좋아요. 수박을 쪼갰을 때 연분홍색이 나야 식감이 좋거든요.
Q. 이 지역에서는 가장 맛있는 수박을 재배하신 건가요?
양성수 사장 글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집집마다 우리가 체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우리 수박의 당도가 굉장하 잖아요. 처음에 저는 당도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니까요. 우리 수박을 가져가신 분이 오셔서 당도계 다른 걸 가져와 체 크해보도록 했는데 수치는 똑같이 나왔어요. 지난해 인근서 13브릭스(Brix) 정도의 수박을 재배한 농가가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제가 생산한 수박의 당도를 따라 오진 못했죠. 아참! 인근 도시에서 이주해 와서 2년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분이 계시는데 올해 금손다시마를 쓰고,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Q. 어쩌면 이렇게 수박 크기가 일정한 거지요?
양성수 사장 사실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게 수박 농사죠. 늘 비슷한 크기로 만들려고 애를 쓰지만 결과물을 저 같은 사람도 장담할 수 없어요. 아마 금손다시마를 사용해서 뿌리가 골고루 영양분을 흡수해서 그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금손 다시마를 쓴 것 이외에는 예전에 하던 대로 그냥 똑같이 물 주고...별다르게 한 일이 없어요. 크기가 골고루 나오면 농가입장에서는 가격을 잘 받을 수 있으니까 좋은 거고, 상인들도 장사하기에 좋죠.
Q. 수박 농사 규모는 얼마나 되고, 한 동에서 몇 개씩 수확하나요?
양성수 사장 33동이고, 한 동에서 보통 520개 정도 따는데 그 정도면 성공한 거죠. 올해는 500개 정도 딸 것 같아요. 다른 농가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년 과 비해 저희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올해는 확실히 가물었어요. 주변에 수분이 없으니까, 저희 밭도 땅이 조금 말라 있더라고요. 원래 가물면 수박 맛이 좋다고 하잖아요. 전체적으로 1만7,000개 정도 나올 거예요. 매출액으로 보면 1억8,000만 원 정도. 대신 요즘 인건비가 많이 올랐잖아요. 그 만큼 수익이 깎여 나가겠지요.
Q. 이 지역은 수박이 잘 되는 적지인가요?
양성수 사장 다른 지역에 비해서 약간 특수한 환경인 듯해요. 인근에서 수박농사 하시는 분들 보면 일단 12브릭스 (Brix) 정도가 나오는데요. 그 정도면 높이 나오는 거죠. 올해 제가 생산한 수박의 당도 재 보았더니 제가 한 게 아니라 제 수박을 파는 상점에서 보내온 수치인데 14.5브릭스(Brix)였습니다. 14년간 수박농사를 지어온 양성수씨는 수박농부로서는 프로 중의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박농사의 핵심이 겨울에 볏짚 등 유기물을 흙에 넣어줘, 흙의 미생물을 키우고 달래면서 흙심을 길러내는 나름의 비법을 보유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만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흙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흙의 미생물 활동을 촉진하는 금손다시마와 같은 영양제를 적절히 시비함으로써 수박이 자라기에 최상의 조건을 만들 줄 알았던 것이었다. 수박 농사꾼 양성수 씨가 고당도의 품질 좋은 수박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수박이 뿌리를 건강하게 내릴 수 있도록 흙부터 가꾸는 농부의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