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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나무숲으로 되돌아가는 뉴질랜드의 푸른 목장들

세계 각국의 농어산촌 경제 정보 [제6편]

 

전국 어느 곳을 가도 양 떼와 소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의 나라 뉴질랜드. 19세기 후반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와 원시림을 벌목해 나무를 팔고, 그곳을 목장과 초원으로 조성한 덕택이었으나, 최근 목장의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흡수하기 위해 기존 목장과 초원을 나무가 무성했던 개발 전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한 ‘탄소 농업’이 시도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산림을 훼손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목장과 초원까지 산지(山地)로 만들려는 뉴질랜드의 사례를 소개한다. (뉴욕타임스 국제판 2022년 8월 13~14일자 참조) 

 

탄소 농업에 양보한 뉴질랜드의 푸른 초원의 목장들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양과 소의 목장인「Horehore Station」은 4,000에이커(=489만 6천 평)에 달한다. 고르지 못한 울퉁불퉁한 언덕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가파른 도랑들이 무성한 풀 섶에 덮여있다. 누더기가 된 것 같은 풍경이지만 이곳은 16㎢에 이르는 훌륭하고, 생산성이 높은 방목 농경지이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곧 농장으로써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땅의 주인인 존 힌드럽 씨는 2013년에 이 땅을 180만 뉴질랜드 달러에 샀다가 11년만인 올해 1,300만 뉴질랜드 달러(=820만 달러)에 팔았다. 몇 배의 차익을 가져온 뜻밖의 횡재는 뉴질랜드에서 새롭게 떠오른 수익성 좋은 신사업 덕분이었다. 임업 투자자들이 그 땅에 나무를 심어 나무로 덮고 나무를 키워 목재를 팔아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대기로부터 빨아들이는 탄소로 돈을 벌게 되는 탄소 농업을 하려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당신들이 탄소 농업이라는 소리를 2년 전에 했더라면, 나는 당신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올해 67살인 힌드럽 씨가 자신이 소유했던 땅의 가치를 논했다. 

 

이른바 탄소 농업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한 뉴질랜드의 핵심적인 정책이다. 뉴질랜드는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속하는 회사들이 반드시 탄소배출권을 사서, 그들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탄소배출권은 나무숲을 소유한 사람들로부터 사야만 하는데 국토대부분이 목초지인 뉴질랜드에서는 산지가 부족함으로 당연히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자 임업 투자자들이 기존 목장과 초원을 사들여 그곳에 나무를 심어 현금화하려는 것이다.   

 

토지이용에 관한 변화를 가져오는 탄소 농업

 

탄소배출 거래 프로그램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뉴질랜드의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목초지가 탄소 농업에 자리를 내줌으로써 뉴질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산업의 하나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유토피아 같은 전원풍의 농촌 지역의 모습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농부들과 농업 전문가들은 양과 소의 목장은 많은 지역사회에서 다수를 고용하고 있다면서, 탄소 농업은 이 나라 수출의 맨 위 자리를 차지하는 산업 분야의 하나를 쇠퇴하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나누고 있는 이야기는 아마 지난 100년간 목초지를 활용하는 방식을 훌쩍 뛰어넘는 뭐랄까, 혁신적인 토지이용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지켜봐서 알지만, 기존의 목초지 활용법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라고 케이스 우드포드 씨가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 링컨 대학의 농업 식품 시스템공학 교수겸 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탄소 농업은 토지이용에 관한 대단한 변화이고, 탄소농업처럼 우리가 꼭 필요로 하는 건 확실히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닌가?”라고 했다. 

 

 

뉴질랜드가 탄소배출권 거래를 밀어붙이는 이유 

 

뉴질랜드의 탄소배출 거래 프로그램은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다. 탄소배출 회사들이 임업을 통해서 자사의 탄소배출을 100% 상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미국은 탄소 거래 주도권을 지역이 쥐고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전국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없다). 사실상 뉴질랜드가 탄소 농업을 이렇게 세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에 역부족이다. 뉴질랜드의 이 프로그램은 지구촌 전체로 볼 때 미미하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탄소배출량은 펜데믹 이전까지 여전히 상승세에 있었다. 뉴질랜드가 배출하는 탄소는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볼 때 개발도상국가들에 속하는 여러 나라들의 가장 큰 오염 유발인자 가운데 하나다. 농업 부문이 국가의 기간산업인 뉴질랜드는 사실상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주로 가축들에 의해 방출(放出)되는 메탄가스다. 

 

“오늘날과 같은 정책 결정은 미리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먼길을 떠나야 하는 첫걸음이나, 실질적으로 수십 연간 토지이용을 못 하도록 자물쇠로 채워 놓는 셈‘이라고 우드포드 교수는 말했다. 영구 탄소 흡수림은 나무를 심은 상태로 유지했다가 탄소배출권을 얻게 하는 목재용 수림이 어느 정도 자라면 베어내고 다시 나무를 심어야만 한다. 대개 28년 주기로 벌목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 임업 투자자들 앞다퉈 목장 매입 

 

이미 수목(樹木)에 의한 탄소 농업으로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팔린 목장의 총량은 애드벌룬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들 목장은 주로 호주, 말레이시아,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온 해외 구매자들에게 팔렸다. 산업단체의 하나인 「Beef+Lamb New Zealand」가 의뢰해 조사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해 소와 양 목장이 통째로 임업용으로 팔린 면적은 총 만 에이커 정도였다. 그런데 2년 뒤에 이 수치는 9만 에이커로 늘었다. 토지 매매가 펜데믹 초기에 잠잠해진듯했으나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2021년에 다시 상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난 3년 사이 3배로 뛰어, 80 뉴질랜드 달러가 되면서 시작됐다. 뉴질랜드의 탄소 배출량은 여전히 줄지 않는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둘러싼 공급과 수요가 불균형을 이룬 탓이었다. 여기에 뉴질랜드가 당초 약속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기후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태세여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보는 투기자들의 영향도 있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시세로 탄소 농업은 해마다 에이커 당 1,000뉴질랜드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양과 소를 키우는 목장에서 나오는 약 160달러의 수익과 비교가 된다고 분석했다. 오클랜드 기술 대학의 기후 변화 연구원인 데이비드 홀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몇 년 더 지나면 100 뉴질랜드 달러를 초과할 듯이 보이며, 만약 이 가격이 200달러를 넘게 되면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교통부문에서 즉각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것이다. 

 

뉴질랜드 기간산업의 미래가 달린 저-탄소배출의 기술적 진보

 

애초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뉴질랜드가 심어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부분적으로 보면 필요한 나무의 수효는 얼마나 빠르게 이 나라가 탄소 농업의 필요성을 줄어들게 만드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어서, 저-탄소배출 경제로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의 기후 변화 위원회의 현재 계획은 2050년까지 탄소 흡수림을 270만 에이커로 조성하는 데 있다. 그렇지만 또다른 모델은 1,300만 에이커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 면적은 뉴질랜드 전체 소와 양 목장이 점유하는 면적의 약 70%에 해당한다. 그런데 양과 소의 목장 면적에서 270만 에이커를 도려낸다는 것은 수출액에서 20억 뉴질랜드 달러만큼 손실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우드포드 교수는 “고기와 양모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수출 산업으로 약 120억 뉴질랜드 달러의 규모이고, 이는 전체 수출액의 15%를 차지한다” 고 말했다. 

 

농촌으로 볼 때 탄소 농업은 일자리를 거의 만들어내지 못하고 수목으로 이루어진 ‘푸른 사막’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임업부인 「Te Uru Rakau」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영구(永久) 탄소 흡수림은 2,500에이커의 나무를 심고나서 연간 일자리가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목재 임업은 나무를 심고 벌목하는 동안 12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데도 사실은 지난 30여 년간 그런 일자리는 거의 없었다. 

 

목재 임업에 비해 소와 양 목장은 정규직은 물론이고, 계절마다 고용하는 약 13개의 풀타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팔린「Horehore Station」목장은 3명의 풀타임 근로자는 물론, 양털 깎는 사람들, 울타리 업자들과 헬기 조종사를 포함한 다른 많은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했다. 힌드럽 씨는 당시에는 간접적이긴 하지만 수입을 목장에 의존했던 트럭 운전사, 카페 주인 외 많은 사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농촌사회와 지역 경제에 몰고 올 탄소 농업의 역효과

 

“탄소 농업이라는 거 말이요, 농촌사회를 소멸하게 하고 농촌 지역 경제를 말살시킬 거란 말이요”라고 케리 월스놉 씨가 말했다. 그는 농부이자 목장을 임업으로 바꾸는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얼추 12개 지역 가운데 한 곳인 Gisborne 의회 의원이다. 비즈니스 자문회사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Gisborne에 있는 심하게 비탈지고 상대적으로 험지에 속하는 지역을 영구 탄소 흡수림으로 조성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 나오던 일자리의 거의 절반-약 만 개-가 증발할 것이라고 했다. 

 

농부들은 다양한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왜냐하면, 뉴질랜드가 세운 환경 목표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농부가 그들의 목장을 팔았을 때 목장을 팔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측면에서 보면, 목장이 줄어든 만큼 가축 간병(看病)과 같은 것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어든 목장이 나눠 분담해야 해서 목장 운영비가 증가할 것은 뻔하다고 산업 그룹의 하나인 뉴질랜드 연방 농민(Federated farmers)의 토비 윌리엄스가 말했다. 그러자 목장주 농민들이 새로운 환경 규제에 항의로 맞섰고 도시의 거리를 트랙터로 막아버렸다. 

 

“거리에 나가 항의해 보니 내 정신 건강과 육체적 건강에 가치있는  일이 아니었소”라고 찰리 레이놀즈 씨가 말했다. 그는 새로운 규제에 대처하기 위해 25만 뉴질랜드 달러의 울타리 견적 비용을 받아본 뒤, 탄소 농업을 포기하고 올해 자신의 목장을 팔았다. 

 

 

전국토의 67%가 산지인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의 6.3% 흡수 

 

전 국토가 난개발로 인한 몸살을 앓아온 우리나라는 산 중턱까지 주택들이 파고 들어가고, 각종 도로와 아파트 단지로 산 하나가 사라지거나 파괴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 때문에 큰 비가 오면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로가 유실된다. 더구나 영세 산주가 많아서 종합적인 산지 관리도 사실상 어렵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0년 전국 산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임야 면적 636만㏊ 중 사유림 416만㏊의 소유자는 218만1천 명, 이들이 소유한 평균 면적은 1.9㏊, 그러니까 2천 평이 남짓이었던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이런 상황에서 산림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해 30년 이상 된 오래된 숲을 베어내고 어린나무로 구조조정하는 ‘산림 부문 탄소 중립 추진전략안’을 내놓았다. 그러자 환경단체들이 “다른 식물·토양 등 전체 탄소저장량 등 산림의 생태적 기능을 보지 않고 30년 넘은 나무를 무조건 베려 든다며 산림청이 아니라 산림 파괴청이냐”는 비난을 쏟아냈다.  

 

환경부의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의하면 산림은 2018년 온실가스 4560만t을 흡수했다. 같은 해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7억2,760만t의 6.3%, 수송부문 배출량 9,810만 t의 절반 가까운 양을 제거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산림이 훼손되고 각종 난개발, 도로 등으로 파괴되어가는 것은 절대 간단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개인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나라를 기후위기에서 구출할 산림경영률을 53%에서 90%로 높이는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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