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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심층]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 가시지 않은 동맹들의 의구심

요즘 유럽과 아시아의 자유진영 국가들이 미국을 향해 근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일어나는 총기 사고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으키는 파장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2년 전 대통령 선거를 여전히 조작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추종자들이 만들어내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편승해 미국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가짜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중간선거 직전까지 공화당의 레드 바람이 불 것만 같았다. 막상 개표해보니 달랐다. 민주주의는 역시 선거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혁신과 개혁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음을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볼 수 있었다.

 

트럼프 바람이 정치판을 바꿀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도 하나의 소스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언론 보도가 기존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도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반대 층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기도 한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 하원의석의 과반수는 공화당에 내줬지만 격차가 크지 않고 상원은 민주당이 지켜냈다. 바이든 정부가 남은 임기 2년간 여전히 험난한 국정운영이 예상되지만, 당초 우려했던 급격한 변화의 걱정은 덜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지지세 모으기 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세계의 미국 동맹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그가 대통령에 계속 재임했더라면 과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지금처럼 했을까. 북한 미사일 발사 시위, 그리고 대만과 남태평양에서의 중국 위협에 적극 대처했을까.

 

미국우선 주의를 강하게 밀고 나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보다는 소극적으로 대처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여론 동향은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난 11월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날, 어김없이 중간선거 조작설 등 근거 없는 주장들을 쏟아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11월 그간 막아놓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허용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2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군소 대안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과 텔레그램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발신해왔다.

 

대안 매체에 올라간 그의 주장들은 즉시 추종자들에 의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퍼 나르기로 전파돼왔기 때문에 계정 폐쇄 효과는 거의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 플랫폼의 계정에 450만명의 팔로워들이 있다.


현재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과 주지사, 하원의원들 중 120여 명이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세와 국가기밀문서 보관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 즉 트럼프 바람이 세게 불었다면 동맹국들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가 재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상하원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 그중에서 트럼프지지 세력의 미국 우선정책 요구를 상당 수준 수용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었다. 다행히 상원을 지켜내고 근소한 차로 공화당에 바통을 넘겨준 상황이다.

 

하지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는 미국을 고립·쇠퇴 시키고 결국 중국과 러시아에게 동맹과 세계를 내주게 되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제일주의의 결정적인 약점은 지극히 명쾌하다. 세계 최강대국이 우방국들과 관계를 경색하게 만들고 이기적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외톨이로 전락하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런 점에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에서 한국산 등 타국의 전기자동차에 대해 자국 차와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타당한 결정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자국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원할 경우 그것은 미국의 전기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지체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나 자국 이익주의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반드시 나쁘다고 할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국가 최고지도자가 노골적으로 그런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포퓰리즘이다.

 

특히 강대국들이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수사적 의미 이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된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그런 함정에 빠져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실제로 외교와 경제의 정책으로 추진한다면 얻는 것은 ‘쥐꼬리’만한 이익이요, 존경과 실리를 다 잃어버릴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근본적 원인 : 법치주의와 개인주의 집착


한 사회가 유지되려면 법과 함께 그 상위에 윤리가 필요하며 서로 중첩되는 부분이 있긴 하나 엄연히 독자적인 영역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대 미국은 윤리 영역에 법이 침범해 모든 윤리와 가치에 근거한 행동을 법으로 재단하고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법치만능주의 때문에 필요이상으로 개인의 자유가 신장된 반면, 공동체의 조화와 윤리는 기능상 실증에 빠져 있다. 각 개인들이 암묵적으로 공동체의 질서와 조화 속에서 윤리와 관습을 지키면 될 것을 그것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다퉈 시비를 가리고 법으로 제정하려고 한다.


자유와 평등, 복지, 인권이란 가치는 상호 충돌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모두 법제화하려고 들면 계속 싸우고 분열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은 거대한 법 산업이 팽창해 법조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윤리도 지배하고 종교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윤리와 공동체의 조화를 옹호하는 종교인, 학자, 언론인, 학교 교사들, 노인들로서 실질적인 힘도 없고 그들의 윤리 옹호 활동에 지원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윤리 운운하면 ‘꼰대’라고 비아냥댄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지난 6월에 있었던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결 폐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시기에 임명한 보수적 대법관들이 다수를 이루면서 낙태권 폐기 판결이 난 것이다.

 

1970년대 이전에 낙태금지법을 둘러싸고 나라가 두 쪽이 날 만큼 극렬한 투쟁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이번에 낙태 합법화 판결을 폐기했음에도 생각보다는 반대가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낙태 문제는 여성의 권리냐 태아 생명의 존엄성이냐 사이에 정답은 없다. 그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엄격히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현재 미국 정치는 극한 분열 상황을 보이고 있으나 결국 싸우면서 서로 닮아갈 것이다. 그 후 또 대립하며 닮아갈 것이다. 끊임없는 정반합 정치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다.


민주주의 위기론은 요주의!

 

민주주의 위기는 오래 전부터 회자돼왔으나 20세기 후반부터 극적으로 정치경제학자들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특히 좌파계열 사회학자들이 민주주의 위기론을 퍼뜨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 민주주의를 비아냥거리고 있으나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화 세력의 제3기 정권이랄 수 있는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둔감하게 훼손했던 것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민주주의의 모범이라 칭송받아왔던 미국사를 되돌아보면 단 한 세대도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아니 위기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장된 수사가 아닐 것 같다.

 

이와 같은 역사의 흐름을 가로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불완전한 인간과 더 불완전한 인간 세상에 근본 원인이 있으며 결국 국가의 성장과 발전, 쇠퇴, 멸망은 인간의 본성과 각 집단이 빚어내는 갈등과 모순을 여하히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단정할 수 있다.


현재의 정치 제도 중에서 가장 불안한 제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이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사회의 풍요를 가져오는, 다시 말하면 정신과 물질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선진적인 시스템임을 분명하다.

 

그러나 자유와 평등이라는 상호모순적인 것을 조화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에 행하기가 어렵고 한때 잘 해오다가도 조금만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넘어질 수 있는 연약한 체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는 정치 지도자와 국민들의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불완전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이상적인 이념으로 여기고 경솔하게 실망하여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독재로 돌아가려는 조급한 생각들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한국에서는 ‘Democracy’를 민주주의라고 번역돼 이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앞서 밝힌 대로 그것은 이념이 아니고 제도(institution)와 시스템이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 복지, 인권이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느슨한 제도라는 말이다.

 

그러나 Capitalism, socialism, communism은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라고 번역돼 있듯이 이념이다. 이념은 경직되기 쉽고 변화를 거부하는 특성을 지닌다.

 

제도로서 민주 정체는 여야가 공존하며 상호 비판 및 견제하고 언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여론을 반영하는 시스템인 까닭에 ‘유연성’을 특성으로 한다.

 

유연성의 정도는 민주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마다 다르고, 각각 나라들도 당면하고 시대
따라, 정책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이 민주제도의 ‘유연성’이야말로 장기적 흐름에서 국가의 진보를 후퇴시키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민주제도가 이런 장점이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의 원리대로 운영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

 

한때는 세계 1위, 2위 경제대국이었으나 속절없이 추락하는 일본이 그렇다. 자민당 독점으로 운영되다 지지가 시들해지자 공명당과 연합정권으로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권력이 장기간 독점되면 변화하지 않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과 세력 집단은 누군가로부터 가혹할 정도로 ‘채찍질’ 당하지 않으면 뛰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주마가편이라고 국민이 채근하고 닦달해야 달린다. 야당이 약하면 여당은 게으름을 피운다.

 

일본의 여당이 무능한 게 아니고 국민들이 여당에게 계속 다수당을 만들어주고 야당에게 정권을 잡는 기회를 안 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 국민은 역사적 굴곡 속에서 민주제도를 잘할 수 있는 특성을 단련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한발 더 성숙한 민주 국민이 되려면 내가 선거 때 지지했던 정당이라도 못하면 매를 드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나와 이념이 같다고 해서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편드는 국민들은 국가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가난한 나라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의 민주주의 성적표는 취임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부분이 눈에 띈다.

 

5년 금방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뛰어난 인재들을 찾아 중용하고, 사심 없이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주기 바란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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