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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낙후된 유통 산업의 근원적 정책 마련해야

골목상권의 상생 해법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대형마트와 동네슈퍼,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 간 골목상권을 둘러싼 싸움이 대기업 측의 양보로 일단 수면 아래로 잦아들고 있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밝혔듯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무한 확장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동네빵집과 음식점에 비해 동네슈퍼와 대형마트 간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이 워낙 많아서 정부의 개입이 시장 왜곡 현상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 골목상권을 둘러싼 유통 시장의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SPC 그룹은 지난 달 20일 동반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 글로벌 제과제빵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지난 달 5일 제과점과 음식점업 등 14개 서비스 업종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사업 진출과 확장자제를 권고하는 안을 발표한 바 있고, 파라바게뜨측이 마지막으로 이를 수용함으로써 대기업과 소형 자영업자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골목상권 갈등 속에 내재된 감정 라인을 이해해야

골목상권은 이전까지 자영업자들이 먹고 살았던 공간이다. 이곳에 경쟁력 있고 조직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야금야금 들어와서 영역을 넓혀가다가 기존의 자영업자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을 넘어서면서 정치권으로 문제가 넘어갔고 그것이 ‘대기업의 확장 억제’라는 사태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무리 시장에서 통용되는 경쟁력으로 정당하게 확장했다고 해도 과도한 영역을 차지하면 ‘경제 논리’에서 약자의 ‘감정 논리’는 넘어가고 그것은 ‘정치 논리’ 혹은 ‘이념 논리’가 돼버리고 만다.

이번 파리바게뜨와 동네빵집의 다툼은 경제논리가 아니고 감정 논리였다. 감정 논리는 자칫하면 법의 범위를 넘어설 우려가 있다. 다시 말해 소수의 과도한 점유는 현 체제에 대한 다수 약자들의 체제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파리바게뜨측이 뒤늦게나마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고 양보하여 동반위와 합의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다.

경제 생태계의 원리

우리가 자본주의라는 체제 아래 사는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수년 간, 혹은 수십 년 간 경쟁력을 차츰차츰 키워서 오늘에 이르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정 논리도 중요하지만 경제 논리를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 해서 대기업의 경쟁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에도 경쟁력 있는 차별화로 수익을 내는 중소규모의 동네빵집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출점을 규제하면 당장은 경쟁력 있는 동네빵집과 중소규모의 프랜차이즈의 매출에 도움을 줄 것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더 선호하는 퇴직자들의 수요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출점 규제로 되레 증가하여 권리금 상승을 불러올 것이다. 기존 가맹점의 매출도 올라갈 것인지 이번 기회를 다른 경쟁자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기업 규제로 매출이 증가한 동네빵집과 중소규모 프랜차이즈들은 이전 같이 나홀로 점포로 남는 데 만족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신도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더욱 확장하거나, 중소규모 프랜차이즈 중에서 제2의 성공한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곳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중간에 있는 동네빵집은 당초부터 경쟁력이 약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중소규모의 프랜차이즈와 경쟁력 있는 동네빵집의 매출 증가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즉 새로운 경쟁자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게 뻔하다.

결국 우리가 시장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이상, 경쟁력 있는 곳이 살아남는다는 원리는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동네빵집은 하나 둘씩 도태되고 만다.

이것이 중소기업 적합지정과 같은 규제의 한계이다. 또한 이런 규제의 영향이 자국 서비스 및 유통, 농식품 산업  등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역행할 수도 있다.

만약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본사가 해외 진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기존 가맹점 관리에 실패한다면 모처럼 키워낸 국산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고, 여기에 납품하는 수많은 업체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는 선진국과는 달리 가맹점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본사는 가맹점의 확장을 통해 수익을 내는 비정상적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확장 자제는 서비스업 전체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모순을 가져올 수 있다.      

다행히 파리바게뜨는 동반성장위의 제안을 수용하고 난 뒤에 새로운 빵 30종을 발표하는 등 내실 경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경쟁력 약한 동네빵집에게 시간을 벌어줬다고 이해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네빵집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경쟁자들, 즉 중소규모 프랜차이즈와, 외국계 프랜차이즈, 차별화된 동네빵집의 확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차별화의 법칙으로 본 해법들

국내시장이라는 제한된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한다면 ‘차별화’만큼 더 나은 생존 원리는 없다. 원래 무슨 일이든 혼자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이긴다는 건 참으로 특별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홀로 자영업이 조직을 상대하려면 아주 좁은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생존과 번영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테면 동네빵집을 한다면 한두 가지 빵에 집중한다. 혼자서 24시간을 투자하여 한 가지 빵에 몰입한다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을 이길 수 있는 틈새를 찾을 수 있다. 한 가지 빵에 집중하면 그것만은 누구보다도 독창적인 맛을 낼 수 있다. 사람의 혀는 한번 입맛에 맞는 것에 길들여지면 반드시 찾게 돼 있다.

홍성준씨의 저술 『차별화의 법칙』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생산과 서비스의 차별화만 생각하기 쉬운데, 고객의 차별화를 상정해볼 수도 있다.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나의 자원과 노력을 집중한다.

옛날의 빵맛을 그리워하는 중노년층을 대상으로 단팥빵만을 특화한다. 동네빵집이 파리바게뜨와 뚜레루즈의 흉내를 내어 다양한 빵을 선보여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얼마 전 특급 호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빵은 ‘단팥빵’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소규모 점포일수록 단일 품목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자신의 강점인 빵의 다양화로 매출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취급해왔던 빵 종류보다 더 많고, 더 맛 있는 빵을 마치 휴대폰과 컴퓨터 프로그램 OS 버전을 발표하듯이 정기적으로 내놓는다면 유동하는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다.

또 서비스의 혁신을 꾀할 수도 있다. 가맹점주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 교육을 통하여 고객 접점을 강화한다. 고객 접점 강화의 대표적인 방법은 점주가 종업원에게 잘해주면 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로 알바생을 임시로 쓰는데, 알바생이든 누구든 고객과 접점하는 사람이 잘해야 고객이 불쾌해 하지 않고 다시 찾는다.

국내 프랜차이즈와 점포들을 다녀 보면, 고객 접점을 제대로 관리하는 곳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의외로 고객 접점 관리를 못하는 곳들이 많다. 인터넷으로 고객의 생일을 챙기는 것은 이젠 진부하다. 회사가 운영하는 고객 접점 카페를 둘러보면 일방적 자사 홍보로 가득 하다. 사려 깊고 세심한 배려와 진심이 결여된 미디어를 통한 고객 관계는 비용만 상승시킬 뿐이다.


대기업의 이미지 관리에 나서야

골목상권 문제로 인해 대기업이 그동안 쌓아놓았던 이미지가 많이 손상되었다. 이미지와 평판 회복을 위해서는 몇 건의 기발한 이벤트로는 어렵다. 지속적인 광고와 이벤트가 적합하다. 광고를 통하여 친 고객 이미지와 세계적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한국의 대표주자임을 부각하고 캐치프레이즈 형태의 단순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제과제빵의 생산과 공급을 공익적 가치로 연결시킨다. 돈을 벌기 위해 동네빵집을 무자비하게 몰아낸다는 그간의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사회공헌 활동도 형식적이어서는 효과가 거의 없다. 회사의 상품과 연결되는, 자연스런 사회공헌을 선택하여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고 언론의 주목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에 맞는, 공익적 가치와 연계시킨 협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잘하는 곳이 로렉스 시계로, 승마와 요트 프로그램을 정기적 프로그램으로 후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단발적인 이벤트에 그치고, 외부 부탁을 받아 마지 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이미지 향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혁신을 멈추면 어떤 대기업도 금방 고객의 기억 속에 사라진다. 이윤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재투자는 하지 않고 광고도 홍보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침몰한다. 한때 스타벅스가 그러하다가 창업주가 다시 돌아와 혁신을 하고 본래의 가치를 강조하며 구조조정을 하자 매출이 증가하고 명성이 회복되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쟁자들은 동네빵집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내의 베이커리, 편의점, 맥도날드와 버거킹과 롯데리아 등 전방위적이다. 이들 경쟁자들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대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고객 눈길에서 사라진다. 

대형마트와 동네슈퍼는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제과제빵업과 음식업은 소규모 가게라도 스스로 맛을 내고 재료를 달리하여 차별화를 할 수 있는 데 비해 소매 유통업의 경우 동네슈퍼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같은 골목상권이라도 동네슈퍼와, 동네빵집 및 자영업주의 음식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같은 제품이라면 가격 싸고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 온라인 쇼핑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와 대기업 편의점은 대량 구매를 무기로 생산자들에게 이전보다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자체(PB) 상품의 개발로 기존 생산자들을 더욱 압박한다. 대형마트 자체 상품은 요즘 웬만한 인기 품목에서는 다 있는데, 이것은 유통단계를 한 단계를 더 축소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원가 쥐어짜기’라고 한 유통 업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대형마트의 가격 파워를 증가시키고 그만큼 동네 슈퍼들을 코너로 몰게 된다.

유통 라인의 큰 손으로 등장한 대형마트는 사실상 생산자와 공장의 90% 이상을 끌고 가고 있다고 업자들은 말한다. 이 바람에 생산자의 물건을 팔아주는 대리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생산자들이 대형마트의 압박에 눌려 대리점 출고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대기업 편의점들도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하고, 동네슈퍼들의 연합체들도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자영업자인 대리점들이 쓰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형마트들이 생산자들을 후려쳐 깎은 싼 물건들이 새나와 동네슈퍼들에게 공급되고 있어서 대리점의 입지를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고 유통 업자들이 말한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지나친 비대화는 동네슈퍼와 대리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의 이익률도 심하게 낮추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대로 놔두면 자칫 생산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소비재 산업기반을 약하게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형마트의 자체 상품이 늘어나면 OEM으로 생산하는 중소규모의 생산자들은 좋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경쟁력 있는 생산자들은 점점 불안한 위치로 떨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체 상품들의 부실한 품질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현재로서는 나들가게처럼 동네슈퍼들이 연합해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터서 공동으로 물류를 관리하여 대형마트와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형마트와 동네슈퍼 연합체간의 가격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 바람에 생산자와 대리점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유통업은 유별나게 무질서하고 ‘난개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 가보면 상가 지역은 일정한 구역에 한정돼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전국 곳곳이 상권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자본주의 시장의 잔인한 셈법이 유별나게 나타나는 곳이 소매 유통 시장인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골목상권의 문제는 생산자와 물류 산업의 기반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수출경쟁력에도 적신호를 켤 수도 있다.

따라서 새 정부의 골목상권 정책은 대기업의 진출을 억제하는 소극적 정책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고, ‘우는 아이 떡 하는 주는’ 식의 정책이 되고 말 것이다. 유통 이해관계자들을 전부 고려하여 우리의 낙후된 유통 기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유통 전문가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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