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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계 경제를 향해 밀려오는 해일(海溢)

 

예측하는 힘이 지배하는 것일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말한 『팡세』의 저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1623년~1662년)을 기억하시는지? 병약한 몸으로 태어나 39살에 요절한 그는 과학자나 수학자로 알려졌지만, 사실 철학과 신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예측하는 힘이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예측에 대한 그 짤막한 경구를 좌우명으로 삼아 성공한 사람들은 많고 많다. 초라한 주급 직원에서 신문사주로 성공한 영국의 로드 노스클리프 자작(子爵, 1865~1922)도 그 중 한 사람이다. 1921년 조선에 들렀다가 초가집을 보고 “아프리카 토인들도 저것보다 나은 집에 산다”고 혹평을 했던 바로 그 사람인데, 당시에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되리라고 예측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미래에 대한 경제적 예측은 예측이라기보다 상상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른다. 최근 미국의 실리콘 벨리 은행이 도산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않았다. 은행의 내재 가치가 잘못되었다거나 투자를 잘못했다면 모르되 투자자들이나 예금자들이 ‘왠지 이상한 것 같다’는 공포 심리의 헛소문이 SNS에서 돌더니 그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최소한 6천5백만 채의 아파트가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주택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렇다고 철거할 수도 없고, 앞으로 사람이 들어가 살 것 같지도 않은 유령주택은 엄연히 중국의 국민총생산액 GDP에 반영되었을 터이니 그런 허수(虛數)가 앞으로의 중국경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일본은 엔저(低)가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아리송한 상태다.

 

심해지는 이상하고 끔찍한 경제현상

 

오늘날 세계 경제를 보면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라거나 “너무 정말 이상해”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니 그런 식으로 말을 해 왔다. “이상하다”고 하는 이유는 경제가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이다. 가스 가격의 경우 1갤런에 5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가 다시 진정되었다. 중고차의 인플레이션 율이 떨어졌다가 40%까지 가속도가 붙더니 기록적인 비율로 떨어지고 있다. 주택은 붐이 일었다가 내리막이었다가, 다시 붐이 불고 있다. 이러한 경제 지표는 마치 잭슨 폴록의 그림처럼 뭐가 뭔지 뒤죽박죽이다.

 

그런 상황을 경제학이라고 알아낼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의 경제모델들을 최고의 경제학자들을 데려다가 스태그플레이션 팀이니 소프트 랜딩 팀을 만들어서 적용해 보려고 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제학자 알렌 블린더는 소프트랜딩에 대못을 박고 있는 미연준의 미래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말은 마치 선수출신이 아닌 사람이 슈퍼볼에서 어떤 팀이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그는 “내 생각에 연준은 여전히 기회가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전보다도 힘든 것이다.”라는 식인데 그런 말이야 누가 못하겠는가.

 

 

경제학자들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경기후퇴의 쌍끌이 스트레스를 다루려고 노력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50년 이상 경제 노벨상을 주면서 경제이론을 찬미해 왔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어째서 그런 이론을 찬미하게 되었는지 거의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과 재무부는 2008년 위기를 겪은 뒤 은행의 구조를 지지했다. 그렇지만 15년 지난 지금, 우리는 은행 조직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이상한 경제는 아직 오지 않은 게 확실하다. 여기서 이상하다 함은 지극히 평범한 이상함보다 훨씬 더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위기의 시대, 다가올 수십 년 안에 세계 경제에 몰려오게 될, 지금은 느릿한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해일(海溢)의 위험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즉, 기후 변화, 인구통계와 변동, 탈 세계화와 인공지능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그것들의 영향이 어느 지점에서 미칠 것인가는 정확하지 않지만 아마 경제 체제의 변동과 문명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 가해지는 두 지점 사이일 것이다. 만약 다가올 그런 것들에 대한 경제모델을 제대로 세워 놓지 못한다면 경제에 대한, 사회의 안정에 대한, 문명에 대한 위험은 어마어마하리라.

 

생명이 다해가는 기존의 경제모델

 

기후를 놓고 보자. 우리는 이미 다가올 것들을 언뜻 보고 있다. 가뭄, 홍수, 그리고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폭풍 말이다. 우리는 지난해에 일어났던 공급망의 붕괴가 주는 함의(含意)가 무엇인지를 보고 있다. 강이 너무 말라서 선박운행과 수력발전이 불가능했으며 핵발전소가 손상을 입었다.

 

인구문제를 놓고 보았을 때 선진 공업국에서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인구는 기울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렇고, 한국은 이런 순간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처럼, 인구수의 변동은 근로 층과 나이든 층 사이의 사회적 계약을 팽팽하게 긴장시키는 것처럼, 사회적 변동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 시대의 지정학적이고 경제적인 네트워크 경쟁을 하면서도 그런 관계를 가지고 지난 40년간의 세계화를 되돌려 놓고 있다. “프렌드쇼어링(국제 경제에서 우방 국가에 공급 망을 구축하는 것)”, 혹은 “생산품을 우호 국가로 이동시킨다”는 말은 새로운 용어이다. 탈세계화 뒤에 지정학적 힘은 기후변화와 인구수 변동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더 증폭시켜 자원과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광란의 경쟁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인구 감소와 탈 세계화의 충격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다. 4차 혁명을 선도하는 인공지능은 실력이 미지수인 와일드카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일과 사적생활에서의 여러 위험,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진보하고 있는 전쟁에서의 위험을 보고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 모델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모델들은 상황이 단순하고 안정적일 때, 우리가 많은 데이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때 쓸 만해 보인다. 문제는 그 모델이 우리의 경제가 이상하게 돌아갈 때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작동하는 그런 모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상(異狀)한 경제를 작동시킬 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경제학자들은 “그렇다”고 인정했다. 2008년 경제 위기의 정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 2세가 그녀의 많은 신민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질문 하나를 던졌다. “어째서 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어느 누구도 보지 않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몇 달 뒤에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가 했는데 조금은 시답지 않은 듯 했다. “경제학은 2008년 위기로 실패했고, 경제 이론은 그런 위기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위기의 시대에 이러한 모델들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그러한 모델들은 복잡한, 혹은 놀랄 만큼 뒤틀리고 왜곡된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다룰 수 없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경제학의 수학적 모델은-한 개인이나 한 회사-의 대표적인 대리인을 분석하고 전반적인 경제가 이 한명의 대리인이 행동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가정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문제, 그리고 대략 복잡성과 동적인 시스템을 가진 한 가지 문제는 전체가 부분의 총합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도록 시켰다고 하더라도 그들 가운데 누군가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종합적인 그림은 달라 보일 수 있잖은가. 아마 전체적으로 그들은 행동으로 출입구를 막을 수가 있고, 어쩌면 전체가 우르르 몰려드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그들 스스로가 사회과학의 물리학자이기를 좋아 한다. 수학적 모델을 지배하면서 경제 세계에 해결책을 가져다주는 것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적인 시스템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으로 혁신을 하고, 우리의 경험을 가지고 변화하며, 때로는 그 시스템과 게임을 한다.

 

1987년 시장 위기를 되돌아볼 때, 훌륭한 물리학자 리차드 페인맨은 원자구성입자들이 물리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원자구성입자들이 계획하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경제학자가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을 언급했다-그렇지만 사람은 그렇게 한다.

 

 

바퀴벌레의 생존전략에서 미래 경제 모델을 얻을 수는 없을까?

 

그럼 경제학자들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나 어디쯤에서 AI 인공지능이 우리의 창의성을 빼앗아 갈 것인지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것이 우리를 소위 급진적 불확실성에 처할 게 할지, 그런 단서조차 전혀 찾을 수 없을 곳은 어디인지-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에 붙잡혀 있다.

 

그런 가능성을 경제학자의 마음에서 볼 수 있다는 소리는 당치도 않은 말이다. 미 연준이 정책계획을 발표하거나 소비 수요를 예측하는 일로 여기저기서 깜짝 놀라게 될지 모르지만 닳고 닳은 어휘를 가지고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알 수가 없는 것”이 갖는 힘이란 바로 장기적인 위험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정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닥쳐올 위험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시작은 경제학자의 효율성과 합리성의 팔레트(pallette)에서 떠나는 것이고 그 대신에 급진적인 불확실성 세계에서의 생존 사례를 보는 것이다.

 

바퀴벌레를 보자. 바퀴벌레는 우림(雨林)이 사바나로 바뀌고 사바나가 사막으로 바뀌는 수억 년 동안 생존해 왔다. 바퀴벌레는 조악한 탈출 시스템으로 이 일을 해냈다. 절대적으로 우아하지 않다. 바퀴벌레는 절대로 올해의 곤충 상을 수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급진적인 변화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잘 해 냈다.

 

우리 시대는 사바나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학자의 모델에 대한 대안은 거칠게 접근을 하는 것, 적응력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말이다-얼마간 단기간의 미세 조정과 최적화 정책을 도중에 떠나자. 우리의 먼 미래는 만약 우리가 바퀴벌레처럼 행동한다면 더 밝아 보일 것이다. 정글에 미세 조정된 곤충은 아마도 그런 환경에서 바퀴벌레를 지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세상이 바뀌고 정글이 사라지면 곤충은 사라질 것이지만 바퀴 벌레는 또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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