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리면 증상이 처음 나타난 때로부터 평균 12년 6개월,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나선 평균 9년3개월이었다.
대표적 노인성 치매 중 하나인 알츠하이머병은 뇌 속에 과다하게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대뇌 신경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정해관(예방의학과)∙나덕렬(신경과) 교수팀은 95~2005년 국내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로 진단받은 환자 724명의 평균 생존기간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발간한 ‘한국 알츠하이머 환자의 생존 연구’라는 논문은 치매 관련 국제학술지인 ‘치매와 노인 인지장애(Dementia and Geriatric Cognitive Disorders)’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첫 증상이 나타난 뒤 생존기간은 최소 11.7년에서 최장 13.4년으로 편차가 1.7년이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첫 증상으로는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의 기억장애와 말하기·읽기·쓰기 등에 문제가 생기는 언어장애,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시공간능력 저하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진단받기까지는 평균 3년3개월이나 걸렸다. 첫 진단이 이뤄진 뒤에는 생존기간이 평균 9.3년으로 크게 줄었다.
치매 환자의 생존기간을 단축시키는 위험 요인으로는 당뇨병 병력, 낮은 인지기능 저하점수, 높은 임상 치매점수 등이 지목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진단과 치료가 이르면 이를수록 뇌기능의 퇴화를 지연 또는 중단시켜 호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환자의 치료 스케줄이나 의료비 지출 등의 계획을 빨리 잡을 수 있으며, 환자 측면에서도 판단력이 온전할 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치매 진단이 이를수록 치료 비용이 줄어든다는 분석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일반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과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뇌 기능의 퇴화를 지연 또는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치매는 빨리 진단할수록 보호자가 환자를 이해할 수 있고, 치료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갑자기 기억장애나 언어 장애가 나타났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 뇌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