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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변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외면당한다!

 

요즘 북극 한파는 필자가 어렸을 때의 추위와 질적으로 다른 듯하다. 보온이 잘 되는 오리털옷이 흔해졌고 난방이 잘 된 탓일지 모른다. 손이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고, 자고 일어나면 방에 있던 그릇의 물이 얼었는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으니까 말이다. 


점심 도시락을 못 가져오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옥수수죽을 쒀서 한 주걱씩 배급해 주던 
때가 있었다. 기억에 선명한 그 시절과 지금의 세계 10위권인 우리나라를 비교하면 참으로 
대견스럽고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이토록 성장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마다 여러 답을 댈 수 있을 터이지만 필자 생각은 이렇다. 우리나라 국민은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굉장히 좋아하고 두려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낯선 나라에 나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재외 교포가 7백만 명을 넘 
어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은 정치권에도 그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70년대 40대 기수(旗手)론이 나와 정치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듯이 뭔가가 바뀌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상태를 우리나라 국민은 거 
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선, 22선을 하는 국회의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도 그만큼 변화에 민감한 게 대한민국이란 뜻이다.  


지난해 12월 26일 73년생 한동훈 전직 법무부 장관이 정치권에 들어옴으로써 그동안 고인물처럼 정체 상태였던 우리나라 정치가 쓰나미 같은 세대교체 바람이 일어날 듯하다. 필자는 한동훈과 일면식도 없지만, TV 화면을 통해서 그가 사실(fact)에 기반한 정치 수사학적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라? 뭔가 달라졌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그가 지지난해 9월,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부패 정치인이나 비리 제벌 투기 자본 깡패들과 손잡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일관되게 국민 편에서 맞서 싸웠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부패 정치인, 투기 자본 깡패... 명색이 법무부 장관이지만, 그는 자신의 입에 올리는 언어에 거침이 없어 보였고, 모든 그의 말은 원고를 보지 않고 이루어졌다.

 

미리 준비해 둔 듯이 기자의 질문이 있으면 곧바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그는 절대로 주눅 들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국회의원의 과거사를 팩트로 삼아 반대 언어로 맞섰다.  "그게 민주주의야, 이 멍청아"라고 하자 그는 "그게 민주당이야, 이 멍청아"로 응수했다. 73년생 한동훈에게 국민은 아마도 그의 명석한 언어적 수사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자로 역대 가장 젊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그의 모습을 이제 거의 매일 TV 화면에 비칠 터이다. 아마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는 비교적 젊은 세대인 40대, 50대 비상대책위원들과 함께 앉아 원고 없이 조리가 있게 국민이 알기 쉽게 풀어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고 할 것이다. 


필자는 그의 말이 좀 빠르다는 게 불만이다. 말은 상대방이 알아들어야 하니까, 천천히 하는 게 상식이다. 그리고 흥분하여 톤을 높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 편에 서는 것이 말하는 사람의 태도다. 여하튼, 그가 만약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끌어와 정치적 수사를 구사한다면, 국민은  "어라? 뭔가 달라진 것 같네" 하고 적어도 정치 언어의 변화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그의 탁월한 언어구사력을 잠깐 듣고 보는 순간, 뭔가 바뀌긴 바뀌는군, 할 게 분명해 보인다. 


왜 그런가 하면 우리는 매일 원고를 읽는 정치인들만 TV에서 보아왔으니까 그렇다. 지금까지 정당 대표나 원내총무를 좌우로 빙 둘러싸고 상대 당을 비난하는 원고를 읽는 모습은 솔직히 보기에 그랬다. 그렇지만 한 위원장이 원고를 보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소신을 논리적으로 정치 수사학적으로 풀어낸다면, 뭔가 다를 것이다.    


국민의힘이 바뀌면 민주당도 고민스러울 것이다. 민주당의 당무회의는 변하지 않는 모습인데 상대 당이 바뀌었다면 변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변화를 좋아하고 두려워하지 않으니 선거에서 변하는 쪽을 선택할 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서양의 사서삼경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원서로 읽는 정치인 

 

지지난해인가, 그가 해외 출장을 갈 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탑승하는 모습을 방송 화면에서 봤다. 아, 그의 언변은 서양의 고전을 읽는 가운데 나오는 거구나 싶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 책은 동양의 사서삼경처럼 서양의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로 치는 정치인의 필독서다.   

 

한 위원장의 장점은 젊다는 그것뿐 아니라, 기존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에게 빚진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전당대회나 당내경선을 하면 지지하는 국회의원이나 당협 위원장에게 알게 모르게 정치적 빚을 지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에겐 그런 빚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영남 중진과 기득권자들, 그리고 존재감이 떨어져 누군지 얼굴도 이름을 모르는 영남 초선들을 과감하게 갈아 버리는 개혁공천을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그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국회에 염증을 내고 있는데 민주당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과감한 공천개혁을 시도한다면 그것이 지금 열세인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따라 잡을 방법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국민은 현 정권에 빚이 많은 사람, 누구랑 친해서 어떻고, 누구는 날 도와줘서 그렇고 해서 잘라내기 힘든 사람보다 정말 재벌 수사하듯 그리고 권력자 수사하듯 강단 있게 정치인 자격이 없고 국민과 당의 지지를 못 받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은 누가 됐든지 쳐낼 수 있는 한동훈표 공천개혁을 기대하는지 모른다.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 이 멍청아  

 

요즘 정치구호는 31년 전인 1992년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나온 "문제는 경제야"가 아니다. 거기에 영어의 부정부사 not을 넣어 만들어졌다. "문제는 경제아 아니야. 이 멍청아!" 그러니까  "문제는 정치"라는 것이다. 이런 구호가 나오게 된 배경은 세계적인 인기 영합주의 포퓰리즘 정치다. 


포퓰리즘 정치는 국가 재정을 탕진하여 민주주의의 자원을 고갈시킨다. 그리고 정치사회를 정서와 신념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벌이는 권력 쟁취의 무한 전쟁터로 바꿔 놓는다. 극단적인 이념 대결과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 그리고 선동적인 가짜 뉴스로 나라를 좀비로 만들어 놓는다.

 

우리나라 정치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라지만 과연 그럴까? 한 위원장이 등장한 배경은 아마도 기성세대들이 변화하고, 개혁하는 데 게을리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이 많은 게 죄가 될 순 없지만, 변화와 개혁을 외면하면 이제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들 젊은 세대에게 넘겨줘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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