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시장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경제철학과 사상은 유럽에서 태동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꽃을 피웠다.
그들 경제학자들과 정치철학가, 사상가들의 눈으로 볼 때는 아시아를 비롯한 나머지 대륙의 경제 정책은 ‘짝퉁’으로 비 치는 것 같다. 초기엔 성장할 듯했지만 결국 부작용을 드러내 실패로 마감할 거란 관점이다. 소련 경제의 실패를 보고서 이런 선입견이 확신으로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결코 중국 경제 체제와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테크기업, 제조산업은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 조달을 받고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자유민주 체제의 기업들보다 훨씬 양호한 사업 환경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얘기다.
호주에서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 회사의 연락이나 지시를 거부해도 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비상 상황이나 긴급 업무 발생 시에는 연락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런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과도한 기업 규제법이 아닐 수 없다. 회사나 상사가 긴급히 연락할 일이 아닌데도 직원들을 퇴근 후에도 수시로 연락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많은지 의문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회사 내규에 맡길 일이지, 법으로 규정하고 벌금을 물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현대 자유민주 체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말 타락된 법치주의, 법 만능주의의 모습이다.
◇정부 재정 비대화와 낭비, 편향되고 과중한 세금
오늘날 자유민주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재정의 비대 화와 낭비, 편향되고 과중한 세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쓰는 예산은 알뜰하게 쓰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표적으로 복지비를 보자. 복지비가 갈수록 증가하고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선심을 남발하고, 각종 단체들과 약삭빠른 사람들은 복지 청구서를 내지 못해 안달이다. 그래도 몇몇 양심적인 경제관료들은 이를 통제해 보려 하나 역부족을 실감한다. 대부분의 정부 관리들은 나몰라하거나 방관하고, 복지비를 받아 쓰는 공적 서비스 관리자들은 펑펑 쓴다.
인간이란 원래 내가 땀 흘려 번 돈을 쓰는 경우가 아니면 아끼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는 예산이 모자라면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를 발행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이자를 물어야 한다. 국채에 맛들이면 이 역시 감소되는 법은 없다.
국채로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다시피 하는 나라가 미국과 일본이다. IMF는 미국 정부 부채가 2025년에 GDP의 13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대표적 방만한 예산 항목은 교육비다. 한국도 점차 미국과 일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방만한 정부 재정에 돈을 대기 위해선 세금을 물려야 하는데, 징세의 대상은 기업과 고소득층, 투명한 임금소득이다. 과중한 세금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고소득자와 중산층 임금 소득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도 주어진 일을 대충대충 한다.
유럽 경제가 활력을 잃어버리고 경쟁력이 쇠퇴하는 주원인은 과중한 세금과 1인당 연 1500시간에 지나지 않은 짧은 노동시간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럽이 아무리 과학기술이 앞서고 있다고 해도 평균 2천 시간 넘게 일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따라잡힐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자유민주 체제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 간에도 외부의 압력에 견디는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대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편이다. 한국의 경우 재벌 회장이 경영 전문인인 CEO와 역할 분담을 함으로써 외부 압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대형 로펌과 계약해 외부의 소송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특히 자영업자들은 외부 압력과 간섭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정치가들은 기본적으로 기업가 들보다 노조를 훨씬 소중하게 생각한다.
노동자들의 표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자유민주 체제의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곳은 기업뿐이다. 그런 기업을 사방에서 옥죄고, 기업가와 경영자, 능력있는 기술자와 노동자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는 체제로서는 전체주의 경제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한국 경제는 이제 미국과 유럽의 낡은 체제와 시스템, 제 도를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