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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기후변화 시대에 맞선 친환경 도시 농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앞마당을 작은 농장으로 개조하여 수십 가구에 채소를 공급하는 비영리 농업 단체가 등장하자, 자기 집 잔디 마당을 농장으로 바꾸려는 주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먼지가 자욱한 로스앤젤레스 남부의 레이머트 공원(Leimert Park) 모퉁이, 오바마와 크렌쇼 대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그마한 한 농장은 주변의 잔디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푸성귀가 풍부하고 무성한 이곳은 시골의 목가적인 모습과 미국의 작가이자 삽화가인 수스 박사(Dr. Seuss 1904~1991)가 꿈꿨던 뭔가를 뒤섞어 놓은 듯하다.

 

포도와 블랙베리가 엉켜 격자 지지대를 따라 무리 지어 자란다. 허브의 일종인 잎이 많은 바질이 열을 이뤄있고, 고구마와 여러 가지 작고 어린 푸른 잎 채소들이 높이 매달아 놓은 정원 여물통에서 잎을 뻗고 있다.

 

양배추처럼 생긴 진녹색의 케일이며 양배추, 아루굴라, 다양한 상추, 가지, 어린 배추처럼 생긴 타초이(tatsoi), 케일의 일종인 콜라드 그린이 가득한 여러 화분이 2층 침대를 여러 층으로 올려놓은 것처럼 차곡차곡 네 겹으로 쌓인 가운데로 난 여러 통로(通路)가 눈에 들어온다.

 

원예의 달인 제이미아 하긴스(Jamiah Hargins)가 운영하는 이 작은 농장은 그의 단층집 방갈로 앞마당에 있다. 이 농장에서 나오는 신선한 농산물은 인근 45가구에 공급된다. 특히 예전 잔디밭에 필요한 물의 극히 일부만 사용하고 있다.

 

2,500제곱피트(50평)에 불과한 면적의 농장은 잔디마당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이 농장은 잔디 마당 등을 소규모 농장으로 바꿔 농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하긴스씨의 비영리 단체, 「Crop Swap LA」의 심장부다.

 

「Crop Swap LA」는 현재 80가구에 유기농 과일과 채소를 제공하는 정원식 농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 채소 등의 농산물을 공급받는 사람들은 모두 반경 1마일(약 1.6km) 이내에 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이는 종종 식량 불안(food insecurity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식품을 구매하거나 섭취할 수 없는 상태)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음식을 재배할 수 있다는 확고한 아이디어에 뿌리를 둔 「Crop Swap LA」는 식량 불안에 시달린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어 앞마당을 소규모 농장으로 바꿔놓고 싶은 주민들이 300명 넘게 대기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군 기지에서 자랐고 헤드헌터로 일했던 하긴스 씨가 2018년, 자신의 음식을 스스로 재배하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 우연히 시작되었다.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그는 딸아이에게 먹일 신선한 농산물이 필요했다. 그러나 주변에 땅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기 집 마당에서 시작했다.

 

그는 오래된 나무를 가져다가 못을 박아 정원 침대를 만들고 여기에 흙을 채워 재배 실험에 나섰다. 새벽과 밤에 묘목과 식물이 어떻게 마당에서 적응하면서 자라는지 오랫동안 아내와 함께 지켜봤다.

 

이렇게 해서 마당의 텃밭 농장이 생기게 되었고 스위스 차드,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칼랄루 등의 작물이 나눠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너무 많이 생산돼 이웃들과 농산물을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Crop Swap LA」라고 명명하고 인접한 동네에서 재배하는 3개의 소규모 정원 농장으로 확대해 비영리 단체로 전환했다.

 

하긴스 씨는 잔디밭이었을 때 사용한 물의 양에 비해 98%가 적게 들어간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침실 3개짜리의 집과 텃밭의 수도 요금은 한 달에 45달러에 불과하다. 그는 집과 35개의 관수구(灌水口)가 있는 관개(灌漑) 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으며 흙에는 유기 퇴비만 시비(施肥)하고 있다.

 

마당을 정원 농장으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저렴하지는 않다. 하긴스씨의 경우 2021년에 주(州)에서 400만 달러를 받아 농장을 만들었고 비영리 단체를 확장하는 데 15만 달러를 썼다. 현재는 13명의 직원이 풀타임제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농장 3개를 운영하는데 일손이 많이 가고 생산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가족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니까요" 그가 말했다.

 

「Crop Swap LA」가 2020년에 하긴스 씨의 정원 너머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현재 교장 선생님인 그의 아내가 교사인 마이클 크리어(Mychal Creer)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이클 크리어의 남편을 소개받고 나서였다.

 

마이클 크리어의 남편은 마침 비영리 단체인 「LA2050」으로부터 「Crop Swap LA」의 확장비용으로 50,000달러의 보조금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35,000달러로 자신의 집 마당 잔디밭을 뜯어내고 지하 빗물 수집 시설, 태양열 관개 시스템, 그리고 정원 침대 역할을 하는 긴 직물 튜브를 설치하고 각종 식물의 씨를 2,000개 쯤 뿌렸다.

 

그리고 자신의 정원 농장에 스와힐리어로 고맙다는 의미의 아산테(Asante)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수분(受粉) 매개 곤충과 벌새가 몰려왔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 지나가다 들러 구경을 했다.

 

크리어 부인은 아예 교사직을 그만두고 「Crop Swap LA」의 수석 농부가 되었는데 "정원 농장이 동물과 인간 모두에게 친환경적인 곳."이라면서 "모든 잔디밭이 식량을 재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Crop Swap LA」는 정원 설비 및 워크숍, 보조금 및 기부금, 그리고 농산물 판매 등의 매출이 올해 약 90만 달러(약 12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시농업법)’을 제정하고 매년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지정한 우리나라는 400만 명에 이르는 도시농업 참여자가 있지만 주로 학교와 텃밭 위주여서 로컬 농장으로서 기능하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흙을 살리면서 독일의 주말농장인 클라인가르텐 마을을 조성해 귀촌인을 끌어오고 그들이 건강한 로컬푸드를 생산하여 공급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요즘은 농약 때문에 꿀벌이 도시로 모여들고 농업이 산업화하면서 채소와 과일값이 하루가 멀다 않고 오르고 있다. 건물 옥상, 아파트, 빌라 자투리땅 등을 활용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정원 농장을 만들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 내가 먹는 농산물은 내가 재배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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