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한국경제의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부 공백’과 그 후폭풍으로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우선, 국회와 행정부가 탄핵 절차에 돌입한 사이 환율과 물가는 치솟고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지갑은 굳게 닫고 있다. ‘탄핵 정국’의 장기화 우려 속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소비 진작을 당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된 형국이다.
1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1∼11월 주요 외식 메뉴 8종의 서울 평균 가격이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밥 한 줄 가격은 올 1월 3,323원에서 11월 3,500원으로 5.3% 올랐다. 짜장면은 7,069원에서 7,423원으로, 비빔밥은 1만654원에서 1만1,192원으로 각각 5% 상승했다. 냉면은 1만1,385원에서 1만1,923원으로 4.7%, 칼국수는 9,038원에서 9,385원으로 3.8% 올랐다. 삼겹살(200g)은 1만9,429원에서 2만83원으로 3.4% 상승했다. 삼계탕(2.5%)과 김치찌개 백반(2.4%)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 개인서비스 요금도 전반적으로 올랐다. 여성 커트 요금이 2만1,615원에서 2만2,923원으로 6.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중탕 요금은 1만154원에서 1만538원으로 3.8% 상승했고, 숙박(여관)은 5만1,231원에서 5만2,423원으로 2.3% 올랐다.
유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외식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고물가에 외식업계 가격 상승 불가피... 자영업자 욕할 수 없는 현실
고물가에 비상계엄 사태까지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이러한 겹악재 속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외식 메뉴의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외식과 숙박업자 두 명 중 한 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0∼1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5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한 결과, 계엄·탄핵 사태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전체의 46.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총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공인 3명 중 1명(36%)은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고 2000만원 넘게 매출이 감소한 이들도 5.4%(88명)에 달했다.
최근 충정로역 일대 '항정살 대박집'을 운영하는 A씨는 “장사가 예전같지 않다. 그나마 여기는 장사가 현상 유지가 가능한 상태이지만, 근처 선술집이나 고깃집을 보면 불 꺼진 가게가 많다. 통상 연말 번화가에 사람이 몰리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나만 잘되면 뭐하겠나. 같이 잘 돼야지”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송파구 일대 김치찌개집을 운영하는 B씨는 “계엄 사태 후 유동인구가 줄었다. 나라가 너무 흉흉해서 큰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샤부샤부 전문점 관리자인 C씨는 “어제도 예약이 5~6건 취소됐다”며 “연말인데 이렇게 취소된 적이 없다. 계엄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경제기관들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게 평가한 상황에서 ‘정치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 투자나 대외 신뢰도마저 줄고 있다”며 “당장은 대출 이자 감면이나 복지를 늘릴 예산을 투입해 서민경제를 살리는 정책과 장기적으로는 신산업 동력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