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치의 대표적 인물인 장마리 르펜이 7일(현지시각) 향년 9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르펜은 최근 세력이 급성장한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의 설립자로, 국민연합의 실질적 지도자이자 하원 원내대표인 마린 르펜의 부친이다.
1928년생인 르펜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독립운동을 저지하는 알제리 전쟁에도 참여하는 등 프랑스 식민주의의 강한 지지자였다. 1956년 27살의 젊은 나이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에 선출된 그는, 1972년 반이민을 내걸며 국민전선을 창당한 뒤 반(反)이민, 민족주의, 반유럽연합(EU) 정책 노선을 주장했다.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고, 인종차별적 주장을 거리낌없이 했던 그는, 2014년엔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에서 유행하자 에볼라가 아프리카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았으며, 페미니즘 운동과 성소수자의 권리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인권 운동가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르펜은 프랑스 내 대표 극우 정치인으로 떠오르며 대통령 선거에도 여러 차례 출마했다. 그러나 2011년 딸인 마린 르펜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르면서 2선으로 물러났다.
마린 르펜은 당 대표에 오른 뒤 부친과 다르게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주류 정치권에 편입되기 위해 '탈(脫)악마화' 전략을 펴며 급진적 이미지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당내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 발언을 통제하고,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요구한 과거 극단적인 노선에서도 벗어나려 애썼다.
르펜은 딸의 이런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다 결국 2015년 당에서 제명까지 당하지만, 2019년까지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며 활발한 정치활동을 펼쳤다.
고령에 심혈관 질환까지 앓은 르펜은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시설에 입원했었다.
한편, 부친의 사망 소식에 침묵했던 마린 르펜 의원은 하루가 지난 8일 오전 엑스(X·옛 트위터)에 "유구한 세월이 전사를 데려갔지만 우리에게는 아버지를 돌려줬다"며 "그를 사랑하는 많은 이가 그를 애도한다. 아버지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