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trong>[연합뉴스]](http://www.m-economynews.com/data/photos/20250208/art_17401336992716_da31a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지 만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서도 충격적인 정책과 행보로 세상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모두 빨아들이는 양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이전부터 국경을 마주한 이웃나라고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온갖 협박을 가한 끝에 국경 통제와 관련해 양보를 이끌어냈다.
또 불법이민자를 중남미 본국으로 송환하면서 콜롬비아가 자국 출신 난민 수용을 거부하자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고, 콜롬비아가 놀라서 난민 수용을 약속하자 관세 부과를 취소했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회수하겠다고 강조하자 파나마는 미국 정부 선박을 대상으로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이스라엘과 가자 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자 지구를 미국이 소유하겠다면서 19세기 이전 산물인 제국주의 팽창주의 노선을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중재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참석을 불허하고,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불만을 표명하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서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서둘러서 협조하지 않으면 나라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언론 자유 훼손 양상도 심각하다. 워싱턴포스트에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컬럼니스트를 해고하라고 위협하더니 폭스TV와는 독점 인터뷰를 반복으로 진행했다. 언론사를 길들이기 위해 동원한 역겨운 술책이다. 미국의 공공외교 담당 기관으로 국가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개발처 직원 1만 명 중에 9천700명을 해고하는 수순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대내외 정책들은 대부분 국제 규범이나 관행에 모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들이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정치적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 패권국이다. 그런 국가의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규범과 관행을 파괴하고 있으니,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도하지 않다.
◇ 트럼프는 왜 미치광이 행보를 하고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폭주에 대해 그의 지지자들은 크게 환영하면서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들로부터 무시받고, 착취를 당해왔던 과거를 일소하고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존재하는 국제 질서에서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착취를 당한다는 인식과 발상은 기괴한 망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 말을 믿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1991년 12월 소련 패망으로 지구촌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이후 신자유주의 지침에 입각한 세계화 정책, 특히 자유무역 정책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긴 나라다.
1991년 미국 개인 소득이 IMF 통계 기준으로 2만3천701달러였는데, 2024년 개인소득은 8만6천601달러다. 33년 동안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2%인데, 인구 3억4천만 명을 가진 최고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도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니, 합리성의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
아마도 미국 내부에서는 부의 재분배에서 불공정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이 지난 30여년 동안 국부를 크게 늘리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이득은 초대한 금융 자본가나 빅테크 기업에게 돌아가고 일반 국민은 미국의 경제 발전을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미국 국민 중에 서민층은 물가 상승으로 소득이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이 30년 넘게 운용해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국내적, 그리고 지구촌 차원에서 심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진 유권자를 상대로 트럼프는, 미국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정작 미국 국민과의 약속은 저버렸다고 주장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실패는 미국 내부에서 정책 수정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다.
트럼프가 보여주고 있는 ‘충격과 공포’ 행보에 대해 트럼프 지지자들은 속이 시원한 정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패권국가에게 유리하게 형성된 국제 질서와 규범, 관행을 파괴하면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장치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치명적인 자살골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면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과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분석하면 트럼프는 단순히 반칙왕일 뿐이다. 관세 축소나 자유무역, 전쟁 규칙이 존중되는 종전 협상, 제국주의와 팽창주의 반대, 소수자 보호, 언론 자유 보호 등은 인류가 수십년, 수백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어낸 인류 공통의 이익 요소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국가가 평화적으로 공존하기 위한 공통 분모다.
패권국은 국제 질서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비용을 지출하지만, 대신 국제 질서가 자국 이익을 보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기꺼이 패권국 역할을 수행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국제 질서가 패권국에 유리하지만, 국제 질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모든 국가에 유리하기 때문에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다. 지구촌 공동의 규범과 관행을 준수하지 않고, 반칙을 저지르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포함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있다.
반칙왕이 한두 번은 성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이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두번이나 세번 이상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대참패를 예약한 것과 같다. 특정국의 반칙 사례가 나타나면 다른 나라도 반칙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동일 수준의 반칙을 모방하거나, 반칙을 역이용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국제정치에는 윤리나 도덕이 적용되지 않고, 실리만이 존재한다는 말이 있는데, 잘못된 말이다. 국가 이미지는 장기적 관점에서 외교 교섭에 중요하고, 그것은 윤리나 도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사실 반칙왕이 반칙을 선택하는 이유는 스스로 다른 나라에 비해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쟁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보면 반칙을 사용하는 구성원은 공동체 내에서 결코 최상의 역량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어리석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그 측근 참모들은 자국 이익을 보장하는 장치인 미국 주도 국제 질서를 파괴하면서 반칙왕으로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전횡에 많은 나라가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칙왕의 왕노릇은 다른 나라가 경계를 하지 않는 조건에서만 허용된다. 모든 국가가 경계하는 상황에서 반칙은 어려워지고, 단기적 이득을 얻기도 어렵다. 오히려 무리수를 둔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국가 발전이 아니라 국가 쇠퇴를 피할 수 없다.
물론 미국 기득권 엘리트들이 미국이 쇠퇴하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트럼프를 추종하면서 대기업의 부익부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재편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또 일정한 적응기가 지나면 트럼프 정책 방향을 변경시켜서 미국 패권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해서 대통령을 시켜준 미국 서민층 유권자들도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고 주장했지만, 위대함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마도 트럼프는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에 정책 추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트럼프 자신이 반칙왕에게 멋진 미래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반칙왕은 결국 열등감과 거짓, 망상에 의존한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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