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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갑을경제에서 상생경제를 향하여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에게 행한 밀어내기 관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 간의 불평등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갑을 관계의 비인간적 행태가 어디 남양유업에만 있겠는가. 대기업이 있는 곳에, 권력이 있는 곳이라면 반드시라고 할 만큼 불평등하고 부당한 관행이 남아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갑을 관계가 갑을경제로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갑을경제에서 상생경제로 갈 수 없는가 대안을 찾아본다. 


PB상품으로 ‘슈퍼 갑’이 돼 가는 대형마트들


유통시장 경쟁 심화와 함께 경쟁력 증대를 목적으로 도입된 PB(Private Brand)상품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대형마트 3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매출액의 약 25%를 자체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추정해볼 때 현재 우리나라 슈퍼마켓과 편의점, 백화점 등 다른 형태의 유통점에 납품되는 PB상품까지 합산한다면 대략 1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이마트는 국내에서 유통업체 자체상표의 시초로 볼 수 있는 ‘이플러스(E-Plus)’ 시리즈와 ‘자연주의’, ‘aiz’를 런칭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연주의’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자주(JAJU)’로 바꾸고 유명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식품류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1만 8,000여 개 품목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알뜰상품’, ‘좋은상품’, ‘웰빙상품’, ‘웰빙플러스’ 등의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농식품부분에서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롯데마트는 2003년 ‘와이즐렉(wiselect)’이라는 자체브랜드를 102개 품목에서 시작하여, 최근에는 ‘초이스엘(choice L)’을 비롯해 ‘손큰’, ‘통큰’이라는 자체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3사 대형마트가 생산하고 있는 PB상품은 지난해 610개이다.


대형유통업체들의 PB상품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은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기려는 기업의 속성 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체 제품인 NB상품과 달리 PB상품은 가격부분에 대한 결정권을 대형마트가 소유하는 구조인데 대형유통업체가 제조를 위탁하고 제조사는 제품만 만든다. 기존에는 제조사가 제품을 만들고 난 다음에 원가에다 마진을 붙이고 유통업체에 납품했다면, 최근에는 유통업체들이 공장투자비용 없이 제품을 만들어내는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들의 유통매장으로 바로 공급되는 구조라 중간상인을 배제할 수 있어 중간마진을 절감할 수 있고 광고나 홍보비가 줄어 일반NB(National Brand)상품에 비해 싸게 팔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가 PB제품에 대한 개발, 기획, 관리, 마케팅, 품질관리에 참여하지 않고 단순히 중소제조업체의 제품에 제품라벨만 유통업체 자체브랜드로 바꾸는 등 일종의 OEM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낮은 가격=낮은 품질’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해 8월 미국 AMA(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 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제조업체들이 PB제품을 제조하는 이유’에 대해 ‘전략적 관점(market strategy perspective)과 채널관계관점(channel relationship perspective)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전략적 관점’이란 자체적인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업체들이 유통업체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채널관계관점’은 해당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의존성이 높은 경우에 유통업체의 PB 생산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유통업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식품회사들의 경우 ‘채널관계관점’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채널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PB생산업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는 이 교수는 “PB를 납품하게 되면서 자사의 고유브랜드 매출이 현저하게 줄었다는 업체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변화도 PB상품을 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두 가지의 소비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트레이딩 업(trading up)과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트레이딩업(trading up)이란 ‘소비자들이 중요성과 가치를 크게 느끼는 제품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구매하는 현상(예를 들면 명품구매)’을 말하는 것이고, 트레이딩다운(trading down)은 ‘중요성과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들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이라도 싼 것을 구매하려는 일종의 알뜰구매 현상’이다.

이 교수는 “PB상품은 일반NB상품에 비해 20~30% 이상 가격적인 메리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트레이딩다운이 적용되는 상품카테고리에서는 그 매력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 국내·외 시장의 장기불황 탓에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찾는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성향이 높아지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PB제품생산에 참여하는 제조사들


PB제품생산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제조사와는 서로 상생한다는 그럴 듯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제품의 질이 하락하고 우리나라 제조사들이 급속도로 몰락할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벌써부터 PB제조업체와 유통업체와의 보이지 않는 싸움도 시작되고 있다. 한 유제품 납품업체 관계자는“유통업체의 부당한 반품과 판매촉진 비용 전가 등의 횡포는 중소 납품업체 고유 브랜드의 상실을 가져올 정도로 그 파장이 크다”며“단기 이익만 보고 PB상품에 매달리는 중소업체로서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브랜드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유통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충격적인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조업체들이 PB제품생산을 하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대형유통업체와의 관계 개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B제품을 제안하는 쪽이 대개 유통업체인데 제안을 받은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게 되면 자사제품에 불이익이 따르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협력관계에 있을 경우 대형마트에 자사제품의 입점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한다고 말했다.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용을 커버하기 위해 참여했다는 PB제조사도 있었다. 3년 전부터 한 유통업체의 PB제품을 생산해오고 있는 L사는 상품브랜드가 약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공장가동률이 50%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매달 고정비용이 발생해서 조금은 불리하더라도 안정적인 판로를 잡는다는 생각으로 제조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대형마트에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을 공급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질문응답자의 32.3%가‘대형마트와 원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PB제품을 공급한다고 응답했다.

2008년 한국식품공협회가 조사한 27.5%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아진 수치다.

이정희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제조업체들의 참여는 능동적이기보다는 대형마트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수동적이 자세가 많다”며 “단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때 PB상품은 중소업체가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PB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싼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주게 되어 싼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로 인식되어 오히려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기업들이 PB제품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지배력 강해질수록 소비기반은 몰락


“소비자에게로 상품이 흘러가는 길목에 있는 유통업체는 시장지배력이 커 가면 갈수록 우리의 소비기반은 급속도로 몰락하게 됩니다.”이정희 교수는 유통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제조업이 몰락했을 때 우리사회에 오게 될 파장을 말하면서 영국의 제조업을 예로 들었다.

“영국은 PB상품이 전체상품의 50%를 넘습니다. 그럼에도 영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PB상품은 없어요. 전부 해외시장에서 수입합니다. 그 이유는 영국의 제조시장이 거의 문을 닫았기 때문이죠. PB제품시장이 커진다는 건 선택된 제조업체들에게 기회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시점에서 유통업체가 차별화를 가져오기 위해 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을 때 국내 제조업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정희 교수는 최근 국내 PB상품의 해외 수출도 증가하고 있는데 PB상품 공급이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품이 싸다는 것은 결국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적인 할인마트로 자리 잡은 미국의 월마트를 소개했다.

“월마트는 ‘제품이 싸다’는 걸 강조합니다. 만약에 월마트가 좋은 제품을 값싸게 유통할 수 있었더라면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월마트의 고객이 되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다양한 유통업체가 존재하는 미국사회에서는 과연 월마트가 국가경제를 위해서 도움을 준 기업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사회가 월마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물가안정’의 좋은 측면과 ‘중산층 이상의 거부반응’이라는 두 가지 측면인데요. 부정적인 쪽은 싼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제조기반이 빨리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것이고 긍정적인 쪽은 소비자들에게 편익과 멋스러움을 제공하고 가격도 저렴하게 해서 경제에 도움을 줬다는 겁니다. 


이런 찬반여론에도 월마트에 대한 시각이 나쁘지 않은 건 자금력을 바탕으로 뭐든지 하고야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화와는 다르기 때문이죠. 지금 우리는 대기업 몇 군데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인터넷쇼핑, SNS 등 모든 것을 독식하고 있잖아요. 이런 시장구조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우리정부가 이런 유통정책을 보다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설마 무너질까하면서 소비자에게 싸게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정부가 지향하는 일이라는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면 10년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유통의 원가절감은 결국 인건비 싸움


제조업체 원가는 재료가 되겠지만 유통업은 인건비가 원가다. 유통업이 원가를 줄이려면 결국은 매장에 일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거나 아니면 싼 노동자를 써야한다. 이정희 교수는 “앞으로 RF바인딩(주파수로 통신하여 상품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시대가 되면 매장에 판매원이 줄어들게 될 것”을 염려했다.

“지금은 계산원이 직접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서 계산을 하지만 RF방식이 도입되면 원거리에서 주파수를 쏘아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이런 계산원이 불필요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이 되었을 때 제조사는 또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유통업체가 RF바인딩 작업이 되어 있지 않은 제품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 제조업체는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RF바인딩을 해야 하니까요.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빨리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는 건 시간문제죠. 결국 대형마트가 많은 고용을 유지한다는 장점도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우리 정부가 PB상품을 물가안정으로만 바라보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성이 살아 있는 선진국 대기업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도덕성은 너무도 추락했다. 범죄행위나 다름없는 대리점밀어내기 행위를 하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모르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에야 사과하는 일도 생긴다. 한쪽으로 집중된 힘 때문이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이 이들의 양심을 마비시켰을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부도덕한 거래관계도 법이 허용하는 한 이익을 위해 상대를 희생시킨다.

물론 기업의 생리가 이익을 추구하는 데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고는 하나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을 보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사회에서 기업의 문화는 명성이 있는 대기업이 해야 할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암묵적으로 구분한다.

기업이 어떤 분야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의 진출을 꺼린다. 만약에 중소기업이 할 수도 있는 분야에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진출해서 쉽게 돈을 벌고자 한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렵다.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커갈 수 있었던 것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모바일이나 갤럭시와 같은 것을 개발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힘이 드는 개발 분야보다 적당히 물건을 팔면서 이익을 남기는 분야에 뛰어들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사업을 하는 데 금을 그어 놓고 해야 할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을 가르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기준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 우리정부는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을 살린다는 목적으로 대형마트 의무 휴일제룰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희 교수는 “규제가 단순하게 소상공인을 도와주는 목적으로만 가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소수의 대형유통업체가 독과점의 지배력을 너무 키우는 것을 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중소상인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영세업체들이 대기업을 막아 놓았더니 중간 규모의 유통업체들이 다해간다고. 대기업이 자본력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막아야지만 다양한 규모의 유통업체들 간 경쟁을 있어야죠. 그래야 제조업체들도 판로가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어때요. 롯데, 신세계, 홈플러스 아니면 갈 곳이 없잖아요. 생활용품 약 50%를 이 3곳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게 정상적인 유통시장의 질서라고 할 수 있겠어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의 상생


최근 대형유통업체 3사는 자체브랜드의 콘셉트와 품질, 판매방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상품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세계적인 PB컨설팅 업체와 손잡고 모든 PB상품의 기획, 개발, 판매, 마케팅, 품질관리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생활용품에서는 이노디자인과 손잡고 제품을 개발하고 자체의류상품의 제품개발,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이너를 보강하는 등 자체브랜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업체들의 이러한 활동은 매우 바람직해 보이지만 PB제품을 제조하는 제조사들과의 상생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품질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유통업체가 지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법이라 할 수 없다.

이호택 교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유통업체상표를 기획, 개발, 판매, 마케팅하는데 있어 유통업체의 참여와 투자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 유통업체와 PB 제조업체 사이의 상호의존성(mutual dependence)이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힘의 열위에 있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를 거래의 안전장치(safeguarding mechanism)로 사용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유통업체들의 잠재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PB상품 제조업체를 선정하는 데 있어 가이드라인을 두어 최소한의 품질관리가 가능한 수준 이상의 제조업체들을 거래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단기계약이 아닌 장기계약을 체결하여 PB 제조업체들의 마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롯데마트의 MPB(Manufacturing Private Brand) 상품 확대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편의점의 경우


편의점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일년 365일 24시간 영업이다. 경영주가 이를 어길 경우 위약금을 내도록 돼 있다. 명절 때면 알바생들도 나오지 않는다. 점주가 할 수 없이 가게를 봐야 한다. 손님이 전혀 없는 심야 시간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본사는 최초 계약시 인테리어를 다 해주지만 부동산 담보를 잡는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계약 기간이 너무 길다.

계약기간이 긴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보통 점주가 건물 1층에 임대를 하는데, 건물주가 임대 경신 때마다 편의점이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임대료를 올린다. 그러면 임대료를 부담하는 점주는 처음 개업 당시 남았던 수익이 줄어들고 급기야는 적자로 돌아서 버린다. 편의점의 가맹점주는 현재로서는 절대로 불리하다. 본부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법적 보호가 필요한 이유다.


을의 선택


을은 첫째로 자신의 핵심 능력의 향상에 주력하고 끊임없이 창조적 능력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로, 상대와 관계에서 가능한 한 유리한 포지션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그런 후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


긍정적 상생과 부정적 상생


대기업이 발전하려면 대기업 협력사의 기술도 좋아야 고품질의 부품과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 이처럼 특정 산업이 발전하려면 이와 연관되는 분야의 경쟁력도 높아져야 한다. 상생한다고 해서 정부가 능력 없고 게으른 사람들에게 그 상태대로 먹고 살게 해주도록 울타리를 쳐준다면 잘 나가던 대기업도 죽이고 결국 고용도 줄어들어 관련 산업과 나아가 경제 공동체 전체를 쇠락시키는 정책이 된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잘하고 있는 갑의 능력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을의 능력을 높이는 정책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갑이 독과점 지위에 있다면 생태계를 위해 규제할 필요는 충분하다. 
 
중소기업이 육성 안 된 업종에서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하면…


이를테면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확장을 엄격히 규제하면 외국계 프랜차이즈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된다. 동네 빵집과 동네 음식점, 동네 슈퍼가 하루아침에 경쟁력이 강화되지도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약한 을의 육성도 중요하다.
 
한국의 병든 인간 관계가 불평등한 갑을 의식의 근원적 이유


최동석 교수의 저서「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에서 갑을관계로 병든 우리의 경제 생태계를 풀어줄 수 있는 좋은 힌트를 던져준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친 경쟁에 내몰려 직장생활에서 마음의 평화는 고사하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그는 세 가지 방향의 처방을 내놨다. 

첫째, 경영자는 구성원들의 마음에 어떤 고통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삶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한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목표 달성의 압력과 스트레스, 지배와 착취구조의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무력감, 장래 커리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나 기업 조직의 환경은 영혼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숫자로 나타난 성적과 실적 경쟁 때문에 잠시라도 맑은 영혼을 유지하기 어렵다. 경영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의 마음, 잠재력, 영혼의 능력을 맘껏 발현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 기업조직에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들을 구성원들의 마음, 잠재력, 영혼이 맘껏 숨 쉴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영혼이 살아 숨 쉬는 마음은 항상 더 큰 성과를 향하여 스스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영혼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인간에게 고유한 능력이다.

셋째, 기업조직의 운영 원리를 명령과 통제의 매커니즘에서 감지와 반응의 매커니즘으로 바꾸어야 한다. 조직 생활에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감지하는 것은 영혼의 탁월한 능력이다. 영혼의 감각은 사회적으로 옳은 일, 선한 일, 아름다운 일이 어떤 것인지를 미세하게 감지해낸다. 영혼은 그 감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반응을 보인다.”

최 교수는 “사회적 악행과 비도덕적 행위들은 사회적인 제도적 장치에 의해 인간의 영혼이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협력이 아닌 경쟁 위주의 사회 시스템, 숫자로 쪼아대는 실적 위주의 평가보상시스템 등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인간을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고 자원으로 보는 관점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167~172)
 
이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


최 교수는 키르에케고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어질 때 자기실현이 가능하며 이 관계가 파괴되었을 때 인간은 절망한다. 한국의 경영과 사회 전반에서 영혼과 정신을 갖고 있는 인간 개개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결여하고 있는 점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 책, 135)

우리 개개인이 하나의 경제 생태계에서 영혼과 정신으로 상호 연결돼 있음을 인식한다면 어느 일방에게 굴욕과 고통을 주는 갑을관계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윤리경영, 지속가능발전의 힘


 기업문화, 녹색경영,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표현은 다르지만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모두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인간적인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경영패러다임으로 인식함에 따라 글로벌 경제, 통상 등에서 새로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인 변화에 맞춰, 기업들은 사회적책임의 실천이 기업경영과 잘 맞물려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장기적으로 성실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국내 100여 개 대기업에서는 사회공헌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면서 지역사회와 환경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일부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분에서 윤리경영과 맞닿아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와 공공기관, 학교와 지역사회, 노동조합 등 조직에서 사회적 책임의 개념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은 지난 1985년 설립한 후 16년 동안 1,700%라는 기록적인 성장을 기록했지만 2001년 돌연 회계부정으로 인해 파산했다. 윤리경영을 하지 않아서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사건의 오명을 남기고 사라진 엔론사에 대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많은 회사라도 철학이 없는 회사는 흉기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던 이 회사는 조직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고, 결국 이는 회계부정이라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졌다”며 조직 구성원 각자의 윤리성을 지적했다. 이어 OECD 부패방지 권고사항을 소개하면서, 법에 따라 종업원을 통제하는 ‘Low Road’보다는 철학과 윤리정신을 강조하는 ‘High Road’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창석 숭실대학교 교수는 “윤리경영이 대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투명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살린 힘이 윤리경영


기업의 흥망은 윤리경영의 앞면과 뒷면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는 남재우 씨는 “윤리경영이 기업의 생명”이라고 설명한다. 

남씨는 지난 1992년부터 현재까지 팔기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움을 청하는 위기의 기업인들에게 전화 상담을 해주고 있다. 남씨가 하는 재기 컨설팅의 키워드는 바로 윤리경영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경험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남씨는 지난 1975년 연세실업을 창업하면서 모방모직사업에 뛰어들었다. 1978년경에는 공장을 갖춰 직접 생산도 했다. 그러다가 1983년 나전모방을 인수했는데 전 사주와의 문제, 수출 클레임 문제, 품질불량 문제 등으로 인해 그 이듬해 회사를 접어야 했다.

은행에서는 연세실업과 나전모방 두 회사 중 한 회사를 포기하라고 요구했고 남 씨는 연세실업을 포기했다. 연세실업 직원 수는 150여 명인 반면 나전모방 직원 수는 450명이었기 때문에 직원 수가 더 많은 나전모방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같은 해 9월 수재까지 덮쳐 나전모방 공장이 물에 잠겼다. 그런 위기상황에서 직원들은 힘을 모아 회사를 다시 세웠고 그해 수해복구자금을 받아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노사 간의 따스한 온정은 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꾸준히 이어져 3년간 매년 40~50%의 신장세를 보이다가 1988년에는 정상궤도에 들어섰다.

회사의 훈훈한 미담은 각종 노사분규가 심하던 시절 노사 간 협력하는 모범업체로 선정되어 상도 받았다. 남씨가 이렇게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기업 문화기반을 형성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부도 기업인들의 자살사건이 사회적이 이슈가 되던 해 남씨는 팔기회를 만들었다. 위기의 기업인들에게 재기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해보겠다는 힘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다. 나전모방이 업계에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외부활동으로 기업경영에 몰두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중국 투자 실패와 큰 수재까지 덮치면서 나전모방은 2002년 결국 파산했다.

남씨는 “지역상공회의소장, 공직 등 외부활동은 본래 기업인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기업인의 본분을 지키지 않고 자만심에 빠져 직원과 고객을 무시하는 원맨 경영을 하면서 윤리경영을 하지 않은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쓰러지는 가장 큰 이유는 사장 한 사람에 의해 모든 일을 결정하기 때문이다”며 “기업이 잘못된 이유가 사장 본인의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재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재기하는 과정에서 혼자 결정하지 말 것과 ‘다 내꺼다’라고 욕심 부리지 말 것”을 조언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


지난 2010년 11월 1일,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으로 ISO26000 가이던스를 제정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규격을 주요 기업들에 적용해 이행 수준을 평가한 결과가 발표됐다.  

SR코리아는 지난해 6월 27일, 우리나라 주요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ISO26000의 7개 핵심 주제별로 이행 수준을 진단하고, 각 기업별로 주요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이 평가에서는 기업별 성과를 점수화해 서열을 매기는 방식이 아니라, 관공서 발표 자료와 언론사 홈페이지, SNS,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식을 통해 사회적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관련 ISO26000 조항을 근거로 개선과제를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황상규 SR코리아 대표는 “ISO26000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77개 나라가 5년여 동안 8차 총회를 개최한 끝에 93%의 찬성으로 채택한 국제표준”이라며 “그 동안 ‘녹색경영’,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 등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 왔는데, 국제적인 사회보고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ISO26000의 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ISO26000에 따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정부, 지자체, 대학교, 병원, 사회단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직들은 조직의 투명성, 신뢰성 제고를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발전을 향해 가고 있나


‘지속가능발전’은 1972년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처음 태동돼 1992년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를 통해 국제적 규범으로 정착됐고 국내에서는 2007년 입법이 됐으나 MB정부에서 폐지하면서 정치적인 쟁점이 됐다.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시대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대학교 김병완 교수는 “현재와 미래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발전, 사회통합, 환경보전을 3대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새로운 지속가능발전 이행체계에서는 정부조직에 지속가능발전 책임관을 지정하고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희 환경부 정책총괄 과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과 경제, 사회, 환경을 세 축으로 미래세대와 현세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이 서로 맥락을 같이하며 상호 연계·발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사회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불평등을 완화하는 길만이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진실을 우리 모두가 외면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용, 김소영 기자 /
sy1004@mbc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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