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원 여러분, 간호원 여러분. 모국의 가족이나 고향 땅 생각에 괴로움이 많을 줄로 생각되지만 개개인이 무엇 때문에 이 먼 이국에 찾아왔던가를 명심하여 조국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일합시다. 비록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을 위해 남들과 같은 번영의 터전만이라도 닦아 놓읍시다…여러분, 저는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했나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1960년대 서독에 파견된 당시의 청년들을 방문한 前 박정희 대통령의 연설문 중 일부다. 이날 준비된 연설문의 마지막 문장은 끝내 읽혀지지 못했고 눈물로 마무리됐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는 약 2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이들은 대부분 20~30대로 서독에 일하러 간 광부와 간호사들이다.
우리나라는 이들의 월급을 담보로 경제개발 자금을 빌려왔다. 라인강의 기적을 경험한 이들의 눈물어린 돈은 본국으로 송금돼 다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돼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제 70~80세가 된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파독근로자기념관이 지난 5월에 오픈했다. 파독 50주년∙한독수교 130주년을 맞아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연합회가 세운 기념관에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쓴 일기와 편지, 손으로 써서 만든 ‘재독 한국 근로자 소식 책자’가 전시돼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념관 건립은 근로자들의 눈물겨운 역사와 의미를 다음 세대까지 생생히 전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헌신과 노고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큰 디딤돌이 됐고, 국제사회에 우리 민족의 근면성과 잠재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그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 독일에 진출해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독일 고용시장내에서 한국인이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그간 우리정부가 독일주재 우리 대사관을 중심으로 독일 연방정부, 주정부 및 의회 등을 상대로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전개했기에 가능했다. 2010년 이래 우리의 한·독 간 외교적 숙원 과제를 해결한 것이다.

독일 고용시장 내에서 한국인이 선진국 대우를 받게 됐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독일은 외국인 체류법과 고용법을 통해 제3국 외국인의 입국 및 체류와, 노동허가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동 법령에서는 제3국 외국인 중에서도 특정 선진국 국민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조항을 통해서 여러 가지 편의와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선진국 특혜조항’(제41조)에서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한국 등 주요국 국민들에 대해서는 여타 제3국 국민들과 달리 3개월 무비자로 입국하여 자국 내에서 장기 체류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우대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입니다.(여타 제3국 국민들은 자국 주재 독일대사관에서 신청)
고용법시행령에서도 이와 유사한 ‘선진국 특혜조항’(제26조, 구법령 제34조)이 포함돼 있는데요. 독일은 1991년 이후 제3국 외국인들이 자국 내 취업이 가능한 직종과 자격을 외국인 고용관계법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노동시장을 제한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거죠. 다만, 자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주요 선진국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조항을 둬서 여타 제3국과 달리 원칙적으로 직종을 불문하고 자국의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대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동 우대조항에 포함된 국가들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주요 선진국들로 이 조항은 통상적으로 ‘선진국 특혜 조항’으로 불립니다. 이번 외국인 고용법 개정으로 우리나라가 동 국가군에 추가로 포함된 것이지요.
신규 고용법시행령은 당초 금년 7월1일부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법조문 작업이 조기에 완료되면서 6월14일 발효됐습니다. 저는 독일의 외국인 고용관계법 개정을 위해 2010년 이후 실무를 담당하여 추진해 오고 있는데요. 이번에 좋은 결실을 맺게 돼 큰 보람을 느낍니다.
노동허가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그동안은 노동허가가 거부될 경우 본국으로 귀임하거나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변호사를 통해 노동허가 재신청을 하게 되더라도 노동허가가 거부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죠. 독일에 신규 파견된 주재원 중에 노동허가가 거부되어 변호사를 통해 노동허가를 재신청한 경우가 있었는데요. 1년여 검토과정을 거쳐 결국 노동허가가 거부돼 본사에 귀임한 경우도 있었고 지리한 노동허가 재심사 과정에서 본사에 귀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독일 내 350여 개 전문직 직업군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취득한 자격∙학력을 독일 내 유사한 자격∙학력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게 돼 있는데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조항에 포함되면서 이 같은 자격∙학력을 비교해 인정하는 절차가 간소화되고 노동허가 심사기간도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한국인이 독일 노동허가와 관련해 비자 발급 받을 때 어떤 불편사항이 있었는지요?
독일 외국인 고용법시행령은 제3국 외국인(주재원 포함)들이 노동허가를 받기 위한 세부적인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력과 경력, 연봉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노동허가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독일이 주로 고학력(종합대학 졸업 이상) 전문 인력들에 한하여 노동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보니 독일이 인정하지 않는 해외 정규 대학교나 학력이 미달할 경우 노동허가가 거부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국내에서 전문대학을 졸업한 주재원이나 우리 국민들에게 노동허가가 거부되는 사례가 많았죠. 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독일 내 노동허가 신청 중 약 18% 이상이 거부되었습니다. 노동허가 거부 근거 중 상당수가 학력 등 제한요건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독일 관계법령 개정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특혜조항’(제26조)에 포함되면서 그간 학력문제로 인해 노동허가가 거부된 사례는 상당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진국 조항에 포함된 일본의 경우 2012년 독일 내 노동허가 신청 중 거부비율이 6% 수준에 불과하고 노동허가 승인도 ‘선진국 특혜조항’에 근거하여 노동허가가 부여된 비율이 7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독일은 전문 직업교육을 통해 취업이 가능한 350여 개 전문직 직업군에 대해서는 제3국 중 ‘선진국 특혜조항’에 포함된 국가 이외 국민들에 대해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이번에 선진국 조항에 포함되면서 앞으로는 독일의 350여 개 공인 전문 직업군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도 취업신청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선진국 특혜조항’에 포함된다고 해도 독일 내 노동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독일 내국인과 유사한 근로환경 등 여러 가지 일반적인 심사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선진국 조항에 포함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노동허가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독 관계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독일은 전후 고성장 과정에서 노동인력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55년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1960년대에 걸쳐 여러 유럽 국가들과 일련의 근로자파독협정을 체결하게 됩니다.
1963년 우리나라와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체결하여 1977년까지 광부 8천여 명이 파견되고, 이와 별도로 간호 인력들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1971년 체결돼 1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독일에 파견됐습니다.
독일에 파견된 우리 인력들은 상당수(60%)가 고등학교 및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 인력들로서 해당직종에서 전문성과 근면성을 인정받아 고용계약이 연장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일부는 정착하여 오늘날 독일 내 우리 동포사회의 초석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파독광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독일 외국인 고용관계법 개정으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국민들과 동일한 지위와 혜택을 향유하게 됐다는 점은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고 하겠습니다. 독일은 독일과 비견할 만한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갖추고, 전통적으로 관계가 가장 긴밀한 우방국들에 대해서만 외국인 체류 및 고용 관계법상 선진국 대우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최근까지 보수적인 노동시장 정책 기조를 유지해오면서 선진국 조항을 1991년 최초 도입했습니다. 이후 지난 20여 년 이상 특정국을 추가로 포함시킨 사례도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법 개정에서 우리나라를 최초로 신규 포함한 것은 그만큼 독일이 우리나라의 국격과 긴밀한 관계를 인정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특히 우리 근로자들의 교육수준과 자질을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1960~70년대 독일 노동시장에 ‘선구자’로 진출한 선배세대 근로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배우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다함으로써 독일 내 사회통합의 모범적 사례로 인정받는 평가와 인식이 저변에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독일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 있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1960~70년대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파견된 우리 선배세대들은 일찍이 독일 노동시장에서 근면성과 성실함을 인정받았습니다. 독일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준법정신, 교육수준, 사회통합 노력 등 제반측면에서도 모범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인들이 한-독 간 주된 유사점을 설명할 때 양국 국민들의 근면성이 빠지지 않는 항목인데요. 우리 파독 근로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은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럼에도 높은 기술력과 근면성을 토대로 ‘라인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고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는데요.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과 유사한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PISA 등 국제 교육수준 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일 언론을 통해서도 우리나라의 남다른 교육열과 높은 교육수준이 빈번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도 우수한 인재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근로자들이 강한 소속감과 충성심으로 회사에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향후 한-독 간 인적교류 및 투자 진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독일 연방상원은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조항에 추가로 포함토록 권고하면서 그 배경으로 2011년 잠정 발효한 한-EU FTA 이후 한-독 간 긴밀해지고 있는 경제 통상 관계를 평가했습니다. 또 우리 기업들의 독일 내 투자 진출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 이후 특혜품목을 중심으로 양국 간 교역이 심화되고 있고 상호 투자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에서 네덜란드와 함께 우리나라의 최대 투자국이며 우리 기업 한화의 독일 Q-Cell 인수, SKI-Continental 합작기업 설립 등 양국 기업 간 투자, 협력 사례도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독일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주재원 파견, 현지 우리 유학생 등 인력 채용 등 과정에서 부담이 경감될 것이기 때문에 인력 운용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의 독일 진출과 독일 내 기업 활동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국내에서 종합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직업교육, 전문교육을 이수한 청년인력들이 일정한 자격을 보유하면 독일에서 취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우리 인력들의 해외진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은 350여 개 전문 직업군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청년인력들이 독일에 진출해 독일이 경쟁력이 있는 산업분야에서 기술배양 등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열외 질문입니다만, 독일 내 한류 바람은 어떤가요?
독일 등 유럽 지역은 우리나라와 상이한 문화권으로 인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과 비교할 때 ‘한류’가 널리 확산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다만, 아시아 일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한류’ 기류와 한국의 문화적 저력에 대해 독일 언론에서도 수차례 소개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청소년∙청년층에는 K-Pop 팬 그룹이 결성되고, 한국 문화와 역사를 배우기 위해 일부 독일 대학교에 개설된 한국학과 지원 학생이 증가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독일 방송가에서도 크게 소개됐는데요. 이로 인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등 높은 파급력으로 ‘한류’에 대해 다시 주목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 한-독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최근 개최된 한국 영화제나 문화행사에 독일인들의 관심이 증가한 것이 고무적으로 보입니다.
Type the text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