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고위급 무역 회담을 긍정적으로 마무리했다. 양국은 회담 후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며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지만, 고율 관세 인하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는 “중국 측과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허리펑 부총리 역시 “양국 간 중요한 공감대에 도달했다”며 양국이 새로운 무역·경제 대화 메커니즘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문의 세부 내용은 12일(현지시간) 월요일 제네바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이번 회담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견이 적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과의 논의는 매우 건설적이었고,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어와 베센트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관세 인하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도 피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펜타닐 사태를 이유로 대중국 수입품에 20% 관세를 부과했고, 4월에는 추가로 34%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후 양국의 교역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
중국 측은 관세 완화를 협상 조건으로 꾸준히 요구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해 관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허리펑 부총리는 “회담은 매우 솔직하고 심도 깊었으며, 건설적이었다”며 “양국 모두가 우려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사무총장과도 회담을 가졌으며, 오콘조이웰라 총장은 “긍정적인 결과에 만족하며, 양국이 이를 계기로 무역 긴장을 완화하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이후 미·중 고위급 경제 당국자 간 첫 대면 회담으로, 스위스 제네바 호숫가에 위치한 유엔대사의 별장에서 이틀간 진행됐다. 회담 장소는 스위스 정부가 최근 양국에 중재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 대해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무역 합의 발표”라는 제목의 간략한 보도자료만을 배포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담지 않았다.
한편, 백악관 경제자문 케빈 해셋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에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주 중으로 영국에 이어 다른 국가들과의 양자 무역 협상도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합의가 미중 간 수년 간 지속된 고관세 중심의 무역 전쟁에 변곡점을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