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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우리의 창조경제, 어디로 가나(5)

한국 경제는 아직도 ‘다이나미즘’에 의존하는 유치한 수준
한국경제는 여전히 ‘다이나믹 코리아’에 취해 있다. 신흥개발국 초기를 한참 지난 한국경제가 ‘역동성’ 운운하며 자기 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목표로 한 것까지는 참으로 좋았으나 취임 반 년이 지난 지금은 뭔가 허전하다.

앞서 미국 제조업이 부활한다고 해도 단순 일자리가 조금은 늘어나겠지만 옛날처럼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화’ 때문이다.

제조업은 low-skilled jobs와 high-skilled jobs로 나눌 수 있다. Low-skilled jobs은 복잡한 기계는 이해하지 못해도 사람의 지각 능력에 의해 손 작업이 필요한 기능을 사람이 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테면, 제품의 품질이 규정대로 나오는지 점검하여 불량품을 골라내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런 단순 노동은 한두 시간 혹은 기껏해야 하루 정도의 짧은 시간의 교육으로도 충분히 일을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단순 노동에서 미국과 일본과 한국과 중국과 베트남과 캄보디아 노동자들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여기서는 오로지 싼 임금만이 중요하다. 한 가지 더 언급한다면 ‘근면함’ 정도랄까.

High-skilled jobs는 복잡한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기계를 설치하고 고장 발생 시 조정 및 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일을 말한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노동자는 공학적 원리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숙련도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 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계가 계속 도입되고 업그레이드 되므로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받고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고급 기술 노동자의 경우는 선진국과 중진국, 후발 개도국 간의 차이가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차이가 난다. 여기에 선진국과 중진국, 개도국 간 임금 차이의 변수도 작용해 복잡할 수밖에 없다. 개도국에서 중진국, 중진국에서 선진국 간의 고급 기술 추격은 대체적으로 두 세대 정도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고급 기술 추격 속도는 분야마다 다르지만 선진국과 상당부분 좁혀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급속한 추격이다.

중간 기술 노동자라는 존재가 한국만 해도 아직 존재하지만 자동화가 진척되면, low-skilled 노동자들이 거의 자동화 기계로 대체되기 때문에 low-skilled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가르치는 중간 노동자들도 더불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중간 노동자들이 미숙련 노동자들과 함께 실업자로 전락하여 실업 상태에 있거나 다른 직업, 즉 임금이 더 낮은 서비스 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의 중간 노동자들은 스스로 high-skilled 노동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순 노동자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회사가 단순 노동자들을 고급 노동자로 양성하기 위해 교육을 시킬 수 있지 않을 까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교육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 노동자와 고급 기술 노동자의 차이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 고급기술 노동자가 된다는 것은 본인의 적성과 소질, 오랜 인내를 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단순 노동자가 고급 기술 노동자가 된다는 건 도저히 건너지 못할 것 같은 강을 건너고 험한 계곡을 통과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비싼 교육비도 부담이다. 한국에서 그런 기술을 배울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그 노동자가 나중에 고급노동자가 되었을 경우 계속해서 근무할 거란 보장이 없다.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회사로서는 이미 검증된 고급 기술자들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자동화로 고급 기술 노동자의 수준이 과거와 비교해 더 높아졌다. 과거 산업 시대에는 숙련도만으로 단순 노동과 고급 노동을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숙련도만으로 단순과 고급 간 수준 차를 따질 수 있는 기능적 성격이 강한 일도 있다 하지만 자동화는 공학적 원리와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 이해하고 숙련도도 요구한다. 단순 노동자와 고급 기술 노동자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중간 노동자’라는 계층을 멸종시키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재빠르게 창조적으로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일 인력시장에 나가서 누가 나를 고용해주기를 기다려서는 저임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조업이 다시 부활한다고 크게 조건이 바뀌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무직 노동자를 한번 살펴보자. 사무직 단순 노동자도 제조업의 단순 노동자처럼 언제나 교체될 수 있는 저임 노동자다. 사무직에서 중간 노동자와 고급 노동자들은 일의 성격상 그 구분이 제조업처럼 분명하지 않다. 사무직은 열정과 창조성, 태도, 판단력, 암묵적 전문지식 등 이런 모호한 것들이 오랜 시간의 축적을 통해 노동자들 간의 능력과 대우를 결정짓는다. 그 결과는 중간 노동자와 임원의 양극화로 나타난다.

사무직은 제조업보다 훨씬 복잡하고 인간 관계적 일이기 때문에 중간 노동자가 제조업처럼 사라져버리는 멸종 생물이 되지는 않겠지만 처지는 단순 사무직 노동자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전문지식 노동자’들도 임원급으로 가지 못하면 엄격히 말해 중간 사무직으로 분류된다.

결론적으로 단순화하면 중간 노동자들이 사라지고 있거나 단순 노동자화 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이며, 그 결과가 선진국에서 만성적 고실업 상태로 나타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라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며, 학생과 직장인들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괜찮은 일자리의 창출과 고급 노동자의 양성은 개인의 인성과 사회적·문화적 전통과 분위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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