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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미FTA 속 한국농업의 활로를 찾는다

한미FTA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와 농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나 이제는 어떻게 하면 변화된 환경에 슬기롭게 대처하는가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FTA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의 활로를 알아본다.


농업 피해는 얼마나 될까?

한미FTA로 우리 나라 농어업 피해액은 앞으로 15년간 총 12조 6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농림수산부는 전망했다. 축산물 7조 2993억원, 과수 3조6162억원, 채소와 특작물 9828억원, 곡물 3270억원, 수산업 4431억원 등이다.

농촌경제연구원장을 지냈고 현재는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인 이정환 박사는 2004년 한-칠레 FTA 이래, 아세안 10개국과 연이어 FTA를 맺은 결과 이들 국가로부터 농산물 수입이 연평균 14-3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농산물의 실질판매가격을 하락시켜 농업소득이 감소한 결과,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소득수준은 88%에서 78%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한미FTA로 앞으로 15년간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가격이 10% 이상 가격 하락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사과는 3-4년 내에 수입이 허용돼 피해가 예상되며 양파는 국내산이 폭등하는 시기인 12월-2월 사이엔 점차 국내산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두와 감자도 국내산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22조1000억원을 피해 보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전과 긍정의 시선으로

농민들은 한미FTA 체결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미국은 세계최대의 농업생산국이자 동시에 최대수입국이기도 하다. 좁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한국이 어차피 문을 닫아놓고 있지 않으려고 한다면 넓게 펼쳐진 시장을 도전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충분하다. 한미FTA를 맺던 않던 간에 한국 시장에는 이미 전세계의 농산물과 식품들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들어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한국 농업은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소규모 경영이라는 구조적 취약점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긍정적 면도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경영층과 귀농 인구의 유입, 높은 수준의 농업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 정보화 수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의지 등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따라서 이런 강점을 기초로 FTA로 인해 한층 넓어진 경제영토로 적극적으로 진출해 나간다면 한국농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면 현재의 악조건은 오히려 유리한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

농업인은 농업을 전체로만 보지 말고 개별 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즉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여 스스로 책임 아래 농기업을 경영해야 한다. 제조업이 한 가지 제조품에 모든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듯이 하나의 작목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혼신을 쏟아 부어야 한다.

농촌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농축산물 브랜드를 갖고 안정적인 고소득을 올리고 있거나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기업농이 있고, 한편으로는 소농의 벼농사에 의존하는 고령취약층이 있다.


농업 경영은 규모의 경제로 풀어야 산다

먼저 기업농의 의지를 갖고 있는 농가에 대해서는 한미FTA를 계기로 이들의 농산물을 수출산업화와 명품 브랜드화 하는 데 정부가 적극지원하고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22조원의 보전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만큼은 과잉투자, 중복투자로 막대한 자금이 농민 외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쓰여지지 않도록 철저한 괸리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국 농업과 한국 농업의 결정적 차이는 딱 한 가지다. 미국은 드넓은 농지와 초지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농을 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 이익을 누릴 수 있다.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책임도 스스로 지면 된다.

이에 반해 한국 농업은 미국 농업농 한 사람이 소유할 만한 면적을 수십 명, 수백 명이 갖고 있다. 이들이 조합이다 영농법인이다 하여 조직을 만들지만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원가 절감이 좀처럼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개입돼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농업도 규모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3ha 이상 농가가 전체 경지의 1/3을 보유하고 있고, 50두 이상의 낙농가가 전체 사육 두수의 70%를 사육하고 있다. 정부의 농업경영 및 기술 컨설팅 비용 지원으로 인해 이들 기업농과 영농법인들의 경영 마인드, 농업기술, 마케팅 지식 수준이 차츰 향상돼 소비자들로부터 인정 받는 브랜드들도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순한한우, 이연원 유기돼지, 수라청 경기미, 청풍 명계, 낙안 배, 제주 한라봉, 무안 현경 유기농 고구마, 안면도 태양초 고추 등이 도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체류형 마을타운도 돌파구

이병화 국제농업개발원장은 농촌을 농축산물의 산지로서만 볼게 아니라 문화와 관광의 장소로서, 도시인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농가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농작물로는 도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기 힘든 지역들이 많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규모화, 기업화, 수출산업화를 할 수 없는 곳을 말한다. 이런 곳은 도시인을 유인하는 관광사업을 펼치고 도시인들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획기적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관광도 자동차를 타고 와서 둘러보고 농작물을 사고 음식을 먹고 가버리는 당일치기 관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업 컨설팅을 여러 차례 해본 방용성 컨설턴트는 농촌 마을 관광은 최소한 1박은 해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KTX까지 생겨서 도시인들을 숙박으로 연결하려면 여간 어렵지 않다며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고 체험형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촌에서 별도 보고 나물도 캐보고 불로 피워보면서 옛날 향수와 추억을 즐기는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 있는 지리산콘텐츠진흥원이 농촌을 관광과 문화의 고장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박찬용씨는 남원에 살면서 남원문화원 직원과 국악지도사, 여행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그는 창업대학원을 다니면서 고향 마을 사람들과 도시인들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농촌 기업을 만들 꿈을 꾸었고 마침내 마을 기업을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콘텐츠진흥원은 작년 10월 중소기업청의 지식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창업해 도시-농촌 간 투어사업, 기업연수, 체험학습, 농촌기업 컨설팅, 소상공인창업 아카데미, 마을축제와 지역공연예술을 기획하는 지역문화예술단 사업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리산콘텐츠진흥원이 개발한‘지리산둘레길’프로그램은 코레일과 연계하여 용산역에서 남원역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현지 전문가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과 창원마을을 둘러보고 숙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지리산시인학교와 감성을 나누고 숲속의 작은 음악회에 참여하고 지역문화행사를 관람하고 지리산 명소와 재래시장을 찾아가는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지리산콘텐츠진흥원은 또 국산 천일염과 지하수로 만든 김장용 절임배추도 개발해 도시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박찬용 대표는 다년간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과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에서의 석사 취득 등 실무와 이론을 바탕으로 농촌 기업인들을 위한 컨설팅도 실시하고 있다.

이병화 원장은 농촌을 고립시키지 말고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도시인들의 자금이 농촌으로 유입되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은퇴 베이비부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귀농자들이 기업농의 전사가 되고 수출농업의 역군이 된다는 건 과욕이다. 그보다는 이들이 도시 감각과 농촌의 정서를 융합하여 농촌을 관광문화와 휴식공간을 만드는 데는 충분하다.

방용성 박사는 경주와 같은 지방 관광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외국여행객들의 숙박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보면 외국 관광객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농민과 자치제, 정부가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오락과 쇼핑 추구형이지만 농촌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체험형이다. 선진국 관광객들은 오래 전에 체험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선진국 대상의 여행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소득보전제 실시해야

한미FTA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농업 포기자가 늘어나 농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시장개방에 따른 불안감과 과민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보전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이정환 박사는 주장한다.소득보전제는 수입증가로 가격이 하락하여 기준 가격 수준을 하회하는 경우 차액을 직접지불방식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일종의 경영안정장치이다.


농촌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면 답이 있다

우리 농촌과 농업은 도시인과 소비자에게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가치를 줄 수 있다면 한미FTA로 수입품이 늘어나도 살길은 있다고 이정환 박사는 힘주어 말한다. 수입품에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품질 높은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외국 관광지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고향의 정과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면 도시인들이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도시인들은 농민들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자신감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진정으로 힘을 모아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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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을 평생 뒷바라지하다 끝내 살해한 어머니에게 집행 유예가 선고 됐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경남 김해시 주거지에게 20대 아들 B씨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고 밝혔다. 중증 지적장애와 뇌병변을 앓고 있던 그녀의 아들 B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다. 배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식도가 아닌 복부에 삽입한 위루관을 통해 음식을 먹어야 했다. 종종 발작까지 일으키는 탓에 간병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A씨는 이런 아들을 평생 보살펴왔다. 밤낮 없이 간병에 집중하면서 밝았던 A씨는 점차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았다. 원래 밝았던 성격이었지만 십여 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약을 먹어왔다. 그러다 2022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받게 됐다고 한다. 주변에서 아들 B씨를 장애인 시설에 보내라는 주변 권유도 있었지만, 아들이 괴롭힘을 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에 포기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부터 아래층 주민이 층간소음 민원을 제기했고, A씨는 아들로 인한 것인지를 우려하며 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다. 범행 전날에도 관련 민원을 받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