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실속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반면 가전업계는 단말기 비용을 낮춰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지난 5월 2일 국회를 통과해 10월 1일 시행이 예정됨에 따라 기존 단말기 보조금 규제와 달라지는 점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보조금 상한을 폐지하는 대신 단말기의 출고가, 보조금, 판매가를 투명 공개하도록 하고 단말기 보조금과 요금할인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첫째, 기존에는 27만 원을 초과하는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다른 가입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므로 이를 위법으로 보았다. 그러다 보니 27만 원 이하의 보조금이 지급되면 가입유형, 가입요금제 등에 따라 차별이 발생해도 이를 위법으로 보지 않았다. 또 20개월 미만의 단말기면 고급형이든지 보급형 저가폰이든지에 관계없이 모두 27만 원을 초과할 수 없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가입유형과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말기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조금이 지급되도록 규정했다. 즉, 이통사는 방통위가 고시한 상한액 범위 내에서 단말기별로 보조금 수준을 공시하고, 대리점과 판매점은 공시된 금액의 15% 이내에서 보조금을 이용자에게 지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보조금 지급 수준도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매장에 의무적으로 게시하도록 했다. 보조금 공시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이용자들은 투명한 가격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자신에게 맞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이동통신 가입자 간에 보조금 차별현상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이외에도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크게 확대했다. 또한 기존에는 대리점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이통사만 처벌할 수 있었는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대리점, 판매점, 제조사의 위법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리점과 판매점이 보조금 수준을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된 금액보다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대형유통점의 경우에는 일반 유통점보다 강한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지난 5월 2일 통과됨에 따라 사업자와 공동으로 이용자와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해 제도에 대해 적극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열경쟁 해소될까
방통위는 단통법을 통해 이용자들이 투명한 가격정보를 활용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가입자 간 보조금 차별현상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용자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황창규 KT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과 전화통화를 통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향후 제조사 최고경영자들에게도 관련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단말기업체들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실적개선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통사들은 대리점과 판매점에 대해 정책장려금(고가요금제 유치에 대한 장려금과 패널티), 모집수수료(신규고객 유치 규모에 따라 높아지는 수수료), 관리수수료(신규 가입 후 가입자 월 요금의 일정 부분 수취) 등의 형태로 수수료를 제공해왔다. 이 수수료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음성적 보조금 재원으로 활용돼왔고 번호이동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늘어났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이러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방지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단말기를 판매할 때 약정가입 시 제공하는 요금할인액을 보조금인 것처럼 포장하는 ‘공짜휴대전화’ 상술도 금지되면서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반복되던 과열 경쟁의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견해이다.
앞으로는 단말기에 보조금을 제공해도 소비자를 높은 수준의 요금제로 이동시키는 유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출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통사간 과열됐던 마케팅 경쟁이 줄어 시장이 안정되고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저하됐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단말기 업체들에는 판매량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내수시장 비중이 작은 삼성전자 보다는 팬택, LG전자 등이 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실적 개선 전망
지난 1분기 때 분기별 최대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수익에 손실을 입은 이통사가 단통법 통과로 실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이동통신업계와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4분기부터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에는 당초 예상보다 13% 안팎의 하락이 점쳐진다. 2015년 이통 3사 마케팅 예상 비용은 8조 80억 원이었지만 단통법 통과 이후 6조 9300억 원으로 수정됐다는 얘기다.
가입자 1인당 주는 평균 보조금(이통사 보조금+ 제조사 장려금) 역시 올 4분기부터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55만 원 가량으로 치솟았던 보조금은 4분기 40만 원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통법은 제조사도 이통사처럼 앞으로 장려금을 공개하도록 하면서 영업 비밀에 민감한 제조사가 이를 공개하기보다는 장려금을 출고가에 반영해 휴대폰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도 높다.
휴대폰 출고가가 내려가면 제조사는 장려금을 줄 필요가 없어지는 만큼 이로 인한 내년 2분기 이통사의 보조금 중심으로 단말기 가격이 약 20만 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추정치도 나왔다.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3사의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다.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면 시장 점유율이 더욱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영업환경이 안정돼 지배력이 견고해지고 수익이 개선될 수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로서는 통신사업자들이 현 상황 유지에 주력하는 마케팅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비중은 KT 52.4%, SKT 53.1%, LG유플러스 68.6%이다.
그렇다면 단말기 가격 내릴까
최신 스마트폰 출고가가 인하되고 출시 예정인 고 사양 스마트폰들도 출고가를 인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과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술로 인해 소비자들은 단말기 보조금이 적용된 것인지 아니면 비싼 요금할인제로 인한 혜택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유통점에서 권유하는 대로 단말기 사양을 선택해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과 요금할인제를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 단통법의 핵심이 있다.
단통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제조사 장려금 조사와 관련한 자료 제출 의무화’ 조항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 등 제조회사는 장려금과 출고가 관련 자료를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보고해야 한다. 단말기 업체들은 해외 판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풀고 있는 장려금 규모가 행여 유출될 경우 외국 통신사와의 판매협상에서 불리해지고 국내에 지급한 만큼 해외에도 판매장려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단말기 업체들은 또 해외 단말기업체들과의 형평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 등 해외 제조사는 이번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고 기존처럼 영업할 수 있으므로 국내 업체들이 국내 판매에서도 피해를 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단말기업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조사들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제품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았고, 단통법 시행으로 가격이 노출되면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으므로 종전보다 싼 휴대폰이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처럼 대략의 가격대를 미리 알고 구매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대리점이나 판매점별로 약간의 가격 차이는 있겠지만 변동폭은 대체로 10%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간대와 지역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인 현재의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과거에는 마치 비싼 요금할인제로 인한 혜택을 단말기 보조금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소비자 착시현상을 활용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상술이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 분리요금제 조항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분리요금제 조항에 대해 알아줘야 할 필요가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사용해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든지, 아니면 보조금만큼의 혜택이 반영된 할인 요금제를 고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분리요금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인 것으로,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이번 법안으로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려금이 일률적으로 묶일 경우 중소 규모 대리점과 판매점은 소비자를 유인할 수단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휴대폰을 다른 기종으로 바꾸는 수요도 줄어 유통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 과거와 같은 파격할인행사가 사라져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으로 인해 단말기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벌써부터 스마트폰 가격 할인 추세를 감지한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단말기 업체들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단말기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물론 업계의 우려와 같이 많은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이 폐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서로 출혈경쟁을 하면서까지 소비자를 우롱하는 상술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고 나아가 서로 과열경쟁을 부추기면서 소비자들을 감정적으로 대응해온 업계의 마케팅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MeCONOMY Jun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