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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실명제 강화 서민경제의 약인가

금융실명제 21년 만에 차명거래가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오는 12월부터 명의자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차명계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현행 금융실명제는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 금지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 거래를 허용해왔단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최근 전직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총수가 합의에 의한 차명 거래를 악용해 재산을 은닉해 온 정황이 발견되자 금융실명제 법 개정 요구가 더 거세져 왔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차명계좌에 있는 금융자산은 원칙적으로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하기로 했다. 실소유자가 이를 돌려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앞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금세탁 등의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면 실소유자와 계좌 명의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범죄 목적의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동창회나 종친회, 계 등의 선의의 차명계좌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금융실명제법 개정


지난 1993년 도입된 금융실명제의 큰 원칙을 수정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차명계좌 소유권이 계좌 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하는 원칙을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가 허용됐다. 대법원 판례도 이 경우 실소유주 소유권을 인정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재산은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된다. 실소유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실명제를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차명거래 금지 이유는 범죄수익을 숨기거나 비자금 조성, 조세 포탈, 자금 세탁, 횡령 등 불법·탈법 행위나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반 시 형사적·행정적 제재와 더불어 민사적 불이익까지 부과해 불법·탈법적 목적인 차명거래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허용되는 차명거래는 범죄 목적이 아닌 가족 간 거래, 동창회 통장, 종친회 통장 등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선의에 대한 판단이 쉽지는 않다. 개정법에서는 선의의 차명계좌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구체적인 사례는 개별 법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단 탈세 등의 불법 목적이 아니라면 선의로 본다는 의미다.


동창회 회비를 차명계좌에 보관해 둔 경우나 예금자보호법상의 예금보호(5천만 원 이하)를 위해 자녀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경우는 선의의 차명거래에 해당된다. 증여세를 회피하고자 아들 이름의 차명을 썼다면 불법 차명계좌이지만 용돈으로 1만 원짜리 통장을 만들어 줬다면, 조세포탈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차명계좌 처벌과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유학비, 의료비 지출 등 생활비 형태로 지급된 경우에는 증여로 간주하지 않아 선의의 차명거래에 해당된다.


반면, 재산형성의 목적과 관계된 경우에는 소액일지라도 증여로 볼 수 있다. 재형저축은 물론이고 국민연금을 대신 납부하거나 적금 등을 넣어줘 타인 명의로 재산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차명거래자, 명의자, 차명거래 알선·중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실소유자가 가장 무겁게 처벌받고 명의 대여자, 금융회사는 이보다 낮게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 임직원은 불법 자금거래 중개 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6배로 상향 조정됐다. 개정안은 정부가 6월 중 공포하면 6개월 뒤인 12월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 이전 차명계좌는 불법·탈법적 행위나 범죄 수단에 연루된 계좌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되므로 실명 전환해야 한다.


반면 그동안 거래 편의를 위해 사용해온 가족 간 거래나 동창회, 계모임 같은 친목 모임과 같은 선의의 차명계좌는 실명으로 굳이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앞으로 차명계좌 소유권은 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되므로 차후 발생할지 모를 소유권 분쟁에 대비해 실소유자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계좌 입출금 내용, 차용증 등 증거 서류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원칙과 예외


예외 없는 원칙 없다. ‘무조건’이나 ‘반드시’와 같은 강력한 표현들은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가져올 수 있다. 금융실명제법 개정안도 그럴 수 있다.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를 찬성하는 견해와 반대하는 견해가 나왔다.


고위공직자의 축재와 비자금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누적돼 온 상황에서 차명거래 금지는 마치 비자금 조성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자금 조성은 민생을 갉아먹고 서민경제를 병들게 한다. 이러한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차명거래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사적자치에서 임의계약에 따라 임의단체에서 관리하는 차명거래는 선의의 차명거래이므로 차명거래를 인정하되 사전등록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차명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다만 동창회나 종친회, 계 등의 선의의 차명계좌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 서민들의 관행상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에도 금융실명제법 개정을 앞두고 악의적 차명거래만 금지하자는 견해와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섰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교육센터장은 차명 사전등록제를 도입해서 차명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서 선의의 차명거래와 악의의 차명거래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차명거래는 불법 비자금 수사와 맞물려서 모든 차명거래는 지하경제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우리나라는 인정상, 관행상 서민들 사이에서 흔히 거래되는 선의의 차명거래가 많았다. 서민들이 알게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차명거래는 정말 많다.


김자봉 센터장에 따르면, 자녀 교육비용마련 통장·보험·펀드, 자녀 주택마련 통장·보험·펀드, 커플통장, 효도통장, 결혼 전 자녀소득 통장, 동문회, 동창회, 동호회, 향우회, 학생모임, 종중, 종교단체, 고아·심신상실자 자산보호자·위탁시설대표, 파산관재인 명의관리, 사업자등록 이전 대표자 명의 관리, 법원공탁금, 투자자 별도예치금, 소비자피해보상금 지급위한 법원 예치금 관리, 미반환 금전계약금, 채권·채무 이행담보 보증금, 미등록 협동조합, 미등록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시설·특이질병 치료자·국내외 기부단체 기부금, 자연재해 성금 등 수십 가지를 선의의 차명거래라고 예시한 바 있다.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증과 법인증이 필요하고 등록된 법인만이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예시들은 모두 미등록법인으로 단체명의 통장 개설이 불가능하므로 선의의 차명거래를 관행적으로 해오고 있다.


거래의 투명성이 중요


서민들은 선의상 차명거래를 빈번하게 하면서도 차명거래가 곧 비자금이라는 과장된 공식이 사실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판례 중 차명관련 건수는 조세포탈 258건 중 8건, 범죄수익 은닉 67건 중 4건, 비자금 154건 중 11건에 불과했다. 차명거래는 조세포탈이나 범죄수익 은닉, 비자금 등 악의적인 경우보다 서민들이 관행상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선의의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들도 불법 차명계좌를 근절해야 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회사 직원이 거래 단계에서 차명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부동산·주식과 달리 현금의 소유관계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입법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차명거래의 규제는 결코 쉽지 않다.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에 사실상의 규제공백이 지속된 이유이다. 차명거래 규제가 어려운 까닭은 악의와 선의가 함께 존재하고 악의보다 선의가 많다는 아이러니한 현실때문이다.


국민생활의 현실성이 중요


결론적으로 말해서 불법비자금과 같은 악의보다는 자녀명의 교육저축, 결혼 전 부모명의 자녀소득관리, 결혼 전 커플통장, 효도통장, 미등록 사회사업의 통장, 종중 통장 등은 규제를 해서는 안 되는 선의의 차명거래들이 많다. 그래서 함부로 규제를 강화하다 보면 비자금 잡으려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서민 잡는 격이 되고 만다. 게다가 불법목적 차명금지와 실명확인절차 강화, 명의인 소유권 추정은 구체적 방안이 없다.


불법목적 차명금지원칙과 실소유주 신원 확인절차 강화를 법에 명시한다고 해서 실소유주에 대한 정보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이 없는데 불법목적 차명거래가 금지되고 실소유주 신원이 제대로 확인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지나치게 강력한 법은 오히려 국민생활의 현실성과 법 집행의 실효성이 결여될 수 있다.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된다고 하더라도 서민들만 더 쥐어짜는 결과는 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회사의 권위와 편의가 근로자의 인권보다 우선시되는 조직사회에서 명의인 소유권추정이 기업 오너와 임직원 사이의 합의차명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도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김자봉 센터장은 실소유자에게 입증부담을 부과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불법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기자는 견해를 밝혔다.


금융회사나 정부로부터 실소유자로의 입증책임 전환을 하자는 얘기다. 이러한 전환을 제도화한 것이 김 센터장이 예전부터 주장해온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도이다. 선의의 동기를 가진 실소유자는 사전신고를 못할 이유가 없고 신고절차가 어렵지도 않다. 등록된 차명거래만 허용하고 그렇지 않은 차명거래는 전면금지하면 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사전등록제도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악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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