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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6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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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무질서한 상황이 정리된다면? 코스모스와 카오스의 양면성

- 주성열 전 세종대학교 미술과 겸임교수

 

혼미했던 정치적 상황이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다고 느끼게 했다. 무질서를 이끌었던 자들에 대한 조사는 특검이 맡아 전방위적으로 진행 중이기에 계엄 전후로 발생했던 부조리한 카오스의 목적이나 그와 관련된 엔트 로피의 증가 원인이 수면 위로 드러날지 기대해 본다. 헌정 질서와 시민의 힘겨운 삶이 기대하는 만큼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현행법은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대통령은 국민의 기본권 위에 군림하고 최고 권력자의 명령은 곧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졌을 것이다. 헌정질서는 사라지고 대통령 자신을 법으로 정식화하는 시간이 시작하였을 것이다. 반대 세력을 깨끗이 정리하거나 통제하려는 절대권력의 속성, 그것을 정상으로 옹립하려는 추종 세력의 의지는 충성을 다짐하며 거칠게 확장하였을 것이다.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에서는 무자비한 명령과 집행이라는 불법이 합법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감금되거나 죽임을 당해도 ‘호모 사케르’로 낙인찍히기에 법의 영역 밖에서 처리 된다. 신성한 자, ‘호모 사케르’는 법의 테두리 밖에 존재하는 예외적인 존재로 살해당해도 가해자가 법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권력자가 정하는 법의 질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당해야만 하는 들짐승만도 못한 하찮은 ‘신성한 존재’일 뿐이다. 주권은 정상적인 사회가 보장될 때에나 가능한 말이다. 계엄이라는 상황에서 주권은 설 자리가 없다. 전쟁이나 계엄 등의 예외적인 상황이 온다면 권력자로 부터 소외된 모두는 ‘호모 사케르’의 처지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시민은 법의 영역 속에서 주권을 누리는 듯하지만 언제든 법의 테두리 밖으로 던져질 수 있다는 의미다.

 

상징계의 질서를 벗어나 실재계로 살아가는 일은 어렵다. 내란을 일으킨 전직 대통령은 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만만찮은 걸림돌과 불안 요소를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상상계에 편입되었을 계엄을 꿈꾸었을 것이다. 계엄은 현실적인 방안이기보다는 실패를 내재하는 권력의 기표 즉,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대리물이었다.


텅 빈 주체는 권력이 갖는 권리를 누리고 반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상징적인 가치를 실행하려는 계획을 주변 동조자와 공모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모든 것을 무릅쓴 계엄 명령이 초동단계에서 멈추었으니 계엄군의 침투를 막아선 시민들의 기지와 천운이 놀랍다.

 

 

지난 정부는 그동안의 치적보다는 내란 정권의 프레임으로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 그리고 처가와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전방위적인 특검 수사 대상이 되었다. 보복성 차원보다는 내란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의뭉스럽게 기소를 무마하거나 감춰주었던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이 일부 여론과 여당의 의지이다.

 

모든 수사가 잘 마무리한다면 우르주스 베얼리(Ursus Wehrli)가 창안한 반 고흐의 방처럼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침대 위와 밑에 널브러졌던 물건들이 치워지거나 감춰져 있음에 주목한다. 무질서해 보이는 환경이지만 모든 물건이 항상 제자리에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에겐 질서인 것이다. 정리는 관점에 따라 다른데, 응시자의 관점에서 볼 때 불편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반 고흐에게 필요한 물건은 그렇게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정리에 대한 이중적인 관점, 즉 본인에게는 이미 질서이지만 타자에겐 무질서한 상황이라는 다름의 관점이다.
 

누군가에겐 계엄이 불편한 상황을 깔끔하게 제거함으로써 바른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신념의 발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른 일이 법의 테두리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며 일견 당당함이 엿보인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신의 견해를 불편하게 만든 타자에게 있다는 관점이다. 그런 이유로 척결의 대상이거나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항변한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상당한 법적 판단을 그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버티는 이유다.

 

‘카니발과 금욕 기간의 다툼’이라는 작품은 200여 명이 벌이던 싸움터의 상황이 조용하게 정리정돈된 이미지처럼 정치적으로 법에 근거해 부조리한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 한다고 해서 이상적인 세계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나 부조리함은 독버섯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현듯 솟아오른다. 음습하고 거친 풀밭에 신기한 형상을 지니고 숨어있거나 화려한 자태로 유혹해 온다.

 

그러다 허망하게 피었다가 고꾸라지는 것이 독버섯의 세상 밖으로의 짧은 여 행이다. 지나치게 밝은 빛으로 이면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던 상황이 해체되면 간과했던 반딧불처럼 작은 불빛도 쉽게 분별할 수 있다. 음모론자들은 더 강하고 밝은 빛을 비추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까. 태양보다 빛나는 광채를 밝혀 자신들의 모습이 완전히 가려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제시된 작품 이미지는 스위스가 고향인 우르주스 베얼리 (1969-)의 작업이다. 그는 코미디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리 정돈’이라는 화두로 관련 서적들을 출간하였다. 정리는 과거의 일들을 감추거나 어딘가로 치우는 것이 아닐 것이다. 반 고흐의 물건들은 침대 밑에 그대로 있어 언제든 그가 필요하다면 다시 제자리에 놓일 수 있다.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제자리를 찾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다.

 

법의 엄격한 심판은 사회 질서 유지, 정의 실현, 국민 기본 권 보호, 그리고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반드시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심판이 느슨한 곳에 또 다른 범죄에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처럼 구조화되어 있음이 또 다른 딜레마이기도 하다. 자연은 악도 선도 아닌 순환법칙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인간 세상만이 그 법칙을 거스르고 감춰진 욕망을 숨기며 명분을 내세우며 살 고 있다. 종교적인 명분으로, 정치적인 명분으로 검은 욕망 은 정리될 수 없는 채로 그렇게 반복된다.

 

글 주성열 전 세종대학교 미술과 겸임교수/주제여행포럼 학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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