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정상과 외교·안보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62회 뮌헨안보회의(MSC 2026)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폐막했다. 13일~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올해 회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며 유럽 안보 구조가 흔들리고, 미·중 전략 경쟁이 확장되는 가운데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국제 질서의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열린 이번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속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뮌헨안보회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안보·외교 분야의 주요국 정상과 관계 장관들이 참석해 글로벌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연례 최고위급 자리다.
◇미·중·유럽 지도자 총집결...글로벌 안보 방향 논의
올해 회의에는 약 50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참석했으며, 개최국 독일은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총리가 대표로 나섰다. 주요 인물로는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 △알렉산더 스투브(Alexander Stubb) 핀란드 대통령 △페트르 파벨(Petr Pavel) 체코 대통령 △나와프 살람(Nawaf Salam) 레바논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밖에도 외교·국방 수장으로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 왕이(Wang Yi) 중국 외교부장 등이 참석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2년에 한 번씩 외교부 장관이 이 회의에 참석해 왔다, 올해 회의에는 우리나라 외교부의 고위급 인사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유럽 안보와 방위 전략 △미·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미래 △다자주의 회복 △기술 발전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 △중동·우크라이나 등 지역 분쟁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앞서 MSC 측은 올해 회의를 “국제 안보 정책의 분기점에서 열리는 결정적 대화의 장”이라고 평가하며, 참가국 간 실질적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러·우 전쟁 이후의 세계...MSC이 보여준 새로운 질서의 방향
MSC 2026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안보 환경이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유럽과 세계가 어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것인지 모색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회의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단연 유럽 안보의 재정렬이었다.
러시아의 침공은 유럽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안보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의 역할 강화, 전략적 자율성 확보, 방위비 증액과 군사력 현대화라는 세 가지 과제를 공통으로 떠안게 됐다. MSC는 이러한 논의가 교차하는 ‘정치적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유럽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유럽 안보 논의와 맞물려 대서양 동맹의 미래도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국제질서의 중심축을 이루지만, 미국의 전략적 관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동맹 내 역할 분담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MSC 2026에서는 미국의 글로벌 역할 축소 가능성, 유럽의 방위 자립도, NATO 내부의 책임 분담 구조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며, 서방 질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됐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다자주의의 복원이었다. 최근 수년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갈등 조정과 규범 수호 기능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국제사회는 협력의 틀이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MSC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UN 개혁,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회복, 글로벌 거버넌스 재설계 등을 주요 의제로 올렸다. 이는 단순히 제도를 손보는 차원을 넘어, ‘국제사회가 분열을 넘어 다시 협력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논의였다.
2026년 MSC는 결국 유럽과 세계가 맞닥뜨린 구조적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유럽 안보의 재정립, 대서양 동맹의 재조정, 다자주의의 복원이라는 세 가지 축은 서로 분리된 의제가 아니라, 전환기 국제질서의 방향을 결정짓는 상호 연결된 과제들이다. MSC는 이 복잡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창이 됐다.
◇세계 안보의 새 전장, MSC이 보여준 현실판 국제질서
MSC 2026은 글로벌 질서가 다극화되는 흐름 속에서 주요 강대국들의 전략적 비전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MSC는 매년 미국과 중국이 외교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징적 무대로 자리해 왔고, 올해 역시 두 국가는 서로 다른 국제질서 구상을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은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수호를 강조하며 기존 질서의 연속성을 주장한 반면, 중국은 다극화된 세계를 지향하며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여기에 유럽과 신흥국들이 각자의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제질서는 더욱 복잡한 경쟁 구도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였다. MSC는 이러한 경쟁을 조율하는 장이라기보다, 각국의 전략이 그대로 투영되는 ‘정치적 거울’에 가까웠다.
회의에서는 지역 분쟁 역시 단순한 지역적 갈등이 아니라 글로벌 안보를 연결하는 구조적 문제로 다뤄졌다. 중동의 불안정,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중 경쟁, 에너지 안보, 군사동맹 재편 등 국제적 요인과 긴밀히 얽혀 있다. MSC는 이들 지역 갈등을 통해 세계 안보 환경이 얼마나 상호의존적이고 복합적인지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또 기술 발전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 중 하나였다. AI 기반 전장 자동화, 사이버 공격의 고도화, 첨단 무기체계 경쟁은 기존의 군사력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기술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으며, MSC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제적 기준과 규범을 논의하는 중요한 장으로서 그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