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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 우리의 과제는?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해가 바뀔때마다 나오는 통계속 외국인숫자를 보면 기하급수적이라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출입국 관련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그만큼 사회가 격변한다는 반증이다. 또한 외국인 거주자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외국인관련 사건사고도 많아지고 있다. 안산 이주민통역지원센터 김상헌 사무국장을 만나 다문화 문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금번 4.11 총선의 총 유권자 수는 4천만 명이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 총인구수가 5천만 명을 상회하니까 인구의 80%가 19세 이상 유권자인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선거권이 없는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약 1천만 명 정도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은 드러난 수치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미래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갈 젊은 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한 정도를 넘어 대단히 절망적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출산율을 나타내고 있고, 게다가 초고속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2018년이 되면 우리 젊은이 한 사람이 노년층 7,8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활동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초고령화사회 문제는 생산성 감소라는 경제난으로 이어지며 이는 필연적으로 국가 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는 ‘외국인을 이민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고, 법무부의 국적제도 T/F팀에서는 출생지주의 혹은 속지주의를 통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자녀들에게 한국 국적을 주는 방안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주권제도 대폭 확대’, ‘귀화제도 간소화’, ‘이중국적 허용’ 등의 파격적인 안을 검토하거나 이미 부분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 있다.
 
2025년 외국인 500만 시대가 올 수도

이미 한국은 다문화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외국인은 140만명이 넘으며 주로 이들은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및 일반 외국인 등으로 해마다 10% 이상씩 가파르게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그 수가 약 5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외국인 1천만 명 시대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원곡동은 전국에서 외국인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안산시 인구 75만 명 중 10%인 7만 5천여명이 이곳에 밀집해서 살고 있다. 이곳은 내국인 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거주한다. 그래서 이 지역을 ‘다문화 특구’라고 부르며, 전국 유일의 ‘외국인 주민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 지역에 이처럼 외국인이 밀집해 있는 것은 주변에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 대형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대부분 거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제가 GNP 2만불 시대를 맞이하면서 소위 3D업종에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졌다. 그래서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영세한 생산현장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근로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형편이다. 영세한 기업의 사업주들은 지금도 밤을 새워가며 관할 고용지원센터에서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며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외국인근로자는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

열악한 환경속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땀흘리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우리들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아닌, 당당히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한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 역군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산업경제구조의 가장 밑바닥이 무너지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상상하기도 싫은 국가경제구조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국민이 외국인근로자들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저들을 단순히 귀찮고, 반갑지 않아 멀리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이민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저들이야 말로 우리나라 국민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저들이 설령 본국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저들은 한국에서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게 될 것이다. 저들은 돈을 벌어 가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면 자본가가 될 것이고 벌은 돈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가난한 나라가 대부분이지만 저들의 조국도 우리처럼 머지않아 발전하게 될 것이다. UN의 예상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인도네시아가 세계 5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인구가 많고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와 있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은 돈을 벌어 본국에 들어가 사업을 통해 앞으로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저들의 마음속에 한국이 ‘Good Korea’로 남아 있으면 한국의 국가 이익에도 크게 부합하게 될 것이지만, 반대로 ‘Ugly Korea’를 가지고 있으면 그 만큼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외국인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줘야

한번은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A씨가 센터를 방문해서 자신의 고충을 상담받은 바 있다. 회사에서 사장의 지시로 회사내에 있는 사장 소유의 개를 돌봐주다가 개에게 물려 한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졌으며 치료가 끝난 뒤에도 팔뚝에 선명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물론 병원치료비는 회사에서 부담했으나 그동안의 월급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간의 휴업급여를 요청했으나 한마디로 거절이었다. 치료비를 대 주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어 대한법률구조공단 안산지부를 방문하여 법적인 조언을 구하였으나 만족할 만한 대답을 구할 수 없었다. 사장이 개에게 그 근로자를 물으라고 지시하지 않는 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웃지 못할 대답이었다. 다음에는 근로복지공단에 문의하여 이 근로자가 산재에 해당되는지를 알아보았으나 대답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재해가 근로와 상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입원했던 병원을 찾아가 우여곡절 끝에 최초 진료기록부를 발급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서를 접수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접수 담당자는 이것은 승인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당연한듯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한 외국인근로자에게 대한민국이 당신을 끝까지 도와준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였고 그 근로자 역시 이에 만족하는 분위기 였다. 일종의 한풀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달 후에 받은 결과는 산재 승인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개에게 물려 산재 승인이 된 놀라운 사례가 포기하지 않은 노력의 댓가로 돌아온 것이다. 그 근로자는 얼마되지 않은 휴업급여를 손에 넣은 것 보다도 자신의 억울함을 인정해준 대한민국과 센터의 노력에 감사하며 대한민국이 정말 최고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이러한 사례는 수많은 사례 중 일례에 불과하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외국인근로자들이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뼈빠지게 일했지만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 나가거나, 심각한 산업재해를 당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받고 한 숨 쉬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이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것이 시급한 당면 과제이다. 이것이 안되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라고 큰 소리 칠 수도 없으며 경제에 걸맞는 도덕성이 결여된 후진국가의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숙련된 외국인근로자 체류의 장기화

노동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외국인의 장기체류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5년이라는 기간동안 한국에서 체류하게 되면 영주권을 부여받을 자격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본국으로 한번 출국했다가 다시 입국하는 방식이다. 이는 결국 숙련된 외국인근로자들은 한국의 경제에 기여하는 공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한 사업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일한 외국인들에게는 사업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 5년 체류기간이 만기되면 3개월후 재입국하여 다시 5년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외국인들의 장기체류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자진귀국자가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면 6개월 후에 재입국할 수 있는 정책도 있다. 이 제도 역시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곧 한국에 익숙한 외국인에 대한 진입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결국 성실한 외국인들을 한국에서 더 오래 체류하도록 하여, 이들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도록 가족초청, 영주권 부여 등도 부과하는 날이 올 것이다. 노동부에서 준비하는 이 정책이 아마도 그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2050년이 되면 세계5대 강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 와있는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면 이들이 ‘親韓’인사가 되고,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문화 가정과 자녀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최근에 일어난 중국동포의 강력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에 와서 푸대접을 받는 중국동포들이 체념 끝에 강력사건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저들은 싫든 좋든 우리 동포들이다. 마치 부자집에 시집간 딸과 같은 미국동포나, 재일동포만 우리 동포가 아니다. 저들은 일제시대에 일제를 피해 중국과 구소련 지역으로 건너가 민족정체성을 지키며 독입운동을 한 자랑스런 선조들의 후손들이다. 소수민족으로서 그곳에서도 천대받고 고국에서도 천대받는 현실이 너무나도 서글퍼서 때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안고 가야할 숙제이다.

이들을 외국인처럼 대하는 것도 아직은 우리의 숙제이다. 물론 과거 몇 년 전에 비하면 동포들에 대한 처우도 확실히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재외동포법도 개정되어 구소련, 중국동포도 동포로 인정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숙제는 이들의 자유왕래 문제이다. 아직도 동포들 대다수가 H-2라는 방문취업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다. 같은 동포지만 차별적으로 재외동포 비자도 차별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동포를 온전히 동포로서 인정하는 정책도 하루속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문화가정 2세들은 한국인 자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이 사회가 떠안아야 할 하나의 부담이 된다. 이는 사회적 관점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13%가 넘는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 문제 등 우리 앞에 너무나 많은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프랑스 인종폭동 사태에서 보듯 지금부터 우리가 다문화문제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우리에게도 다른 나라처럼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 피해는 우리 국민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 다문화 가정과 그 자녀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잘 구축하지 못하면 저들의 삶의 질은 물론 기회의 불균형으로 인해 사회 최빈민층으로 전락할 것이며, 그 결과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안 넘는 사람 없다’는 옛 말처럼 그 대가는 고스란이 우리들이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이주외국인들을 위해 저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해 나간다면 우리사회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다문화사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각성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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