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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퇴직연금 도입이 필요하다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구성의 변화, 글로벌 금융자본이 각 기업 및 국가에 강제하는 경쟁력 담론, 실질 임금의 느린 성장 등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당면한 현실에 기존의 법정퇴직금제도는 퇴직소득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기능을 점차 상실해가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가들에서는 연금제도가 이미 개혁되었거나 개혁이 진행 중이다.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실태를 조명하고 산별퇴직연금을 대안으로 설정해본다.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실태

고령화 사회의 진전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사적연금 개혁의 핵심은 개별 기업연금제도, 그 중에서도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의 확산이다.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는 연금을 점점 더 임금적인 속성에 가깝게 만들고, 이직이 점차 보편화되는 노동시장의 상황에 맞추어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연금제도로서 대안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기업연금은 반드시 임금적 속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복지 혹은 사회복지적 차원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개별기업 차원의 연금제도는 연금계획 자체나 연금기금 운용상의 여러 문제점들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데 불충분하다. 기존의 법정퇴직금 제도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우리의 퇴직연금제도도 기업연금 가입의 보편성 측면에서 볼 때 불완전한 제도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 중심에서 업종이나 산업별로 기업연금 적용 대상을 확대하여 기업연금 형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산업적 특성, 그리고 동일 산업 내에서도 업종이나 사업별로 달라지는 특성들을 고려한 기업연금이 필요하다. 또 기업별 노조를 기반으로 설계된 현재의 퇴직연금제도도 그 도입과 활용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산별연금제도가 고용 주기나 고용 형태 등과 관계없는 기업보장제도 혹은 사회보장제도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 배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12월부터 기존 법정퇴직금 제도를 완전하게 대체한 것은 아니지만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연금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 계약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높은 관심에 비하면 정작 기업이나 노동자들의 제도 가입은 더딘 편이다. 시행 초기의 홍보, 교육 부족이나 노동조합의 반대, 세제유인 부족으로 인한 기업의 무관심과 사외적립 부담, 그리고 가입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유인 부족 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보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보장 장치로서 현재의 퇴직연금제도의 문제점이다. 즉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지 못함으로써 적어도 적용대상 측면에서는 기존 퇴직금제에 비하여 나아진 것이 없다. 또 현행 방식이 계약제도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연기금지배구조 측면에서 본 대리인 문제에 대한 고려와 불공정 계약 등에 해결책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는 앞으로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자산운영에 있어서 퇴직연금 위험 관리체계가 분명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적용대상에 있어서 1년 이하 노동자나 비정규직의 퇴직연금 적용 문제는 산별퇴직연금과 같은 연합연금제도 등을 도입하여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는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산업 혹은 업종별로 구성할 수 있는 산별퇴직연금이 퇴직연금제도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변화하는 노사관계 및 고용형태에 잘 부응할 수 있는 기업연금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금융업종을 대상으로 한 산별연금 도입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산별퇴직연금이란?

퇴직연금은 크게 기업연금, 기금신탁형 연금, 재단형(혹은 회사형) 연금, 산별퇴직 연금으로 나뉜다. 기업연금은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공적연금과 대비되는 대표적인 사적연금제도로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성격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과 함께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동일 산업에 속한 개별 기업들이 하나의 독립된 기업연금펀드를 신형태로 설치하고, 이 펀드에 노사동수의 연기금이사회를 두어 연금자산을 운영하는 기금신탁형 연금이나 산업별로 동일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출자의 형태로 재단이나 공단(혹은 회사)과 유사한 형태의 회사를 따로 만들어 관리 운영을 담당하는 재단형 연금은 현재 우리나라 법률로는 불가능한 방식이다.

따라서 국내정황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은 산별연금으로, 산별연금은 그 관리 형태에 따라 계약형, 기금/신탁형, 재단(회사)형 등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산별 연금의 운영 방식은 국가마다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세분해 보면, 산별연금이 민간 혹은 민관영의 기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프랑스), 연금제도가 집단생명보험으로 생명보험회사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는 경우(독일, 네덜란드, 일본), 특별한 연금보험회사가 강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핀란드), 사용자가 보험회사 형태의 기업을 세워서 기업연금을 운영하는 경우(독일), 법적으로 독립적인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경우(독일,핀란드) 등이 있다.

우선 계약형은 모든 기업들이 단일한 금융회사와 연금운영에 대한 개별적인 계약을 맺고, 이 금융회사가 자체 운영 혹은 자산 관리를 다른 금융회사에 일괄 위탁하는 방식을 취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산별연금이 가능하려면 동일 산업 내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각각의 금융회사와 개별적인 계약(개별계약형)을 통해서 퇴직연금을 운영하기보다는, 동일한 금융회사와 집단적으로 혹은 그룹으로 계약(집단계약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방식은 현재의 법적 테두리 아래서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산업 내 모든 기업들을 단일 금융회사와 계약하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 가입 대상자에서도 제한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이 형태는 연금 지배구조에 대한 노동의 참여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이라는 산별연금의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동일한 연금수급권

산별연금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성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고용형태에 따른 기업연금제도 수혜 불균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고, 산별연금보다는 개별기업연금이 압도적으로 발달한 미국의 경우를 보면 기업연금에 대한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적용율은 40%인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에 대한 퇴직금제도 적용율은 22.3%에 그치고 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의 적용률 99.3%와 비교하면 그 제도 적용에 있어서 차별이 심한 것이다. 과거 기존 법정퇴직금제도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퇴직연금제도 역시 1년 미만의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노동자등을 제도에서 제외하고 있어 형평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을 늘리려고 할 경우 이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연금 제도의 대상자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의 법적퇴직금 제도에 비하여 거의 진전된 것이 없는 제도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영세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제도 적용은 정책적, 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산별연금은 퇴직연금제도에 내재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산업별 연금은 과거에 비해 더 유연해지고 이직이 빈번해지는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처하여 이들의 노후를 보장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특히 기업별 연금이 기업 내 인사제도와 결합하여 노동간 연대를 저해하는 기능을 할 경우, 산별연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연금제도의 혜택을 동일하게 부연함으로써 노동자간 연대의 틀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산별연금 제도의 도입은 원론적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연금수급권과 청구권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산별연금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경우에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연금수급권을 부여하고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연금수급권 부여는 조직노동자와 비조직 노동자간 제도 적용의 형평성 문제와도 관련된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산별 교섭을 통하여 연금제도가 합의에 이르면,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유무에 관계없이 동일한 연금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또한 연급수급권이나 청구권 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스웨덴의 ‘guarantee rule’에 따르면 해당 작업장에서 연금으로 포함한 단체협상이 적용되면 그 작업장에 속한 개인은 당연히 보호를 받는다. 또 노동자가 속한 기업의 사용자가 사용자단체 조직의 성원이면 자동적으로 협약이 적용된다. 만약 사용자가 협약에 의거하지 않고 단체 기업연금제도에서 빠져나가는 경우, 이는 불법으로 취급되며 동일한 단체 협약이 적용된다. 즉 고용주가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더라도 협약에 의한 기업연금은 유효해진다.

노동자의 참여

산별연금 도입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산별연금펀드의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가입자(혹은 급여자), 즉 노동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여는 산별연금 계획에 대한 노동과 사용자간 노사합의, 그리고 노동대표의 연금이 사회 참여를 통한 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한 참여와 통제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연금에 대한 노동의 참여는 연금제도의 설계 단계부터, 자산의 적립과 운용, 급여 지급 등 전반적인 과정을 포함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들의 사례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통은 연금이사회에 대한 노동(대표)의 참여를 통해 시작된다. 그러나 연금이사회의 기능과 역할, 자산운용 방식, 이사회 성원의 전문성 여부에 따라서 실질적인 참여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노동(대표)은 이사회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위원회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 단위에 참여함으로써 연금 자산의 모든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또한 수탁자책임, 제 3의 감시자 역할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경영감시, 기관행동주의의 주체로서 노동조직의 역할 강화 등의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노사합의를 통한 연금기여금 결정은 경영자들이 부담하는 기여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아줌으로써 비용측면에서 이득이 많다. 또 노동자 연금 계획 참여를 통하여 가입자들의 이해를 보호한다는 연금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보다 뚜렷하게 달성할 수 있다. 과거의 법정퇴직금제도나 현재의 퇴직연금제도는 연금제도의 구성 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노동자 혹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가입자 참여가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개별 노동자나 기업을 넘어서 산별 혹은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 수준에서 노사간 합의나 이를 통한 가입자의 참여와 연기금 자산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법적인 제약외에도, 퇴직연금자산의 외부 적립을 의무화한 경우에 퇴직연금은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또 연금의 회계처리 등을 통해서 노동자의 노후가 공개될 수 있고, 이는 이연임금으로서 자산의 적립과정과 운용과정에 대한 가입자 혹은 노동조합의 참여가 열려져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노동조합의 영향력에 따라 연제도에 대한 참여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산별연금을 개별 기업연금과 달리 개별기업 외부로 노동자 노후에 관한 정보가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별기업 노조 차원이 아니라 산별노조 등 상급단체 지차원의 협상이 강조되는 것이다. 산별노조의 요구와 협상에 의해 산별연금이 구성될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제도 가입자에 대한 노후소득 보상이라는 차원을 넘어 노동조합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 할 수 있다. 이처럼 산별노조가 퇴직연금 구성에 대해 사용자와 협상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연금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것은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의 강화, 그리고 보험료 추가부담이나 급여인하 등 노동자들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이것이 다시 노동자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선순환구조를 낳을 수도 있다.

가입자와 주주 사이 갈등 완화

개별 기업 차원에서 구성되는 기업연금의 단점 중 하나는 연금제도가 가입자인 노동자와 주주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정기여형에서는 덜하지만, 확정급여형 개별기업연금의 경우, 고용주의 연금급여 지출이 주주들에게 기업지출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오해될 수 있고, 특히 연금 잉여의 배분을 둘러싼 기업과 가입자 사이의 대립은 그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과 가입자들 사이의 대립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산업별 혹은 업종별로 연금계획을 구성하고, 운영하게 되면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완화할 수 있다. 적립금이 부족할 경우, 개별기업이 지는 부담을 다른 기업과 분담할 수 있으며, 특히 연금잉여가 발생할 경우에도 이를 산별 연금펀드로 귀속시키게 되면, 이는 가입 기업들의 기여금 납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복수사용자 기업연금계획은 연금 잉여를 가입자들의 급여를 증가시키는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기금 자산 운용상의 이점

산별연금은 연금기금 자산 운용상의 여러 이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중에서도 연금펀드 운용상의 규모 경제를 통하여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또 투자 위험 혹은 비용을 개별 기업이 아닌 산업 차원에서 분담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연기금 투자 자산의 수익성을 높이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참여 기업과 가입노동자들에게도 경제적인 이득을 제공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산별연금의 경우 연간 관리비용을 개별 회사연금 등 다른 연금제도와 비교해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가입자 1인당 관리비용이나 연금자산의 투자비용을 살펴보면 산별연금이 개별 회사연금과 다른 연금제도들에 비하여 현저하게 낮다. 또한 네덜란드의 산별연금의 운영을 맡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전문적인 자산운용기관으로 성장함으로써 자본시장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경영주들의 도덕적 해이

그러나 산별퇴직연금은 현재 국내 퇴금연금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대안임과 동시에 보완이 필요한 몇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산업별 혹은 업종별로 퇴직연금을 집합적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연금제도의 성격상 여러 사용주가 동일한 연금계획에 참여한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기금 적립이나 가입자에 대한 급여 제공에 대한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개별적인 기업연금제도에 비하여 낮다. 산별 퇴직연금에 속한 사업자가 도산할 경우 이 사업자가 납부해야할 적립금의 분담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금 적립 부족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나, 수급권 및 지급보장 장치의 강화를 통해서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본질적으로 집합적 연금제도에서 피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해상충의 조정 문제

산별연금의 단점은 무엇보다도 동일한 산별연금에 속한 기업들의 규모, 혹은 노동조합의 조직력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이 규모나 조직력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금 이사회가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산별연금은 동일한 산업이나 업종에 속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노동조건이 서로 상이한 직종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거기서 생기는 갈등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가입자와 퇴직자, 사무직과 영업직 사이의 이해 상충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연대와 합의에 의해 산별연금이 잘 운영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부문연금의 기금 잉여 처리를 놓고 현재 가입자와 퇴직자 사이의 이해가 충돌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기존의 연금제도 하에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의 반발도 있어 기존의 연대와 합의에 입각한 연금제도가 세대 간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반발과 갈등은 기본적으로 산별퇴직연금이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인 노동자간 연대와 합의에 의해 해결할 수 있지만 제도자체로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는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노동자 대표 수탁자의 전문성 부족

노동의 참여와 통제라는 장점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노동자대표가 수탁자라서 갖추어야 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할 경우 연금자산의 투자 운용에 있어서 이들이 내린 결적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외부의 전문적인 컨설턴트를 고용하거나, 수탁자에 대한 교육의 확대 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인데, 이는 결국 추가적인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다른 연금계획들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일정부분 상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급변하는 시대상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퇴직연금제도의 개혁에 있어 산별연금을 통해서 이루어야 할 목표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금이 기업연금의 하나로서 노후소득보장의 중요한 구성부분인 이상, 산별연금은 기존의 개별 기업 차원에서 실시되는 기업연금에 비하여 더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연금제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가 중요하다면 연금기금의 운영에 있어서 규모경제의 효과를 통한 수익률의 제고도 산별연금의 중요한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적이고도 실용적인 목적 이외에도 산별연금은 금융 및 보험 산업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기업연금 혜택 부여라는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비정규직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측면을 넘어서 조직노동자와 비조직 노동자 사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연대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연대와 합의를 기초로 할 때만, 산별체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노동조합 운동에도 더 많은 힘을 주게 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연대와 합의는 연기금에 대한 가입자인 노동의 참여 혹은 산별노조에 의한 집단적 참여 조건을 확대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연기금 자산 운용 등 금융자산의 진보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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