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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특화과정인 청년 취업아카데미, 과연 도움이 될까?

인문대 출신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정부는 인문계 특화과정인 청년취업아카데미를 개설하여 각 대학과 연계한 취업교육을 올 하반기부터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교육으로 일시적인 취업의 효과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할 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취업 아카데미가 열린 현장에서 교육생들을 만나보았다.



인구론이란 ‘대학 인문계 전공자 중 90%가 논다’의 줄임말이다. 이와 더불어 쓰이는 ‘문송합니다’는 ‘인문대라 죄송합니다’라는 뜻이다. 사회적인 심각성을 느끼게 하는 취업난 속에서 인문대 출신들의 취업난은 춥다 못해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인문·사회 계열의 취업률은 51.6%인 반면, 자연·공학 계열의 취업률은 61.2%로 취업률이 10%p 가량 더 높았다. 특히 인문 계열의 취업률은 45.5%로 평균을 밑돌았다. 현장에서 실제 만나 본 인문대 학생들의 실업 체감 온도는 더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 대학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2014년 OECD 교육지표) 국내 25~34세 인구 가운데 무려 66%가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평균 39%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다. 이토록 높은 고학력자를 배출시켜 놓고도 양질의 전문직 일자리는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는 기술의 진보에 따라 행정, 사무직 업무에 대한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추계에 따르면 2023년까지 인문사회 계열은 인력이 6만1천명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공학계열은 27만7천명의 인력이 모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몇 몇 대학에서는 인문학과의 통폐합과 이공계 및 상경계열 밀어주기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인 A사에서 채용을 담당하고 있다는 A씨는 “기업 입장에서 기술 혁신에 초점을 두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이나 사무도 중요하지만 전문대나 실업계 출신에 비해 인문 계열 대졸 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대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문과 전공자 비율은 15~30%에 불과했다.


정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교육부가 ‘이공계 육성’을 골자로 하는 2016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55조 7299억 원 규모의 2016년도 예산안 중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산업)’에 2362억 원을 편성했다. 교육부가 제안하는 미래유망 분야 관련 학과를 ‘프라임 산업’으로 정하여 이들 학과의 정원을 늘리기 위해 최대 300억 원의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유망분야는 바이오의약, 신소재나노, 첨단도시, 로봇기술 등 이공계에 몰려있다. 교육부는 이공계 강화로 위축될 수 있는 인문학을 지원하기 위해 ‘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을 신설했지만 예산은 고작 344억 원에 불과하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언급했던 2천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더 이상 ‘인구론’은 없다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더 이상 ‘인구론’은 없다”며 올해 처음으로 인문계열 등 대학 졸업자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청년취업아카데미 인문계 특화과정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원하는 고숙련 전문가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로 설계한 취업 아카데미 인문계열 특화 훈련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SW개발자 훈련, JAVA기반 스마트융합 웹&콘텐츠 서비스 지원 과정, JAVA 프로그래밍, 안드로이드 앱 개발 과정, 디자인 IT,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 전문가 과정 등 을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 공학 이해, 글로벌 강소기업 해외 영업 전문가 과정, 할랄전문가 양성과정, 유통, 품질관리 통합 전문가 과정 등이 개설되어 있다.  그야말로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한 맞춤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전공과 분야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청년취업아카데미가 인문대 졸업 후 취업난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전공학과 학생은 제외, 인문계열 50% 이상


취재원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찾아간 곳은 정부 기관위탁기관인 한국지식경제진흥원이 실시하고 있는 숭실대학교의 청년취업아카데미다. ‘유통·품질관리 통합 전문가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올해 9월11일부터 11월28일까지 진행되는 인문계열 특화과정이다. 집체교육 720시간, 현장실습 80시간 총 350시간으로 이루어진 본 프로그램은 숭실대학교 졸업 예정자 또는 졸업자만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인문계열 특화과정답게 경영학과 및 산업공학과 같은 전공학과 학생은 교육대상에 제외되고 있었다. 한국지식경제진흥원 관계자는 “취업 아카데미 사업은 작년부터 계속 진행해 왔으나 전공제한을 두어 인문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처음” 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유통·품질관리 통합 전문가 과정’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는 숭실, 수원, 신학대등 3개 대학이다.


전공 제한을 두기 전만 해도 이런 취업 아카데미는 보통 전공자들인 공대생이나 상경계열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는 아카데미 수업을 통해 전공을 심화하고 인턴, 기업 매칭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이 관계자는 “취업 아카데미가 열리면 인문대 학생들의 지원율이 매우 낮으며 참가하더라도 중도 포기하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자신의 전공과 다르다 보니 대다수 전공을 하고 있는 공대생, 상경계열 학생들과 수준차이가 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이번 취업 아카데미는 인문계열 학생이 50%이상이라 커리큘럼 자체가 기초적이고 실무위주로 이루어져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 취업할 때 인문계열 학생들은 정보도 부족하고 회사가 원하는 실무 교육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아 포괄적인 개요를 가르치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라도 실무를 익혀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탁업체와 협약을 맺은 곳은 20여 군데로 기업과 학생을 매칭시켜서 수료생의 70%를 취업시킨다는 것이 목표다.


취업아카데미, 진작 있었더라면…


그렇다면 취업 아카데미를 듣는 학생들의 실제 반응은 어떠할까? 숭실대에서 ‘유통·품질관리 통합전문가과정’을 듣는 학생 두 명을 인터뷰했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A씨(여학생)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B씨(남학생)은 취재원과 만나 솔직한 자신들의 심경을 털어 놓았다.


인구론을 체감 하냐고 묻자 A씨는 “불문과 선배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친한 선배가 아니라도 소문이 나는데 그런 소식을 듣지 못했다. 최근 취업을 포기하고 유학을 떠나거나 학교에 남아서 조교로 생활하는 선후배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준비할 마음도, 그렇다고 유학을 떠날 상황도 못된다는 A씨는 자신은 현재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심경을 털어 놓았다. 같은 질문에 대해 B씨는 “같은 학과 동기들을 보면 10명 중 2명은 공무원 시험, 3명은 은행권 준비, 나머지 5명은 자기 전공과 아무 상관없는 곳을 여기저기 찔러 보거나 아예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이제 전공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우리와 달리 상경계열이나 공대 친구들의 취업은 확실히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후회 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생각이 갈렸다. A씨의 경우 “내가 선택했고 재미있게 배워서 후회하지 않지만 확실히 취업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한 반면에 B씨는 단호하게 “후회한다”고 말했다. 전공을 선택하게 된 동기에 대해 B씨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컴퓨터에 점수 넣고 위에서부터 갈 수 있는 학교를 나열하면서 제일 좋은 학교를 정해줘서 그것이 목표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대로 된 목표를 정했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유통·품질에 대해 공부할 줄 알았더라면 영문학과에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역시 자신도 마찬가지라도 말했다. “SKY를 가야 성공한다는 말을 듣고 수능을 봤다. 입시 위주의 공부만 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선택했던 전공을 후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이 얼마나 도움이 될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 B씨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가 청년 실업률이기 때문에 당장 실업률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고 말했고, A씨는 “인문대 생들은 물론 개개인의 능력 차이일수도 있지만 워낙 배우는 게 실무나 취업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까 취업 정보를 찾아보려고 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너무 막막하다. 다행인 것은 이번 과정은 딱 집어서 여기는 어떤 회사고 무슨 일 하고 이렇게 딱 집어서 설명해 주니까 저런 회사도 있구나! 그런 정리가 된다.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탄탄한 회사라면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장…실무위주의 교육 원해


SONY C&E 부사장, FILA 마케팅 상무로도 있으면서 청년 취업아카데미에서 실무교육을 하고 있는 (사)국민소통진흥협회 김성윤 교수는 최근 인문대 학생들의 실업문제에 대해 기업의 입장에서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너무 학문 위주”라고 꼬집었다.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한 것을 배워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입사원들은 취업 후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제 실무에서 사용하는 것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순수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이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도외시한 교육은 지금과 같은 엇박자를 계속해서 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나타난 것처럼 진로에 대한 교육이나 자아 성찰도 없이 입시위주의 고등교육을 받고 대학을 졸업한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이 가야 할 정확한 방향이 어딘지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근본적인 교육개혁 없이 땜질식의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대학 졸업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MeCONOMY Magazine Octob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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