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부가 국내에 판매되는 20가지 차종 가운데 실제 도로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조사 발표를 해 관심이 집중됐다. 1가지 차종을 제외한 19개 차종이 실내 기준치의 적게는 3배에서 20배까지 배출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영국 등 유럽 여러 선진 국가에서 조사해 대부분의 차종이 실내 인증기준보다 훨씬 높게 나온 사실을 국내에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이 사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자동차 메이커의 환경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고 각국 정부의 인증기준이 미흡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글로벌 메이커의 기술수준과 연비나 환경인증 기준에 대한 조율이 어긋나면서 무리한 편법을 사용하는 메이커가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검증하는 정부의 한계성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환경부의 발표에 대해 실내 인증기준의 20배로 가장 많이 배출한 한국닛산의 캐시카이는 환경부의 판매중지와 과징금 부과 등에 대한 조치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같은 사안에서 영국의 경우 조작으로 판단하지 않고 합법적인 조치로 한 것과는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특히 지난해 후반 환경부에 해당 사항을 제출해 인증을 받은 것과도 반대의 결론이고 국내 관련법 조항 적용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환경부는 전문가 위원회의 자문을 받은 결과 ‘임의 설정’ 즉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후반 발생한 폭스바겐 배가가스 조작과는 차원이 다른 무리한 정부의 결론이라는 언급도 힘을 얻고 있다. 약 1주일간의 조정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오겠지만 분명히 문제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의 입장에서는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법적 해석이라는 언급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안을 비롯한 전체적인 흐름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를지적하고자 한다.
2위까지는 징계, 3위부터는 면제부?
우선 이번 사안은 이미 알고 있는 실제 도로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상태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실에 불과하다. 내년 9월부터 유럽과 마찬가지로 강화될 기준을 앞서 확인하고 메이커의 노력을 지적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기준도 완벽하지 않고 법적인 구조도 추상적인 부분이 많은 마당에 무리한 결론을 추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17배를 배출해 2위를 기록한 르노삼성의 QM3 모델은 스페인산으로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차종이다. 환경부에서는 이번 발표와 함께 연말까지 대책마련을 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11배로 3위를 기록한 쌍용의 티볼리부터는 모두가 면제부를 받았다.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는 옆에 있다가 유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게 연말까지 간단히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상황에 따라 질소산화물 특성은 급증하고 급감하는 특성이 있어서 아마도 다시 한 번 질소산화물 조사를 하면 순위가 바뀌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2위까지는 징계를하고 3위부터는 면제부를 주는 방법은 형평성이나 보편타당성 논리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3위부터는 괜찮은가에 대한 설명을 환경부는 해주어야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 위원회의 결정이었다 하는 것도 당연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관련 법령도 없고 기준도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잣대로 결정짓는 경우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BMW 520 모델 한 차종을 제외한 모든 차종이 자유스럽지 못한 만큼 확실한 경고를 하고 내년 후반 인증기준 강화에 맞추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주지하는 것이 좋았지 않았을까 판단되는 이유다. 누구는 마음에 안 든다고쳐버리고 누구는 괜찮다고 면제부를 주는 형평성 문제는 심각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 해당 메이커는 정부에 찍힐까봐 꿀 먹은 벙어리 식으로 제대로 말도 못하는 것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
두 번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것이다. 지금도 지난해 후반 발생한 폭스바겐 리콜 대상 12만대가 질소산화물 기준의 40배 이상을 뿜어내면서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아직도 리콜계획서 제출을 핑퐁게임하면서 주도 받고만 있지 리콜 발표는 하지도 못하고 있다. 소비자 보상은커녕 계속 질소산화물을 뿜어 내는 리콜대상 차종을 보면서 정부에서는 큰 구멍부터 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더 큰 문제는 놔두고 다른 문제를 들추는 느낌이 강한 것은 누구나 느끼는 사안이라고 할 수있다. 문제를 키우기보다는 하나하나 해결부터 하는 방법이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숲을 보는 시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이번 문제도 결국 경유차의 미세먼지 문제로 시작된 만큼 전체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먼저 국내 미세먼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원인에 대한 조치가 중요하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경유차를 마녀 사냥식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장단점을 얼마나 현명하게 처리하는 가가 중요하다. 이번 문제도 가장 큰 대안인 친환경차 활성화 대책은 놔두고 경유차만 두드리는 방식은 그렇게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친환경차에 초기 보조금만 주고 다른 대책은 부여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당장 이득이 되는 차종만을 고른다는 기본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유럽은 경유차가 줄고 있는데 이 논란 속에서도 승용디젤차는 절찬리에 판매되어 늘고만 있는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인센티브 등 강력한 대안을 내놓아 소비자의 이목을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친환경차를 선택하게 하는 유인책이 절실한 시기다.
네 번째는 환경 문제의 담당부서인 환경부의 시설과 인원을 대폭 늘려 각종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20여 명의 인원과 한정된 시설로 외부의 요구사항만 늘리는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 주말도 잊고 날밤 세면서 하는 방법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그만큼 정부의 전체를 보는 시각과 지속적이고 유연성 있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방법은 이제는 꼭 사라지길 바란다. 우선 이번 사안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촉구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