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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한방’ 노리다 인생 ‘한방’에 종친다

복권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

814만 5060분의 1의 확률, 평생 살아가면서 벼락을 두 번이나 맞을 확률과 비교되는 로또복권에 대한민국은 목을 메고 있다. 인생역전, 한방을 꿈꾸는 이들에게 복권은 하늘에서 내려준 금 동아줄이자 신분상승의 급행열차일 것이다. 하지만 대박을 쫓다보면 쪽박을 차는 게 주식의 불문율이듯 무리하게 1등을 쫓다보면 어느새 인생의 바닥이 보이는 것이 복권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 되면 여기저기서 로또 당첨자들이 월요판 뉴스를 장식하고  “어디서 당첨됐더라”, “1등 당첨자가 일용직 노동자더라”, “당첨금 받자마자 해외로 떴다”라는 일명 ‘~카더라’식의 유언비어가 직장인들의 수다거리가 되고 있다.


사행성 게임 ‘복권’, 올해 판매 3조원 최고치 예상
경제가 불황일수록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는 복권 판매율이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2조2,680억원을 기록했으며, 2009년 2조3,494억원, 2010년 2조4,207억원으로 경제 불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서민경제의 바닥이었던 2011년도에는 전년대비 16.2% 늘어난 2조8,120억원의 복권이 팔려 나갔다.  

복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복권 총매출액이 2조7,948억원. 특히 12월은 연말 소비심리가 커지기 때문에 한 달 동안 3,000억 이상의 판매금액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장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가격을 낮춘 이후 처음 3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서 권고한 복권 연간 발행한도는 2조8,753억원으로 올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액만으로도 거의 근접한 수치다.

사감위는 지난해 발행한도를 초과한 복권위원회에 ‘발매차단 제한액 설정’을 권고했지만, 수백만 명의 로또 마니아들의 원성과 1만8000여 곳의 판매점의 영업 손실을 고려해 봤을 때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사감위에 따르면 지난해 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이들 중 2.3%가 로또 등 복권 중독자로 조사됐다. 

복권, 잘못하면 인생 망치는 지름길
복권 판매율이 증가할수록 복권을 구매하는 일반 시민들의 삶은 피폐해져가고 있다. 시민들의 희망으로 다가온 복권이 독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복권 당첨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일까. 오히려 복권 당첨으로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8년 광주에 거주하던 40대 가장 이 모씨는 당첨금 23억원의 로또 1등에 당첨돼 18억원을 수령했다. 갑자기 큰 돈이 생긴 이 모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술집을 운영했다. 하지만 장사 경험이 없는 이씨는 얼마 못 가 술집을 접고 남은 돈으로 주식과 다른 사업에 손을 댔다. 설상가상으로 사기까지 당한 이씨는 당첨금 모두를 탕진하고 말았다. 생활까지 어려워진 이씨는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가정불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동네 목욕탕 탈의실에서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

2006년 경남에 살던 김 모씨 역시 로또 1등 당첨으로 14억원을 손에 넣었지만 친형의 사업자금과 도박, 유흥비에 모두 쏟아 부어 8개월 만에 당첨금을 탕진했다. 평생 만져볼 수도 없을만한 돈을 1년이 채 되지않아 탕진한 김씨는 돈을 구하기 위해 2007~2008년 두 차례나 금은방을 털다 경찰에게 검거돼 교도소행을 면치 못했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노포크주 다운햄 마켓에 사는 마이클 캐럴은 2002년 로또에 당첨돼 973만 6,131파운드(환화 약 17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청소부였던 캐럴은 로또 당첨 이후 마약과 술, 여자 등 사치에 빠져 순식간에 거액의 당첨금을 탕진해버렸다. 빈털터리가 된 그의 곁에 남은 것이라곤 140kg의 뚱뚱한 몸과 알콜중독자 딱지 뿐이었다. 결국 다시 풍요로운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했다.

복권 당첨 돼도 행복하지 않다?
그렇다면 복권당첨 즉, 돈이 행복의 필수항목일까.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인생의 전부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미국 UC 버클리대 경영대학원의 심리학자 카메론 앤더슨은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처음에는 행복해하지만 곧 이들의 행복은 당첨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이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사람들은 새로운 수준에 바로 적응하게 된다. 때문에 돈으로는 행복을 사지 못한다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는 것이 교육 수준이나 재산같은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더욱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기준으로 삼는 행복의 기준은 ‘지인들에게 얼마나 존경과 인정을 받는가’, ‘스스로 그럴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집단 내에서 어느 정도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가’의 3가지였다. 앤더슨의 논리에 의하면 행복이란 돈이 얼마만큼 있는지 보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측정 지위’는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행복에 더욱 결정적 영향을 발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권에 빠진 대한민국
복권열풍의 흐름이 짙어지면서 복권 중독의 늪에 빠지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주 로또를 구입하는 직장인 K(남/30)씨는 요즘 자신이 로또 중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K씨는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비용은 1~2만원으로 많지 않지만 (내가 생각해도) 로또를 향한 집착이 너무 강한 것 같다”며 얼마 전 지방출장에서의 웃지 못할 사연을 털어놨다.

K씨는 며칠 전 강원도 춘천으로 출장을 가게 됐다. 첫 업무 미팅이라 조금 일찍 서두른 K씨는 출장 지역인 춘천에 407억에 당첨된 로또 판매점이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으로 알게 됐다. 평소에도 출장을 가면 그 지역 1등 배출 로또판매점부터 찾았던 그는 그날도 어김없이 407억원 당첨자를 배출한 대박 판매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로또 판매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초행길 탓에 길을 찾지 못하고 헤메다 겨우 판매점을 찾아 로또를 손에 넣었지만 미팅시간은 30분 지연된 상태였다.

“(미팅할)업체에는 초행길이라 길을 헤맸다고 둘러대 큰 무리는 없었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로또에 집착하는 이런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로또를 안 살수는 없다. 로또를 사면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 그 상상 덕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거 같다”

K씨의 연봉은 또래 직장인들의 평균 연봉보다 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로또를 놓을 수 없다는 게 그의 현실이다. 물론, 일확천금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마는 복권으로 인해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고 망상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의 주역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상에 빠진 복권중독자, 근본부터 해결해야...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 인터뷰>
“복권 중독자들에게 복권을 사지 말라고 하면 더 사게 돼 있다. 그게 그들의 심리다. 그들이 복권을 사고 싶어 하면 그것을 막는 것보다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들이 갇혀있는 환상세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로또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중 도박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대한민국. 그들이 이제는 복권이라는 환상세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복권 중독자들은 내가 버는 것으로 남 앞에서 내세우거나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복권에 집착하는 거다. 당첨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으니까...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명예든 행복이든 뭐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 소장이 운영하는 연구소에는 많은 중독자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 술, 도박, 섹스, 쇼핑 등의 중독자들은 가족 또는 지인의 손에 이끌려 찾아오기도 자발적으로 연구소의 문을 열기도 한다. 최근에는 복권에 관한 내담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요즈음엔 로또나 스포츠 토토같은 복권에 중독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사실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지 않나. 돈이 바로 권력이고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게 당연한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로또는 우리 모두의 행복 후원금’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로또로 인해 행복을 잃어가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생역전 로또한방’이 모두의 꿈이 되어버린 현재, 복권에 빠진 그들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없는지를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을 통해 알아봤다.

Q. 사람들이 로또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높게 쳐주는 것이 돈이다. 물론 능력도 중요하지만 능력만으로는 원하는 위치나 결과를 얻기 힘든 것이 현재 이 나라의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노력을 통해 이뤄내기 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노력없이 얻으려고 하는 마인드로 바뀌고 있다. 가장 빠르고 노력없이 얻는 것 중에
‘복권’만한 게 없지 않은가.

Q. 로또에 빠지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로또에 빠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심리적 취약성 때문이다. 그것은 열등감이다. 현실사회라는 곳은 넘어지고 부딪히는 것을 반복하면서 습득하는 진리가 있게 마련인데 로또를 찾는 사람들은 그러한 과정을 두려워한다. ‘잘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들이 그들을 도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딪혔다가 질 수 있다는 공포와 거절감이 두렵기 때문이다.

Q. 로또로 중독에까지 빠지는 이유는 뭔가?
로또 중독자들은 현실에서 겪는 두려움과 반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아주 크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선 남들보다 많은 돈이 있어야 하고 그 돈을 짧은 시간내 버는 것이 로또다. 그리고 로또를 사면 살 수록 ‘내가 사면 분명히 된다’라는 인식이 강해진다. 처음에는 푼돈으로 사다가 나중에는 빚을 내서 사게 되는 과정이다. 로또도 도박과 마찬가지로 계속 잃다보면 잃은 돈 때문에 더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현실과는 점점 멀어지고 로또라는 환상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Q. 환상세계에 빠지면 어떤 반응들이 일어나나?
환상에 노출이 반복되다 보면 현실 경험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환상에 빠지게 되면 우선 자신의 일을 제대로 못하고 주변사람들을 피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점점 현실과의 연이 끊어져 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길어지면 현실세계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직장인들은 업무가 제대로 안 되고 가장들은 가정에 소홀하게 된다. 현실에 문제가 생기면 더욱 환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자괴감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로 이어질 수 도 있다. 현실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고 상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Q. 특별히 중독에 약한 사람들의 부류가 있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다. 자기 스스로 달랠 수 있는 기능이 부족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 이런 것은 어릴 적 양육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혼내고 다그치며 “왜 넌 항상 그 모양이니”라는 식으로 훈계하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원래 아이들은 실수투성이 자체다. 때문에 아이들이 실수를 했을 때 건강한 부모들은 실수를 지적하되 “잘 할 수 있어”라는 격려로 보듬어 줘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용서와 신뢰의 경험이 내면에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어릴 적 맞고 자란 아이들은 누군가를 때릴 가능성이 높다. 매를 맞은 경험이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을 때리기 전 나를 미워하고 학대하는 심리가 있다.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조금만 실수해도 강력하게 비난한다. 그것이 열등감이다. 자신을 학대하면서 그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힘들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관심과지지를 받은 사람은 커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지지와 위로를 할 수 있게 된다. 

Q. 그렇다면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인가?
여유라는 것이 금전적 여유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금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부모의 마음이 여유가 있어야 된다.

Q. 그래도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면 마음적으로도 여유가 생기지 않나?
금전적인 것은 아주 작은 영향에 불과하다.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몇백 억대 자산을 가진 자산가들도 찾아온다. 자존감과 가치관이 뚜렷한 부모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여유로운 부모가 ‘방관’을 뜻하진 않는다. 자식을 믿어주고 보듬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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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로또 중독자들의 치료방법은 뭔가?
로또 중독자들의 치료는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그 사람을 믿어주고 지지해 줘야 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또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이제 로또 좀 그만 사’, ‘되지도 않는 로또를 왜 사’라는 식의 충고를 많이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사지 말라고 한다고 그들이 안 하겠나? 로또 중독자들에게 처벌과 교훈은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로또 중독자들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로또 한 번 사봐’라는 식으로 그 사람의 행위를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1차적으로 중독자들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믿어준다는 것이 먼저다.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이 일시적이거나 지속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주변인들의 믿음은 늘 지속되어야 한다. 만약 주변에 도와 줄 사람이 없다면 산책, 등산 등을 하는 것도 좋고 중독자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받는 것이 인간이고 중독자들의 치료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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