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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성봉 칼럼] 글로벌 협상이론에서 두개의 축

 

협상에 대한 이론적 연구의 역사는 짧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협상이론이 있다. 그 중에서 국제통상과 글로벌 경영에 도움이 되는 두 가지는 하바드 대학의 휘셔 – 유리 협상이론과 오하이오 대학의 레위키 협상 이론이다.

 

먼저, 휘셔 – 유리 협상이론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이론은 Hard – Soft – Principled 협상이론으로 불리며 협상을 강성입장 협상(Hard Positional Negotiation), 연성입장 협상(Positional Negotiation), 원칙협상(Principled Negotiation)으로 구분한다. 앞의 강성입장 협상과 연성입장 협상은 포지션 협상인 반면, 원칙협상은 비 포지션 협상이다. 즉, 앞의 두 종류 협상에서 협상자는 협상목적, 상대방에 대한 인식 등에서 자신의 고유한 포지션을 가지고 이에 근거하여 협상을 진행시킨다. 이 세 가지 종류의 협상의 특징은 상대에 대한 인식, 협상목적 등 7가지 측면에서 다음의 도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 이론의 특징을 주요한 몇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에 대한 인식

 

세 협상 차이의 가장 큰 파이는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 ’이다. 강성입장 협상에서 협상자는 상대를 적대자로 보고 무조건 불신한다. 반면 연성입장 협상에서는 상대를 친구와 같이 우호적으로 보고 무조건 신뢰한다. 원칙협상에서는 냉정하게 친구도 적대자도 아닌 문제해결자로 본다.

 

협상의 목적과 합의에 대한 인식

 

강성입장 협상에서 목적은 승리이기 때문에 ‘합의해 줄 테니 양보하라’는 식으로 상대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한다. 연성입장 협상에서 목적은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를 위해서라면 일방적인 양보를 서슴치 않는다. 상대와의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협상자는 양보를 쉽게 하는 연성입장 협상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계

 

강성협상자는 관계를 담보로 양보를 요구한다. 즉,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할 테니 이번 협상에서는 양보하라’는 식이다. 연성 협상자는 상대를 친구로 보기에 우호적 관계를 위해서라면 양보를 서슴치 않는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권 협상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협상유형이다. 원칙 협상자는 관계와 협상을 별개의 문제로 취급한다. 되도록 상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일단 협상테이블에 앉으면 관계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협상이익을 최대한 얻어 내기 위해 협상한다. 숙련된 협상가들 중에서 이러한 협상 태도를 자주 찾을 수 있다.

 

협상 포지션 변화와 협상자의 태도

 

강성 협상자는 초기 포지션을 끝까지 고수한다. 즉 처음의 자기주장을 끝까지 하는 것이다. 이같이 협상이슈에 대해 강경할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서도 강경하거나 때로는 거친 태도를 보인다. 연성 협상자는 합의를 위해 포지션을 쉽게 그리고 자주 바꾼다. 이같이 협상이슈에 대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서도 지나칠 정도로 접대를 잘 해주는 등 부드러운 태도를 취한다. 원칙 협상자는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적인 협상이익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협상이슈에 대해선 강경하나 상대에 대해선 관대하다. 협상테이블에서 최대한의 협상이익을 얻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나, 상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아주 우호적이고 부드럽게 대한다.

 

협상전략

 

강성 협상가는 협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를 위협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강성협상가는 투쟁적 협상전략, 경쟁협상전략 같이 Win – lose 협상전략을 즐겨 사용한다. 반면에 합의도달에 집착하는 연성협상가는 이 같은 위협에 쉽게 굴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연성협상가는 수용협상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지금까지 휘셔 – 유리 협상이론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국제협상이론의 또 다른 한 축인 레위키(Lewicki)협상이론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이론은 투쟁적(또는 분배적) 협상 – 호혜적 협상(또는 결합적 협상)으로도 불린다.

 

쉽게 설명하면 투쟁적 협상(또는 분배적 협상 : Distributive Negotiation)은 Win – lose 게임 또는 Zero – sum 게임이며 휘셔 – 유리 모델에서 강성입장협상에 해당하고 또한 경쟁협상과 유사하다. 호혜적 협상(또는 결합적 협상 : Integrative Negotiation)은 Win – win 게임 또는 Positive – sum 게임이며 원칙협상, 공조(Collaborative)협상과 비슷하다. 이 두 가지 협상의 협상형태ㅡ 협상이익의 배분, 정보의 흐름 등의 관점에서 다음 도표와 같이 차이를 찾을 수 있다. 이 이론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협상형태 및 협상이익의 배분

 

투쟁적 협상에서는 협상이익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협상은 양 당사자가 정해진 이익을 ‘누가 많이 뺏느냐’하는 피자 나누어 먹기라고 생각한다. 협상이란 상대방이 많이 얻으면 자신이 그 만큼 손해를 보는 Win – lose 또는 Zero – sum게임인 셈이다. 반면 호혜적 협상이란 협상이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양 상대자가 서로 협력하면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서로 협조해서 더 큰 피자를 만들면 양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는 Win – win 게임 또는 Positive – sum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흐름

 

위의 표에서 본 것처럼 두 가지 협상을 갈라놓은 차이는 정보에 대한 협상 당사자의 인식이다. 호혜적 입장에서는 원활한 정보의 교환이 서로에게 좋은 Win – win 게임을 도출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양 당사자는 서로 최대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한다. 하지만 투쟁적 입장에서 정보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전략적 수단이라고 생각하여 가능한 한 자신의 정보는 적게 노출시키고 상대방의 정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이 수집을 하려고 한다.

 

여기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필요하다면 상대방 협상팀에 대한 도청 등 불법적인 수단도 서슴치 않고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보면 자신의 것은 숨기고 상대방의 것은 알아내려고 하는 이 같은 협상 방식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양 당사자 간의 정보의 흐름이 차단되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생산적인 접근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상대의 협상목적, 이해 등을 발견하는데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상대의 이익에 대한 배려

 

투쟁적 입장에서는 자기 이익과 주장에만 집착하고 이를 상대에게 관철시키려 한다. 휘셔 – 유리 모델에서 강성입장 협상과 유사하다. 그러나 호혜적 입장에서는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는 지, 상대의 입장은 어떠한지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한다. 이러한 배려를 통해 양 당사자 사이의 공동이익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투쟁적 입장에서 협상자는 많은 협상이익을 얻기 위해 거짓말, 허위정보 제공 등 비도덕적 협상전략이나 위협·의도적 지연 등의 다양한 기만적 술책을 불사한다.

 

일반적으로 바자르(Bazzar)에서의 가격협상이 전형적인 투쟁적 협상이다. 반면 호혜적 입장에서는 서로가 협조해 나누어 가질 협상이익을 크게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도덕적이고 협조적인 협상전략을 펼치고자 한다. 전략적 제휴, 합작투자 등은 서로의 강점을 찾아내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상상대자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찾아내 협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성봉

금감원 등에서 금융소비자 불만처리업무를 담당했다. 농협직원들의 실무를 위한 통신교재 협상스킬 향상 1,2,3을 공저했으며, 10년 이상 첨삭지도를 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공공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본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MeCONOMY magazine Ma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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